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다른 사람들도 다들 참 치열하게 바쁘게 살겠지만,
나도 그렇다.
요 며칠은 새벽 1-2시까지 깨어서 유럽쪽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연락하며 실험을 하고 있고,
아침 6시에 일어나 그쪽에서 보내온 update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어제는 그 여파로 오후에 완전히 해롱해롱하는 바람에, 아예 한 두어시간 일을 접고 쉬었다. -.-;)
일하는 템포가 대단히 빠르다.
가령, 오후 4시에 미팅을 하고, 그 다음 미팅을 그 다음날 아침 8시로 잡는다.
그리고는, 야… 우리에게는 그 다음 미팅까지 앞으로 16시간이나 시간이 있다… 하면서 사람들이 미팅을 마무리 한다.
그리고 실제로 16시간 뒤 미팅에는 다들 상당히 진전된 내용들을 가지고 들어온다.
몇십만불되는 돈 쓰는 것을,
불과 2-3분 만의 discussion을 가지고 결정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한편으로는 회의 준비를 하면서, 전화로는 독일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옆의 직장 동료가 하는 일을 support하는 일을 한꺼번에 해야할때도 있다.
이런 세상 속에서,
10분의 시간에는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해야한다.
정말 치열한 세상이다.
그.런.데.
한편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세상이 치열하게 사는데…
돈을 위해서도 이렇게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 사는데…
복음을 위해 치열하게 사는 것은 왜 그렇게 잘 안되고 못하는 것일까?
크리스천들이,
좋아하는 크리스천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크리스천 작가의 책을 읽으며,
내가 무슨 밥 먹었나 하는 것을 가끔 facebook에 올리는 와중에도…
세상에서는,
1분 1초를 아껴가며, 온 에너지를 다 쏟아,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그렇게 치열하게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나는,
교회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과 같아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믿는다.
그러나,
세상은 시속 200마일로 달리고 있는데,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스카이콩콩을 타고 경치를 구경하며 가고 있다면…
게다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게으름이나 두려움 등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스카이콩콩을 좀 버리고, 최소한 자전거라도 타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최근,
나의 교회생활 / 신앙생활을 돌아보며,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를 생각하며,
그리고 반성하며… 해본 생각들이다.
나 스스로,
다시 신발끈을 고쳐매어 본다.
(사족 1)
아, 물론 시속 200마일로 늘 달리는 사역자들을 보기도 한다.
그런데 그중 많은 사람들은 교회라는 좁은 동네 마당 안에서 열심히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지,
저 멀리 있는 목표를 향해 달리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이건 또 다른 글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다. ^^)
(사족 2)
세상이 그렇게 바쁘니까,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slow down 하고, 자연도 즐기고, 가족과 시간도 잘 보내고 해야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 주장도 물론 옳다고 생각한다. ^^
안식은, 하나님에 대한 궁극적 신뢰의 표현이 아닌가!
그렇지만, 게으름은 7 deadly sin 가운데 하나이다.
하나님 안에서 안식하고 평안을 누리는 것과 게으름 사이에 분별해야할 fine line이 분명 있는 듯 하다.
(사족 3)
그리고,
사역자의 삶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로든, 내 preference, comfort, privilege 등을 포기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과 같은 권리를, 자신이 헌신한 가치를 위해 포기하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세상이 바뀌는게 아닐까.
이글 읽고 이리저리 생각… 열심히 사는 것이 사람들과 세상에 이로운 것 (하나님께 의로운 것 접어 두고)일까 고민이 되어서… 내 게으름의 변명을 찾는 것 같기도 해^^
오빠, 인디애나 잘 다녀 와~ ^^
정말, 열심히 사는것이 세상에 이로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아.
특히 그저 바쁘게 사는 것은, 오히려 사람과 세상에 해가되기도 쉬운 것 같고.
다만,
세상이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그 세상의 바쁜 호흡과 무관하게 기독교인들만의 게토를 만들어버리면,
세상과의 relevancy가 부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남게되네.
어떤 사람들은,
그 바쁜 세상의 호흡으로부터 잠깐 쉬도록 교회가 쉼터의 역할을 해주어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특히 대부분의 사역자들은)
그 바쁜 세상의 호흡이 어떤 것인지를 잘 이해하고 심지어는 그 호흡을 일부 따라하면서까지라도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의미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거야.
요즘 사역자들을 보면 (평신도 사역자들을 물론 포함해서)
바쁘지 말아야하는 일에 그저 마구 바빠하며 에너지를 낭비해버리거나,
바빠야하는 이슈에 대해 그저 게으름으로 주저앉아있는 것 같아 보이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아…
뭐 결국 내 얘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