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A사와 관련해서 내가 고민하는 생각들은 대충 다음과 같다.
(1) 지난 일년여 동안 내 삶을 성찰해 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내가 사람을 키우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많이 노력을 기울이며 지난 15년 정도를 살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점점…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사는 삶을 깊이 있기 이야기하기에는, 내 삶이 충분히 치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그런 고민을 더 많이 하던 차였다.
내가 선호하는 것을 갖추어놓고 그것 안에 안주(?)하는 삶 보다는, 내 한계를 깨뜨리는 치열한 삶 속에서만 할 수 있는 하나님과의 다이나믹한 교제, 깊이있는 깨달음 등등이 내게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런데 A사의 이 일은, 어쩌면 그런 것과 잘 맞아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2) 그런데, 또 다른 요인은…
이쪽이 돈을 더 많이 주는 것 같다. 아직 offer letter는 못받았지만, 대충 알아본 바에 의하면… 뭐 대충 그렇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내가 이게… 돈때문에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타협하는건 아닌가 뭐 그런 고민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3) A사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온 느낌은…
마치 내가 MIT에 가서 사람들을 처음 만났을때의 느낌 같았다.
매우 talented group이고, 야망도 크고…
MIT에서 지내면서 나는 그 사람들을 많이 동경하기도 했고, 시기하기도 했고, 모방하려 하기도 했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많이 단련되고 훈련도 되었지만 한편 많이 내면이 망가지는 결과도 가져오게 되었고.
지금 나는… 이제는 그런 환경에 다시 던져지더라도 망가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걸까.
이제는 내가 충분히 그렇게 성숙한 걸까.
한편 그걸 좀 테스트 해보고 싶기도 하고, 한편 그것이 좀 두렵기도 하다.
(4) 지금 A사의 이 position은, 해외여행이 많다.
많으면 최대 40% 까지 travel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대충 전체 시간의 20-30% 수준이라고 하긴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또, 내가 섬기고 있는 여러가지 일들은?
내가 섬기고 싶어하는 여러가지 일들은?
민우에게 아빠가 A 사에서 일하면 어떨것 같아? 그러니까 cool! 이라고 한다.
그런데 많이 travel 해야하는데… 그러니까 그럼 하지마! 라고 이야기한다. ㅎㅎ
의외로 아내는, 그렇게 하는 것도 감당할 수 있단다. (아마 나를 격려하는 입장에서 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5) 지금 내가 있는 회사에서는, 일이 많고 바쁘고 stress가 많기도 하지만, 내 일정을 내가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무리 바빠도 내가 언제는 꼭 휴가내야한다고 이야기하면 뭐 딴지 거는 사람이 없다. ^^
그래서 코스타 같은 것도 자유롭게 섬길 수 있고, 지금 내가 local에서 꾸며볼까 기도하고 있는 일들도 할 여유가 생긴다.
그런데, A사로 옮기면 그런 상황이 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갑자기 어느어느 나라로 출장가서 3주 있다 와야하는 상황이 터지면 당장 그 다음날 비행기 타야하는 뭐 그런 상황이 될수도 있다.
내가 아주 싫어하는 stress 많이 받는 스타일의 삶이다. ^^
그런데, 그런 속에서… 내 계산과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을 더 경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함께 이땅을 사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 그런데… 내가 그런 삶을 살아야 그들에게 이런 속에서 하나님께서 여러가지로 섬길 길도 열어주시는걸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6) 이 일의 nature에 대해서, 그곳에서 나를 인터뷰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어떤 일정기간 너는 어떤 다른 회사 그룹의 총 책임자, 혹은 더 큰 스케일의 총 책임자 역할을 임시로 맡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을 여러 회사를 상대하면서 하게 된다. 뭐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주었다.
뭔가 더 exciting하게 들리게 하기위해서 그런 얘기를 해준건지…
(7) 내가 섬기고 있는 일들, 그리고 내가 어쩌면 섬기게 될 일들… 하나님의 사람들을 키우고, 말씀을 전하는 일들을 하는 것에 아무래도 제약이 좀 있게 될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지난 한 15년 정도 하나님의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 내 primary task인 것 같이 살아 왔다면…
이제는 뭔가 치열하게 세상 속에서 사는 경험을 해야만.. 내가 50이 넘어서 지금 40대의 사람들을 키워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런 인도하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8) 또 한가지는, 코스타를 섬기는 일이나, 지금 local에서 가능성을 찾아보고 있는 새로운 일이나 모두… 너무 내가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 하나님께서 이런 식으로 내가 좀 힘을 빼고, 후배들이, 다른 이들이 step-up할 chance를 마련해주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
내가 아니어도 정말 되는 건데 말이다.
결국 오늘 오후,
그 A 사의 사람들을 또 만나기로 약속이 잡혔다.
그쪽 일은 정신없이 진행되는데… 참 부담은 크다.
주말을 지내며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기도하고 성찰해보아야겠다. 아내와도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이상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지 않고…
열정을 가지면서도, 성급하지 않는…
그런 균형이 필요한 것 같다.
(싸구려 어줍잖은 훈수는 사절합니다만 ^^ 제게 조언 주실분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많이 말씀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