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를 용서하다 (final)

내가 쓴 이 글이…
그저 한 패배자의 글로 비추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결국 꽤 괜찮은 연구결과를 내며 졸업을 했고,
이제는 꽤 괜찮은 직장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MIT를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내게 가져다준 보상이 결코 아니다.

MIT가 내게 준 선물은,
그 과정이 가져다준 열매가 아니라,
그 과정 자체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를 발견하게 하시고 나를 인도하시고 나를 품으셨던 하나님이었다.

숲에서 나와 숲을 보는 것 같이…
이미 5년전 졸업을 한 그 학교에 다시 가서…
그토록 고통스러워했던 나를 다시 보며…
이전에 그렇게 선명하게 보지 못했던 하나님의 손길을 볼 수 있었다.

66동 지하 계단에서 울며 기도할때,
학생회관 컴퓨터실에서 거의 패닉 상태로 정신없이 지도교수를 알아보고 있을때,
내게 fair하게 다가오지 않는 상황에 맞서 싸우다 지쳐서 터벅 터벅 기숙사로 걸어가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나를 포근히 감싸고 계셨다.

내가 학위를 받는 것에 몰두하고 있었을때,
내가 성공과 명예에 모든 것을 투자하고 있었을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고 있었들때,
하나님께서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계획으로 나를 묵묵히 붙들고 계셨다.

그저 시간이 좀 남아 오후 시간을 할애해서 잠깐 학교에 들어보았을 뿐인데…
이번 학회에서는,
하나님께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큰 선물을 내게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