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회사 일 (3) – non-positional leadership

지금 내 회사에서의 직함은, Senior R&D Engineer 이다.

말하자면… 뭐 박사 막 받고나서 받는 거의 말단의 직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하는 일은,

회사 방향에 대한 결정, 기술개발, 대외관계 등과 같이 task가 주어진 일 뿐 아니라,

회사 내에서 사람들 관계를 이어주는 일, 격려하는 일 등과 같은 따로 task가 주어지지 않은 일까지도 하고 있다.

물론 실험실에서 장비 청소, 각종 sample 정리 등과 같은 완전히 노가다도 무지 많이 한다. ^^

내 공식적인 포지션으로만 보면, 뭐 그냥 주어진 일 열심히 하면 되겠지만…

실제로는 뭐랄까… 뭐 닥치는대로 회사에서 이일 저일을 다 한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물론 우리 함께 하는 사람들이 ‘title’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인 이유가 크지만,

나도 역시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내 ‘직함’을 높게 갖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우 애매한 상황도 많다.

사람들이 회사의 방향 등에 대해 내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공식적’으로 대답해줄 만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괜히 숨긴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그리고, 또 내 커리어 development 라는 차원으로 보더라도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만일 내가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할 경우가 생기게 된다면… 나는 지금의 직함이 마지막 position이기 때문에 어쩌면 내가 받을 수 있는 직급보다 더 낮은 직급을 받게될 수도 있다. 

회사 내에서, 공식적으로 어떤 position을 갖지 않고 leadership을 행사하는 일은 여러가지로 쉽지 않다. 나는 그런 직함이 아니니까… 하고 그냥 내버려 두면 그 function에 구멍이 생기게 되고, 그렇다고 권위적으로 뭔가 일을 할수도 없고, 너무 나대거나 하면 사람들의 거부감을 사게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하고, 다른 사람들을 늘 띄워주고, 내 업적을 내가 띄우는 일을 하지 않고, 함께 일한 사람에게 공을 돌리는 일을 반복해서 해야만 한다. 다른 사람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주는 일을 많이 해야 하고, 때로 나는 invisible하게 만들어야 하기도 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내가 늘 즐거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해야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이상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나같이 이기적이고 사리판단이 빠른 사람에게 있어, 내 이익 찾아먹는 것을 뒷전에 두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을 매일 해야하는 상황은, 그리 편하지 않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나를 이런 상황에 두시고,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내가 체득하도록.. 그래서 정말 내 second nature가 되도록 (N.T.Wright의 표현에 따르면) 훈련시키시는 것 같다.

혹시 허락된다면, 앞으로도… 내가 가진 functional leadership보다, 내 positional leadership이 더 높은 위치에 가게되는 일은 계속해서 없었으면 한다. 말하자면 내 자격이 안되는데 높은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