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민우에게 친구중에 한국이 어디 있는 나라인지 잘 모르는 친구가 있느냐고 물어보면 그런 친구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민우가 보스턴에서 초등학교를 다닐때는 그런 친구들이 있었단다.

나는 미국에 처음 온곳이 보스턴이었고,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육수준이 높았으므로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한국이 어디냐고 물을 정도의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냥 한국이라는 이름 이외에 더 이상 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지금 나는 이곳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국인이라는게 꽤 이익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을때 한국의 회사들에게 연락을 해서 빨리 일이 되게 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회사와 일을 할때 내가 중간에서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것을 풀어주는 경우도 꽤 있었다.

Kpop도 그 위세가 대단하고, 삼성, LG, 현대/기아 등이 한국 회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작년에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다수 받으면서 뜨기도 했고, 금년에는 미나리라는 영화가 한참 인기다.

이곳에서 만나는 미국 사람들도 고추장이라는 소스를 아는 친구들도 있고,
fried chicken이라면 당연히 korean fried chicken을 먹어야한다면서 이 동네의 한국 치킨집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을 만나게되기도 한다.

한국 기술, 한국 문화, 한국 음식 등등이 그냥 신기한 외국것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의미있게 존중받을 만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민학교때 밥에 보리를 넣었는지를 검사했던 기억, (나라에 쌀이 부족해서.. 혼식을 반강제적으로)
낮기온이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교실에 난로를 때지 않았던 기억,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이런 새마을 노래를 불렀던 기억,
학교에 점심을 싸오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던 친구들이 늘 있었던 기억…

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정말 ‘가난한 나라’였을 기억이 분명히 있다

그러니… 한국인이라는게 advantage로 여겨지는 이런 상황이 내게도 참 신기하다.

아이러니

한국 밖에서 존경받는 신학자, 목회자 등이 한국에 방문면서 이상한 행보를 하는 것 같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번영신학이나 기복신앙에대한 신랄한 비판을 해온 P 목사가,
적어도 내가 생각하시엔 번영신학과 기복신앙을 아주 열심히 이야기하는 교회에가서 집회를 한 뉴스를 본적이 있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우상’의 개념을 잘 분석해내고 그것에대한 비판을 잘 했던 K 목사가 한국에 가서는…
자기중심적 신앙과 신학을 견고하게 지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가 왔던 것을 본적이 있다.

그런데 참 흥미로운 것은,
번영신학을 그렇게 비판하는 P목사의 메시지를,
번영신학을 추종하는 그 사람들이 ‘은혜롭게’듣는다는 거다.

그리고 자기중심성을 비판하는 P목사의 이야기를,
자기중심성이 신앙의 중심이라고 설교하는 사람들이 아멘으로 듣는다는 거다.

이건 멀리서만 발견하는 건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신학자라고 이야기하면서 어떤 신학자를 자주 소개하는 어떤 신앙인이,
사실은 그 신학자의 관점과는 매우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건 정말 이상한거다. 아이러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나는 그런 아이러니로부터 자유로울까? 내가 열심히 읽고, 듣고, follow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는 정말 이해하면서 그렇게 follow 하는 걸까

Global shortage

나와 같이 이런쪽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신문등을 통해 일부 접했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각종 기본 재료, 소자등이 엄청나게 부족한 상태이다!

자동차용 반도체가 부족해서 자동차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기 시작했다는 뉴스는 좀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사실 하다못해 PCB 기판 같은 것도 엄청 물량이 부족하다.

여러가지 반도체 소자가 부족한 것은 말할것도 없고,
그나마 PCB 기판을 구한다 하더라도 PCB 회로를 만들기위한 여러가지 기초재료/소자들도 엄청나게 부족하다. 작은 부품들이나 구리판등도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평소 3~4주 면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전자제품들이 그래서, 3달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또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졌다.

지금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조금씩 분석이 다른것 같다.
제일 많이 나오는 분석은 COVID-19때문에 집에서 소비되는 여러가지 전자제품의 소비가 늘었는데, 그것을 제대로 공급해주는 여러 공급망(supply chain)이 COVID-19때문에 제대로 돌아가지 못해서 이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엄밀한 의미에서는 COVID-19이전에도 일부 소자들이 조금 구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제한적이지만 조금 있어왔다. 내가 피부로 느끼기에는 대충 2018년정도부터는 조금씩 여기저기저기에서 소자/재료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 여파로 꽤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고 꽤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흥미로운 것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라가고 재료구하기가 어려워지니까, 공급망을 local에서 해결해보려는 시도들이 조금 있는 것 같다.
아주 큰 스케일의 생산을 미국이나 유럽등에서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약간 작은 volume의 생산-공급망중 일부를 local에서 해결해보려는 시도들이 일부 조금씩 보인다.

COVID-19이 과연 이런 식으로 globalize되어있는 여러가지 공급망을 새롭게 재편하는 역할을 하게될까?

나같이 세계의 여러나라의 공급망과 일을 해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하는 일을 매우 어렵게 만들긴 하지만…
나와 같이 globalized되어 있는 경제체제가 약자에게 가혹한 체제라고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혹시 이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약간의 희망을 가져다주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