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속도

실리콘 밸리 밖에 있는 회사, 특히 ‘전통적인’ 회사들과 일을 하다보면,
그 사람들이 일하는 속도와 실리콘 밸리의 속도는 전혀 다른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가령,
실리콘 밸리 밖의 회사와 이야기하면서 샘플을 하나 받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다음주까지 확인해서 알려주겠다고 이야기하고,
그 다음주에 다시 물어보면 준비하는데 3~4주 걸린다고 이야기하고,
3~4주 후에 다시 물어보면 더 지연이 되어서 샘플이 더 걸린다고 이야기하고,
결국 한 두어달 후에 샘플을 받게 된다.

그런데,
실리콘 밸리에 있는 회사에서 샘플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내일 보내줄께. 라고 답이 바로 오고,
그 샘플이 다음날 도착한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에 하나는,
‘전통적인’ 회사와 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 일하는거 완전 속터져 죽을 지경이다.

8월쯤에 design을 하나 release하기로 했는데,
내가 완전 난리를 쳐서 지난 주에야 겨우 relase가 되었다.

그쪽과 conference call을 할때도 그렇다.

대개 우리쪽 사람들과 meeting을 할때는,
15분, 30분의 짧은 미팅을 하면서 가능하면 말을 짧게 하고 빨리해서 정해진 시간 내에 내용을 다 cover하는 효율이 엄청 중요하다.

그런데,
그쪽과 하는 weekly conference call은 90분으로 잡혀 있고,
3분만에 설명할 수 있는걸 천천히 10분동안 설명을 한다.
그러니 90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들이고도 효율적으로 discussion을 다 못할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전통적’ 회사 사람들은 참 친절하고, 말을 조심해서 하고, 비판을 아끼고, 사람들을 서로 존중한다.
내가 보기엔 완전 시간낭비 같아 보이는 small talk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할때도 많은데,
이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서 그 안에서의 팀웍을 잘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말하자면…
훨씬 더 인간적이라고나 할까.

한동안 그 팀과 일하는게 정말 속터져 죽을 지경이었는데,
조금씩 그 팀과 일하면서 배울 것을을 더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이 옳은 것이냐 하는 문제는 분명 아닌 것 같다.
다만, 적어도 내가 처해있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생존이 불가능해 보일때가 많이 있다.

내가 해야할 일

KOSTA를 열심히 할때 그렇게 청년사역으로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셨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에 대한 내 대답은 언제나 ‘아니오’였다.
나는 청년들이 복음 안에서 자유롭게 되는 것이 정말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청년사역이 내 ‘부르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교회에서 여러일을 열심히 할때, 혹은 목사님이 ‘하나님의 몸된 교회’를 더 열심히 섬기라고 권면을 할때,
그것에 대한 내 응답도 역시… 나는 교회 안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지역교회들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헌신 하는 사람들이 참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내가 해야하는 주된 일을 아니라는 것이다.

성경공부를 열심히 할때도…
그렇게 성경공부 열심히 하면서 사람들과 말씀을 나누는 것에 소명의식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내가 해야하는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나는 뭘 하려고 하는 거지?

음…
나는… 좀 정말 예수님 잘 믿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진짜 참 잘 믿으며 살고 싶다.
삶의 여러 영역에서 그분의 숨결을 더 많이 느끼고 배우고 싶고,
그렇게 배운 것을 내 생의 이곳 저곳에 비추어 적용해보며 살고 싶다.

언제 기회가 되면 이것도 조금 더 자세히 한번 이 블로그에서 풀어서 써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