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복음에 눈을 뜨게 되었을때, 마치 나는 내 마음 속에 커다란 빛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이 느꼈다.
환한, 어둠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그런 빛.
그런데, 점차 ‘교회생활’을 해 가면서, 그 빛이 일부 가리워지기도 하고, 어두어지기도 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른바, 회심의 오염이다.
물론, 건강한 공동체 생활이 어린 그리스도인이었던 제대로 서도록 만들어주었던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오염은, 공동체생활이 가져다주는 오염이 아니라, 어그러진 종교체제가 내 안의 빛을 자꾸만 꺼뜨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교회 생활, 혹은 종교 생활이 내게 익숙해 지면서, 나는 그런 종교생활 혹은 교회생활에 의해 오염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것은 내 안의 빛을 어둡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매우 자주, 내 자신을 종교생활로부터 끄집어 내어, 그 빛 자체에 집중하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써놓고 나면, 무슨 대단히 신비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일반적인 종교생활이 열정적인 내 회심의 경험을 희석시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내 회심 경험 이전에, 그리스도인이라기보다는, 기독교 종교인이었다. 세례를 받은.
내 회심 경험은 나를 종교인으로부터 그리스도인으로 끄집어 내었고,
그 후에도 내가 종교인으로 안착하고자하는 유혹을 느낄때마다 내 회심의 경험 자체가 희석되고 오염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되었던 것으로 보아…
내 회심 경험은, 대단히 비종교적, 아니 어찌보면 반종교적인 것이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회심의 일반적인 성향인지, 그렇지 않으면, 내게 특별히 일어난 어떤 현상인지는 잘 알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