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

내가 미국에서 처음 잡은 직장은,
소위 class가 명확하지 않은 그런 직장이었다.

연구원이었던 나와, technician이었던 사람들과 매우 격이 없이 지냈고,
서로 자유롭게 토론도 하고, 생각도 나누고 새로 배우기도 하고…
누가 박사학위가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몰랐고,
나도 누가 어쩌다 Dr. Kwon 이라고 부르면 깜짝 놀랄 정도였다.

반면,
지금 내가 있는 직장에서는 소위 그 ‘계급’ 혹은 class가 꽤 명확하다.
어찌된 일인지, technician들은 나를 모두 다 Dr. Kwon 이라고 부른다.
처음에 나는 그게 하도 불편하고 어색해서, 그러지 말고 Ohseung 이라고 부르라고…
please don’t call me Dr. Kwon… 이렇게 이야기했더니만,
이 사람들이 나를 Dr. Ohseung 이라고 부른다. -.-;

이 직장에서는,
technician들은 engineer들에게 일거수 일투족 지시를 받아서 움직인다.
engineer들은 주말에 자기 집에서 쉬면서, technician 보고는 주말에 나와서 일하라고 시키기도 한다.

어쩌다 점심을 먹으러 나갈때도,
엔지니어들과 테크니션들이 함께 어울려 나가는 경우는 참 흔하지 않다.
엔지니어들은 자기들끼리, 테크니션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차도 마시고 밥도 먹는다.

음…
나는 정말 이런게 정말 많이 불편하다.

어차피 직장에서 주어진 role이라는게 있으니, 그 role에 충실하는 것은 필요한 것이겠으나,
그 role이 서로 넘을 수 없는 경계가 되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는,
그저 그것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나는 일부러 technician들에게 이런건 잘 모르겠는데 좀 가르쳐 달라…
이런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렇게 물어보고 부탁도 하면서 그 사람들이 나와 ‘동등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데…
너무 자주, 그 사람들이 그걸 불편해 하는 것 같다.

지난주는,
그 technician중 한 사람이, 좀 핀트에 맞지 않는 데이터 분석을 하는 이메일을 몇 사람들에게 보냈다.
나는 금방… 어휴… 이 바쁜 와중에 내가 이런 엉터리 이메일에 답장을 해줘야 하나…
투덜 거리면서,
그 사람의 이메일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이메일을 보내버렸다.

그 사람은,
그 이후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

한번의 내 이메일이,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벽을 만들어 버렸다…

부족한 실력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

어제 회사에서,
한 사람이 자기가 해야하는 일을 일주일째 하지 않고있는 것을 내가 알게 되었다.
내가 왜 그걸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말도 안되는 핑게를 대면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는 정말…
완.전.히. 확~ 화가 났다.

정말 급하고 중요한 일이었는데, 일주일 전에 이야기했을땐 하겠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아직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것에 대한 변명으로 거짓말까지…

너무 많이 화가나서,
혼자서 씩씩 분을 삭히고 있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이사람도,
실력이 좋은 것을 ‘선’으로 여기는 세상 속에서 그런식으로라도 살아남기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 아니겠나.
자신의 실력이 딸린다는 것을 아는데, 어떻게든 그래도 여기서 살아 남아야 하니…
이렇게 해야하는 것 아니겠나.

물론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어긴 것은 잘못이지만,
‘코너’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한 것이니…
그래도 좀 더 너그럽게 봐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글쎄…
잘 모르겠다.
‘약자’가 될때에는, ‘허물’이 더 너그럽게 용납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케이프타운 선언 (Capetown Comittment)

솔직히 말해서,

지난 얼마동안, 나는 내가 복음주의자가 아닐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았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복음주의자라고 이야기하는게 정말 ‘쪽팔렸다’.

어제 저녁,

시간이 약간 남아서, 인터넷에서 케이프타운 선언문을 읽어 보았다.

(케이프타운 선언은, 지난 2010년에 있었던 제3차 로잔대회에서 채택한 선언문이다.)

아… 그래,

이런 복음주의라면…

나는 복음주의자가 맞는 것 같다.

http://www.lausanne.org/content/ctc/ctcommitment (영어)

http://www.lausanne.org/ko/content-ko/ctc-ko/ctcommitment-ko (한국어)

Answering questions that nobody asks

1.

현대 기독교가 답답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는 질문을 대답하려고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있다.

하나님을 믿으세요, 라고 이야기하면…

현대인들은 ‘어떤 하나님이요?’ 라고 묻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 하나님의 독생자를 믿고 영원하 살아라 라는 식으로 쏟아내고 나면,

음… 이건 내 관심사는 아니네.. 

그렇게 돌아서버리게 되는 것이다.

크리스천 서클 밖의 사람들에게, 기독교가 relevant 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시도가… 일반적으로 실패해가는 것 같아 보인다.

2.

가끔…

내가 성경공부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한다거나, 뭐 기타 다른 세팅에서 이런 저런 강의/설교들을 하고나면…

결국 사람들이 물어보지 않은 질문에 대답하려는 시도를 했고, 그것에 실패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크리스천 서클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뿐 아니라, 크리스천들에게도 정말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다루지 못했다는 생각을 할때가 많이 있다.

3. 

Apple에서는,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다고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일단 그것을 갖게 되면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기기를 만든다” 고 이야기를 한다.

어떤 의미에서 맞는 말이다.


