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민우에게 가끔 물어본다.

‘민우는 엄마가 왜 좋아?’
그러면 민우는 ‘엄마니까’ 라고 대답한다.
예전에는,
아… 부모님의 은혜가 크시고… 나를 위해 많은 것을 주셨고, 희생하셨고…
그런 생각을 하며 가슴이 뭉클하곤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저 부모님은 ‘아빠, 엄마’ 이니까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분들이 얼마나 완벽한가, 어떤 인격을 가졌는가 하는 것 이전에 그저 아빠 엄마이기 때문에.

내가 아버지와는 35살 차이가 나고, 어머니와는 28살 차이가 난다. 

35년 전, 내가 10살때 아버지는 지금 내 나이이셨고,

28년 전, 내가 17살때 어머니는 지금 내 나이이셨다.

내가 10살, 17살때 보았던 아버지 어머니는 정말 많이 많이 많이 많이 어른이었다. (뭐 당연하지만. ㅎㅎ)

부모님과 나 사이에는 ‘넘사벽’이 있었다.

이제 내가 지금의 나이가 되고보니,

아… 아버지 어머니께서 지금 내 나이때 이런 생각과 고민을 하셨겠구나.

나는 그걸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찡~ 해온다.

이제는 80대, 70대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께서 지금 하고 계신 생각과 고민을 지금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마 내가 그 나이가 되어서야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때 또 마음이 찡~ 해지겠지.

이 땅에서 살면서,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며 이해하는 아들이 되는 것은 정말 포기했다.

그저 아빠니까, 엄마니까 그분들을 좋아하는 그런 아들이 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사실 나는 10살 남짓부터 아빠 엄마가 아닌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러와서… 아빠 엄마라는 표현이 영 낮설다. ㅎㅎ)

내가 좋아하는 분들을 마음에 두고,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기도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