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위해서는 잊어야 하는 걸까?

어떤 과정을 통해서 용서가 이루어 지는 걸까?


여러가지 인간적인 오해가 논리적으로 풀려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내게 해를 가한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을 갖게 되어서 해결되기도 하고,

혹은 시간이 지나 그 사건/사람/관계 등을 잊게되어 용서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리스도인들은… 

내 죄를 용서받은 것이 너무 크기 때문에, 나도 다른 사람을 용서하게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다시 말하면 은혜에 대한 깊은 인식 때문에, 나도 은혜를 베풀게 된다는 것인데…



나는,

유난히 한번 화가 나면 잘 풀지 못하고,

내게 잘못한 것을 용서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도대체 왜 나는 이렇게 용서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을 참 많이 하면서 신앙생활을 해 왔는데…


물론 내가 은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다른이들에게 그 은혜를 베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 용서의 과정을 밟게되는 것을 가만히 살펴 관찰해보면,


결국은 내가 받은 은혜의 크기가 너무 커서,

내게 돌아온 불이익, 피해, 억울함 등등을 trivialize하게 되고,

그래서 그 상처의 날카로움이 ‘잊혀지는’ 과정을 통해서 용서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은혜를 받아들여 용서를 하는 과정 역시,

‘망각’이 용서의 핵심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즉, 용서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그 날카롭게 찔린 것을 ‘망각’하느냐 하는 것인데…

강력한 은혜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고.


나는 잘은 모르지만,

미라슬라브 볼프가 이야기하는 용서도 바로 이런 mechanism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분명한건,

자세한 mechanism은 잘 모르겠는데…

내가 은혜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따라서 용서가 더 잘 이루어지기는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