나는 성경공부를 참 좋아한다.
개인 성경공부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다른이들에게 성경을 풀어서 가르쳐주는 일이 참 좋다.
이런 저런 형태로 성경공부를 인도하기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 일이 참 소중하긴 하지만,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면서 그곳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가지고 사는 것을 제대로 시도하면서 살기 시작한 것은, 내가 우리 회사에서 일하면서 부터이니까, 불과 6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 실리콘 밸리에서, 한국인인 내가, 엔지니어로서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 나라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는 고민으로부터 시작해서, 지난 몇년동안 참 많은 생각과 경험이 쌓여져왔다.
함께 일하는 사람중 그리스도인이라고는, 내 고등학교 동창 ㄱㅎㅈ 군 한 사람 밖에 없지만, 이 직장은 이런 속에서 소중한 가치들을 발견해나가고 그 가치를 발전시키는 아주 훌륭한 훈련의 장이 되어주었다.
정말 엔지니어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고, 그것을 누리는 것도 배웠다. 올바르지 못한 것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소중한 그러나 손상되기 쉬운 가치는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하고, 건강하지 못한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사람들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등 참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런 속에서, 내가 그리스도인이 때문에 다른 이들과 다른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성경공부가 매우 중요하고, 나 역시 그것을 좋아하지만…
그러나 역시 나 같은 평신도가 해야하는 중요한 일은, 역시 직장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내는 일인 것 같다.
최근 출애굽기 후반부 말씀이 내 QT 본문이었다.
그곳에서는 여러가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성소를 만드는 것이 기술되어 있다.
참 감동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자원해서 자신의 재능과 시간과 재물을 드리는 것이 나와 있는데… 그 자세한 내용/과정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지루할만큼 길게 기술되어 있다.
요 며칠 아침에 그 지루한(!) 본문을 묵상하느라 상당히 힘들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사람들이 ‘아, 하나님을 위해서 멋지게 예배할 수 있는 facility를 만들자’라고 헌신하는 것은 잠깐이었겠지만… 정말 그 모든 것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길고 지루하고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직장생활을 보면서, 아… 내가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 이곳에서 정말 제대로 살아야지 하고 결심하고 기도하고 주먹 불끈 쥐고… 이것은 사실 순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테지만,
매일의 삶 속에서… 안되는 실험 몇번씩 다시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똑같은 내용 다시 설명하고, 이메일 몇십통씩 쓰고, 말 안통하는 사람과 몇십분씩 토론하여 그 사람을 설득하고 하는 지루한 일들은 정말 많은 시간을 요하는 일들이다.
지난 6년여의 우리 직장에서의 생활은,
내가 진정한 의미로…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방법을 많이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