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알지도 못하면서

박사과정때 부전공을 선택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 학과의 규칙이, 부전공은 내 학위논문 주제와 전혀 관계없는 것을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참 좋은 규칙인데 그때는 엄청 궁시렁거렸다. 아니 나보고 그렇게 시간낭비를 하라고….

고민하다가 결국 나는 ‘경영학’쪽을 부전공으로 택했다.
그렇다고 내가 경영학에 대해 지금 뭘 아느냐… 하나도 모른다. ㅠㅠ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때그때 아무런 생각없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고 스케줄이 되는 과목을 거의 랜덤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들었던 과목 가운데 하나가 ‘투자(investment)’에 대한 과목이었다. 그걸 들었던 거의 유일한 이유는 수학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ㅎㅎ

그때 교수님이 첫시간에 모든 사람에게 숙제를 냈다. 너에게 1만불의 돈이 있고, 잃어버릴때의 페널티는 하나도 없고, 돈을 많이 벌때 얻는 수익만 있다면 그 1만불을 어떻게 투자하겠느냐. 주식 종목과 이유를 써라. 네가 그 주식들에 대해 아는 지식이라고는 주가 변동 추이와 그 회사들이 어떤 business를 하는지 하는 정보 외에는 없다.

음…. 나는 주식투자 이런건 정말 1도 모르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잘 모르지만…)
그래서 뭐라고 뭐라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주식 몇개를 써서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 다음 시간에 교수님이 아주 많이 칭찬을 한 대답을 들으며 나는 아…나는 진짜 이런걸 하나도 모르는게 맞구나 싶었다.
그 교수님의 말은, 주가 변동이 큰 주식을 사라는 거다. 이런 주식은 결국 high risk – high return 이고 risk가 없으니 return만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거라는 거다.

그래… 정말 그렇지.

그것도 모르고 나는 앞으로 5년간 반도체쪽의 기술 발전이 유망하고… 그러니 반도체쪽 주식 중에서 기술력이 좋은 무슨 회사를 사겠다는 둥… 그렇게 썼던 것 같다.

때로 어떤 전문분야는 외부에서 생각하기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영되곤 한다.
그런데 그 안에 조금만 들어가서 보면 그게 너무 자명한거다. 하다못해 그냥 101 과목 하나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의 지식.

나는 내가 일을 하면서 정말 전문가가 되었는가, 아니 최소한 전문가인척 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을 고민할때 이런 생각을 흔히 한다. 외부에서 보기엔 별로 자명하지 않지만 내부에서 보면 너무나도 기초적인 것을 내가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가.

나는…. 기독교에 있어 그것이 십자가, 하나님 나라 라고 생각한다.
하나님 나라와 십자가에 대해 자유자재로 이야기할줄 모르는 자칭 기독교 전문가들이 참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