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공부를 다시 하라면?

박사를 하면서 새롭게 더 배우는 것이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많지 않다. ㅠㅠ
새로운 지식을 더 많이 배우는 것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연구를 하나 해보는 것이 박사과정의 핵심이므로.
반면, 전공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석사를 마치면 그 분야에 어느정도의 훈련은 받게되는 효과가 있어 어느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학부에서 배우는것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것과는 꽤 수준이 다른 것을 배우게된다. (그냥 내 경험상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공부를 함으로써 뭔가를 더 얻게되는 효용성으로보면 내 생각엔,
학사>> 석사 > 박사
이런 정도가 되지 않나 싶다.

그런데 그렇게 공부한 것을 가지고 현실에서 사용하는 정도로 보면… 이게 또 좀 다른 것 같다.

워낙 직업에따라 차이가 크고, 또 전공에 따라서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순화 시켜서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그냥 내가 일하는 분야를 예로 들어서 생각해보자면,

학사 공부를 한것의 현실에서의 실용적 가치를 10쯤으로 잡는다면,
석사 공부를 한것의 현실에서의 실용적 가치는 12~13쯤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박사공부를 한것의 실용적 가치는 정말 별로 없는 것 같다.

엄밀하게 말해서 박사는 그 사람이 다른 연구자를 길러낼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계속 석박사과정을 길러내는 대학의 교수가 되는데에는 박사공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런데 교수말고는 다른 직업에서 정말 박사가 꼭 필요한가… 별로 그런것 같지 않다.

그런의미에서 적어도 내가 있는 동네에서보면 사람들이 쓸데없이 공부를 많이한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우리 회사에서는 박사학위 2개있는 사람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

다만,
박사학위를 한 사람이 갖는 한가지 qualification은 끈기가 아닌가 싶다.
적어도 최소한 3~4년, 보통은 5년 혹은 그 이상 걸리는 기간동안 꾸준히 뭔가를 붙들고 있었던 경험.
그런 의미에서 역시 박사는 리더를 만들어내는 교육이라기 보다는 좋은 중간관리자, 혹은 좋은 follower를 만들어내는 교육이라는 생각도 든다.

만일, 내가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박사공부를 했을까?
음…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지만… 아마도 또 하겠다고 할 것 같기는 하다.
그 이유는, 내 resume에 박사했다고 쓸수 있다는 것 말고는 대가 별로 내세울 다른 장점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쉽고 안타깝지만, 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