복음은, 혹은 진리는,

때로는 어떤 사람들이 원하지 않지만, 일단 그것을 받아들이면 그것을 매우 즐겁게 누리게되는 성격이 있지는 않을까.

4.

그렇지만,

내가…. 때로 ‘청중’과 disconnect 된 것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내 생각이 깊고 innovative 해서라기 보다는, (뭐 당연히 아니지… -.-; )

그저 relevancy를 잃어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ㅈㅇ 간사님의 날카로운 지적

최근,
K 운동 30주년을 맞이하여 앞으로 K 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재정비하는 ‘visioning’ 작업을 해왔다.
주로 간사 리더십에서 했고, 나는 그저 이메일이나 좀 받아보는 수준이었는데…
최근 몇주는 weekly conference call에도 좀 더 들어가서 마무리 단계에 있는 이 작업에 일부 참여하였다.

지난주였던가, 그 전주 였던가…
우리 간사들의 ‘문화’랄까… ‘분위기’랄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김ㅈㅇ간사님께서, 전반적으로 간사들이 좀 주눅(?)이 들어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다보니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도 어려워하고 조심스러워한다고.

그러면서 그 이유로,
일부 선배들의 ‘신화’에 간사들이 전반적으로 압도당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셨다.

나는 선배들처럼 신학적으로 잘 알지도 못하고,
선배들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지지도 못하고…
그러니 나는 여기에서 뭔가 끼어들기 좀 어렵겠구나… 이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김ㅈㅇ 간사님의 그 지적이 참 아팠다. 그렇지만 정말 잘 보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동대표모임이 끝난 밤에,
김ㅈㅇ간사님께 물었다.

제가 어떻게 다르게 했어야 했었을까요?
무엇을 잘못 했을까요?
어쩌다 사람의 신화가 조직의 문화를 지배하는 스토리로 남게 되었을까요?
(결국은 나도 그런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한 사람이므로…)

김ㅈㅇ 간사님은,
웃기만 하고 별로 신통한 대답을 해주시지 않았다.
말씀을 아끼시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뭐 딱이 내가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것이었을까.

미국 선거 결과에 별로 많이 upset하지 않는 이유

나는 미국의 양당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별로 고민하지 않고 ‘민주당’을 택한다.

사실은, 민주당도 좀 충분히 liberal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니,

당연히 공화당이 지난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것이 못마땅해야 당연하다.

그럼에도,

한국 선거에서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승리를 거두었을 때 보다, 훨씬 덜 upset하고 있다.

왜 그럴까?

미국의 정치체제 에서는, 공화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그렇게 많이 ‘후퇴’하지는 않는 다는 생각 때문일까?

(음… 사실 조지 W 부시 때, 미국의 전반적인 민주주의 자체가 획기적으로 후퇴한 것을 생각하면 뭐 그렇게 안심할바도 아닌 건데)

미국의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별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고 볼수도 있지만, 사실 티파티 중심의 그룹은 정말 scary할 정도의  노선을 가지고 있는데…. 게다가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 등은 어떻게든 지켜내야 하는데…)

나는 미국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 보다는 한국에 더 친밀감을 느끼기 때문일까?

(음… 뭐 어떤 의미에서 그렇다고 볼수도 있지만, 미국의 선거 결과가 전 세계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것을 감안할때 그렇게 I don’t care 하는 것은 아닌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좀 더 upset 해야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좀 하게 되었다. ^^

선배님의 포옹

지난 여름 휘튼에서 잠깐 황 간사님을 뵙고, 4개월만에 이번에 다시 뵈었다.
이번에 공동대표회의에 참석하면서, 여러가지 기대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황 간사님을 뵙는 것이었다.
지난 15년 넘는 시간동안, 내게는 바라보아야할 깃발 같은 역할을 해주신 분이시다.

그런데, 이번에 뵈니…
건강이 많이 좋지 않으신 것 같아 보였다.
장시한 계속 앉아 있는 것을 불편해하셨다.

깊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이 계속 회의를 했지만,
그저 잠깐 말씀을 나누면서는…
삶을 단순화해서라도 한 1년정도 좀 푹 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아…. 참 마음이 싸~ 하게 아팠다.
이렇게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 이거 참석하러 여기 이렇게 오신 거구나…

결국 회의, 회의, 회의….
저녁 9시가 되어서야 겨우 숙소로 돌아왔는데…
황 간사님의 숙소와 내 숙소는 걸어서 3분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황 간사님께서 내리시는 곳에서 나도 함께 내려, 쉬실 방으로 안내해 드리고 나오는데…
황 간사님께서 특유의 웃음을 지으시면서 함께 나오셨다.

나와, JK, 그리고 김중안 간사님 이렇게 셋이 있는데…
갑자기 와락 나를 안으셨다. 그리고는 한참동안…  꽉~ 나를 안으시고는 놓지 않으셨다.
JK와 김중안 간사님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로 하셨다.

하루종일 건강도 좋지 않으신데 회의에 참석하시고,
그 전날 새벽 3-4시까지 회의 준비 하느라 피곤한 후배들을 보시며…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고 꽉~ 안아주셨다.

나는 황 간사님을 함께 꽉 안아드리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왜 눈물이 났을까?
고마움의 눈물? 어리광의 눈물? 존경의 눈물?

참 여러가지 일이 많았고, 나름대로 중요한 결정과 논의를 많이했던 공동대표 모임이었는데…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는, 황간사님의 그 포옹이 제일 많이 남아 있다.

정말…. 건강하셔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