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서 공부를 마치고, 같은 실험실에서 포스트닥을 했다. 말이 포스트닥이지, 사실 거의 일을 제대로 안했다. -.-;
사실 할 일이 없기도 했고, 아주 적은 액수의 월급을 주면서 그냥 교수님이 몇달 더 붙들어 놓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그 월급이 끊겼다.
아내가 보스턴에서 공부를 마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보스턴에 남고 싶어서 그쪽 회사들만 열심히 apply 했는데, 어떤 회사로부터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딱 한군데 인터뷰를 했는데, 나를 뽑겠다고 대충 얘기를 해 놓고는 얼마 있다가 hiring 자체가 cancel되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그 회사를 갔다면 지금 완전히 다른 커리어를 가고 있었을 것 같다.)
점점 돈이 없어지고, credit card 빚이 pile-up 되어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먼 곳이라도 가겠다고 생각을 했다.
일단 어디라도 가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내 불안한 상황을 코스타 간사들 몇명에게 나누고, job 상황에 따라서는 내가 코스타를 더 이상 섬기지 못하게 될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렸다.
그로부터 며칠 후, HP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혹시 그 그룹에서 하는 일에 관심이 없느냐고.
나는, 뭐 무조건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으므로, 앞뒤 가리지 않고 당연 땡큐~ 하고 인터뷰를 했다.
처음 hiring manager와 이메일 연락을 한지 3주 내에 결국은 offer를 받았다. 그 사이에 phone interview, on-site interview를 다 했으니, 완전 초특급 speed였다. 나는 바로 California 행 one-way 비행기표를 샀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나는 job을 찾는 기술도 참 많이 부족했고, 전반적인 industry의 흐름에 대해서도 무지했고, 사실 내가 뭘 잘하는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괜히 엉뚱한데에서 힘을 빼면서 job을 찾지 못하고 버벅거리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나로 하여금,
충분히 힘을 뺄때까지 기다리시다가,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쪽으로 나를 인도하셨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때 그렇게 오게된것이 참 감사하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우게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기다리면 하나님께서 더 잘 풀리는 길로 인도하신다는 식의 스토리가 아니라,
막다른 골목과 같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내 이런 경험은, 지금 내가 하나님을 신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떤 사람들은 믿음이 좋아서, 이런것 없이도 하나님을 잘 신뢰하기도 하겠지만,
나는 워낙 겁이 많고 의심이 많아서, 왠만해선 그렇게 하나님을 잘 믿을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기 때문에… -.-;
”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우게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기다리면 하나님께서 더 잘 풀리는 길로 인도하신다는 식의 스토리가 아니라,
막다른 골목과 같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라는 부분이 참 와 닿습니다. 힘든 시기의 경험을 함께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힘든 기억들이 희미해지기도 하는데요,
오히려 그때의 힘든 기억보다 더 오래 남게 되는 것은… 하나님과의 동행에 대한 기억이 아닌가 싶습니다.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