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내가 찍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

내가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투표할 수 있었던 것은 92년이었다.
내가 찍은 사람이 안됐다.

그 다음 대통령 선거는 97년 이었다.
내가 지지했던 사람이 되긴 했으나, 나는 미국에서 투표하지 못했다.

2002년, 역시 나는 투표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지지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

2007년, 미국에서 투표하는게 가능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내가 투표했더라도 그때 대통령 된 사람을 지지했을리는 만무하다.

2012년, 미국에서 자랑스럽게 투표했다.
그러나 내가 찍은 사람은 떨어졌다.

2017년, 지난 주말 투표했다.
살짝 망설였다.
지금까지 내가 찍은 사람이 된 적이 없었는데….
2번을 찍어야 하는 걸까…

토론

지난 토요일,
우리 동네 아는 형 한분이, 이 동네에 있는 한 사람(A 라고 하자)을 좀 만나보라고 소개를 해 주셔서 만나게 되었다.

A는 미국에서 ‘좋은 대학’ 졸업하고 현재 이 동네에서 ‘잘나가는 직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어릴때 교회에 다녔으나 대학때 이후로 교회에 좀 뜸 했고… 지금은 불가지론자와 무신론자의 중간쯤 되는 입장에 서 있다.
당연히 아주 똑똑한 사람이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나름대로 여러가지 고민과 생각과 독서와 research도 해 보았던 것 같아 보였다.
어쨌든 기독교에 대해서 여러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 그것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가지론적 / 무신론적 관점과 좀 제대로 대비시켜보고 싶어했다.

아침 10시반에 만나서 오후 4시 반이 거의 다 될때까지 정말 닥치는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나도 어떤 대화를 기대해야할지 잘 몰랐고, A가 궁금해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무슨 준비를 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적, (신약) 성경의 역사성, 역사의 방법론, 과학적 방법론, 보편적 진리 논쟁, 믿음과 논리의 관계 등등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변증적(apologetic) 논리와 수사를 열심히 동원해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A는 내가 최근 이렇게 함께 논쟁하고 대화를 나누어본 상대 가운데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좋은 토론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제 20대이지만 나름대로 참 열심히 이 문제들을 파고 들었던 흔적이 대화 도중에 보였다.
그래서 말도안되는 논리를 접하면서 그 argument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애써 설명해야하는 수고가 거의 필요 없었다.

그리고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포함해서, 이렇게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별로 많이 보지 못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A 만큼만이라도 좀 생각을 하면서 신앙생활을 한다면 기독교가 이렇게까지 엉망은 아닐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나는 그냥 어슬렁 어슬렁 나갔다가 A의 진지함에 화들짝 놀란 case라고 할 수 있겠다. ^^
A가 워낙 성실하게 대화에 임하니까, 오히려 내가 후다닥 긴장하면서 내 자세를 바로잡아야 했었다.

6시간 가까운 논쟁과 토론을 거치고 나서도 A는 카톡으로 다시 또 만나서 이야기를 이어가자고 이야기했다.
나도 기꺼이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런 좋은 스파아링 파트너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참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이어질 이 대화가
내게도 소중한 성찰과 자람의 기회가 되고,
A에게는 진리에 한발 더 다가가는 기회가 되면 정말 좋겠다.

(한가지 깨달은 것은, 시간이 길어지니까… 내 집중력도 떨어지고 아무래도 힘이 좀 달렸다. 그건 20대와 깊은 대화를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맞닥드리는 내 한계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