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땅님의 comment에 대한 답 (좀 길어서 여기 본글에 올립니다.)

네,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콕 찝어 주셨습니다!
저는 말씀하신 것에 아주 깊이 동의하고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제가 복음 안에서 누려왔던 것들이 너무도 벅차고 커서,
이걸 pass-on 하지 않고는 정말 빚진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눌리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게 좀 적절히 균형을 맞추어야하는 것이겠지요?

제 룸메이트(^^)도 제게 왜 그렇게 조급해하느냐고 그러더군요.

복음 안에서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말 제가 참 보잘것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점점 더 깨닫게 되는데요…

제가 철이 없을 때에는,
정말 제가 잘나서 복음에 대한 이해도 깊게 가지게 된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철이 들면서, 저 같은 사람은 정말 예수 믿는게 체질이 아닌 스타일이라는걸 많이 깨달았습니다. ^^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복음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면 왜 아주 많은 다른 사람들이 이것을 이렇게 깨닫고 누리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 제 질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때로 정말 대책없이,
연약하고 보잘것 없는 인간에게 그분의 귀중한 보배의 말씀을 맡기시는 모험(?)을 하시는데,
혹시 내게 맡기신 것 정도마저도 내가 잘 pass-on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뭐 그런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이 들곤 합니다.

믿음이 좋은 사람들은, 그거 하나님께서 하시는 거야… 그러겠지만,
저 같은 사람은 예수 잘 믿는 체질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렇게 그냥 쉽게 좋은 믿음으로 넘어가지지가 않는 모양입니다.

제가 대학때 가끔 아주 뜬금없이 저를 불러서 복음과 한국문화와 통일과 기도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던 형.
자존심 세고 고집 많고 잘난척 하는 대학생인 저를, 자기가 사는 셋방에 불러서 먹이며 성경공부를 시켜주었던 어떤 전도사님,
저와 같은 별로 중요하지 않는 학생 한 사람만을 위해서 귀중한 한나절 시간을 지내며 복음과 학생과 민족과 운동에 대해 여러 생각을 나누어 주셨던 어떤 선배님,
별볼일 없는 학생들이 모여서 하는 작은 성경공부모임에 오셔서 자신이 삶으로 묵상해낸 성경말씀을 풀어서 설명해주셨던 스승님,
그 외에도… 제게 큰 영향을 준 책을 쓰신 분들, 저를 많이 깨뜨린 설교를 해주신 분들…
뭐 정말 그렇게 늘 삶 속에서 주변의 누가 되었건 그 사람들을 키워내려고 노력하셨던 믿음의 선배님들을 지금도 많이 기억합니다.

그렇게 제게 복음이 전달되었다면,
저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복음을 전달해 주어야 하는데…
그저 교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제 삶이라는 그릇에 복음을 담아 전달해 주어야 하는 것일텐데…

그저 뭔가가 제게서 딱 막혀버렸다는 생각을 할때가 참 많이 있습니다.

뭐 제가 부족하니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는 것이겠습죠….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