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결석

예전에, 나는 집착이 심한 모범생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널때도 대충 걸쳐서 대각선으로 건너는 것을 못견뎌했다.
숙제를 미룬다거나 심지어는 하지 않는 일은 상상하지 못했다.

대학때에도 나는 수업을 딱 두번 빼먹었다.
한번은 친구가 갑자기 수술을 할 일이 생겨서 그 친구랑 병원에 가느라,
다른 한번은 내가 자전거타다가 넘어져서 턱이 찢어서 병원에 가느라.

그런 내게 무단결석은 대단한 용기이자 일탈이다.

지난 이틀,
블로그를 무단 결석했다.
일탈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차차 더 설명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세상 돌아가는게 마땅치 않아 하나님께 많이 좀 따지고 싶었다.
블로그 안쓰는 대신 그 시간에 기도라도 조금 더 하고 마음이라도 조금 더 추스리겠다고 했으나…
그건 완전 뜻 대로 안되었다.

무단결석도 해본 놈이나 하는 것 같다.
내겐 아무런 유익도 효과도 없는 듯…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

최근 몇년에 걸쳐서 한국의 소위 ‘보수 기독교’ 목사들과 교인들을 보면서,
나는 이분들과는 분명히 다른 종교를 믿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점점 굳혀가고 있다.

그렇게 내가 선을 긋게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예전에 내가 신앙의 선배로 생각하고 존경하던 분들도 포함되어 있다.

적어도 내가 믿는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셔서 그 아들을 이땅에 주신 분이시다.
절대적 사랑의 절대적 하나님이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늘 겸손의 사랑을 잃지 말아야 한다.

내가 그 삶을 배우고자하는 한국인 신앙인들은,
길선주, 손양원, 김교신, 장기려와 같은 분들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람들의 유익을 위해 자기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신 분들이다.

지난 목요일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남은 뉴스를 보면서…
아, 이제는 정말 내 마음 속에서 한가닥 남아있었던 아쉬움의 끈 조차도 끊어버리고,
그분들과 나는 다른 종교를 믿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증오, 폭력, 거짓, 술수를 따르는 사람들과 나는 다른 종교를 믿는다.

Andrew Yang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내가 주목하는 사람은 Andrew Yang이다.
이 사람이 후보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사람이 주장하는 것이 참 흥미롭다.

인공지능등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직업은 계속 없어질 것이다. 그런데 반면 Google, Amazon과 같은 회사는 사람들이 계속 인터넷을 사용하는 한 더더욱 돈을 많이 벌게될 것이다.
그래서 Yang은 이런 high tech 회사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서, 미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소득’ (universal basic income)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미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한달에 1천불씩 주겠다는 주장이다.

이게 어떻게 보면 미국판 허경영이 아닌가 싶은 황당한 주장 같아 보이는데,
나는 이런 방향이 미래 사회를 맞이하면서 모든 사회가 지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하는 논리라고 생각한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점점 더 많은 직업들이 없어질텐데,
그것을 대체할 다른 직업들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Google, Amazon, Facebook은 점점 부자가 되고, 다수의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 극도의 빈익빈부익부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면 사실상 지금상태의 자본주의가 더 이상 지탱될 수 없다.
중산층의 소비가 없어지는데 어떻게 자본주의가 가능하겠는가.

기본소득의 개념은 그래서 진보적인 일부의 사람들에의해 별써 수년전부터 이야기되어 왔는데,
미국에서는 major 정당의 후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민우가 요즘은 Elizabeth Warren을 지지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이번 Thanksgiving에 집에 오면 Andrew Yang에 대해 민우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들어봐야 겠다.
(민우가 대학에서 어려운것들을 배우더니면 요즘 훌쩍 더 유식해졌다. ㅎㅎ)

답답한 사람들과 일하기

회사에서 일 잘 못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이런 사람들과 일하려면 정말 완전 속 터진다.
나는 100m 전력질주를 하면서 가려고 뛰는데 버벅거리면서 내 허리춤을 붙잡고 질질 끌려오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우아.. 속 터져…

그런데…
나는 유난히 그렇게 빠릿빠릿하게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을 잘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당연히 그런건 잘 해야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많이 답답해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나는 그런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일을 참 잘 하지 못한다.
그냥 내가 그 사람의 일을 다 해주는게 차라리 낫지…

왜 나는 그렇게 못되 처먹었을까?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는데,
내 문제 가운데 하나는 내가 일을 ‘열심히’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일을 할때 이루는 성과를 내 능력때문이 아니라 내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기 의’가 충만한 것이지…

I need Grace…

일반인이 전문가가 되어야 하나

요즘 한국에서는 전 국민이 검찰개혁 전문가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번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때 그때 나오는 뉴스에 따라서, 온 국민이 기업 회계 전문가가 되기도 하고, 외교 전문가가 되기도 하고, 생명과학 전문가가 되기도 하고, 비트코인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어디선가 이렇게 일반인이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사회는, 언론을 비롯한 특정 사회 요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언론이 왜곡 보도를 하지 않고 정직하면, 혹은 국가 권력이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면, 기업이 정직하면, 일반인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글이었다.

나는 한편 그런 생각에 공감하면서도, (언론, 국가기관 등등이 제 기능을 해야한다는 의미에서)
일반인이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일반대중이 집단 학습을 하게 되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대중의 의식이 깨어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주주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는 이런 사회적 이슈에 일반 대중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무관심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정말 이럴때 빠릿빠릿하다. 나는 이것이 한국 사회가 가지는 매우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외부에서 내가 보는 한국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