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 (3) – 무척 이성적이었다.

소위 ‘회심체험’하면 이야기하는 갑자기 뽕 맞는 것(?) 같이 감정적으로 확~ 격양이 되더니 갑자기 신비한 체험을 하고, 감정적으로 뜨거워지고… 하는 식을 떠오르기 쉬운데,
내 경험은 그것과는 꽤 많이 달랐다.

어떤 의미에서, 이미 어려서부터 많이 접해왔던 ‘복음’이 어느날 ‘새롭게’ 깨달아지게 되었다.
기존에 그저 파편적인 윤리강령 정도로 생각했던 복음의 여러 내용들이 한꺼번에 쭈루룩~ 맞추어 지면서, 정말 ‘말이 된다’하는 탄성을 터뜨리게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중에, 꽤 많이 ‘성경공부’를 하는 과정이 있었다.
글쎄,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하는 문제일 수 있겠지만,
어느순간 성경말씀이 ‘말이 되는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정말 미친듯이(?) 공부를 했었다.
그 당시 기독교서점에 가서, 여러 대학생 선교단체의 성경공부 교재들을 한 20-30권 한꺼번에 사다가 혼자서 공부를 하기도 했고, 한달에도 몇권씩 여러가지 신앙/신학 서적들을 읽어나갔다. 하루에 몇시간이고 성경을 읽고도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처음 그렇게 읽었던 ‘한영 현대인의 성경’ 책은, 곧 너덜너덜해져서 더 이상 읽을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 후에 대단히 격렬한 감정적인 반응이 따라오긴 했으나, 그것은 이성적인 프로세스가 한참 진행된 이후에 나타난 것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만일 이 복음이 진리라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세계관과 가치관이 모두 사상누각으로 허물어져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대단히 깊이 했었다. 그래서 소위 세계관, 신학과 철학, 역사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문과 과목’들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깊이 공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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