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nda driven vs. People driven (2)

나는 개인적으로,
금년 KOSTA의 주제가 ‘하나님 나라’라고 주어졌을때 별로 반갑지 않았다.

하나님 나라라는 주제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already-but-not-yet같은 구조,
창조-타락-구속이라는 구조,
이런식으로 도식화되는 하나님 나라이야기는 지금 청년 세대가 관심있어하는 내용도 아니고,
그렇게 설명해서 이해가 잘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스토리’라는 것을 막 밀었다.
어떻게든 각각 개인의 삶과의 연결점을 주제 차원에서 만들어주지 않으면 이게 그냥 ageda를 던져주는 일로 끝나게 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이제 집회를 마치고 나서 반성해 보건대…
잘 되었는지 고민을 하게 된다.
간사팀에서 제공해드린 conference flow를 가지고 강사님들이 잘 해주시긴 했는데…
결국 그냥 지나치게 agenda-driven conference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의 부담이 계속 있다.
강사님들이 문제가 있었다거나, 간사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각각 이분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아주 훌륭하게 잘 해주셨다. 그런데 모두 함께 모이니 그렇게 되었다는 거다. 아마 제일 큰 문제라면, 괜히 중간에서 하나님 나라라는 이야기를 스토리로 풀어보자고 주장했던 내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당연히 KOSTA 같은 운동에있어,
어떤 pivotal moment에 agenda 세팅을 하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하다.
금년에는 주제가 그런 역할을 어느정도 했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렇게 agenda driven 이 계속되면,
청년들에게…
너희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거 가르쳐줄께…
이런 식의 꼰대 conference가 된것은 아닐까 그런 고민이 있다.

조금 더 bottom-up으로, 청년들의 마음과 목소리와 고민이 담기도록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가령,
나이 많이 드신, 이번에 다른 ‘단체(?)’에서 오신 어떤 분들은 이번 KOSTA가 진짜 좋았다고 하셨다고 한다. 신선한 충격이었다고도 했다. 왜냐하면 그분들이 추구하는, 그분들이 젊은시절부터 추구해왔던 agenda의 목소리가 KOSTA에서 담겼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러나, 정말 청년들은 그 이야기들을 어떻게 들었을까?
이 사람들이 맞닥들이는 삶에서의 무게는 다른 것들은 아니었을까?
오히려 금년에 다루어졌던 이야기들은 한국교회의 폭력성을 걱정하는 분들이 agenda로 제시하는 것들이고, 그것은 지금 청년들이 들어야하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어른들이 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KOSTA가 더 큰 그림 그리지 않고 그저 청년들의 felt need 만을 충족시켜주자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그렇지만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그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던져주는 agenda-driven이 아니라,
그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것 (심지어는 그들이 그 필요를 당장 느끼지 못하고 있더라도), 그 사람들이 목말라 하는 어떤 것 (심지어는 그들이 당장 그 목마름을 모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을 주는, people-driven approach가 더 필요하지는 않을까 그런 고민이다.

이번 KOSTA가 꼰대 conference가 되었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섬기는 강사님들과 간사팀의 자세와 정신, 독특하게 만들어내었던 분위기등은,
참석한 청년들이 정말 자신들을 위한 conference라고 느끼게 했던 것 같다.

Agenda driven vs. People driven (1)

깊은 insight도 있고, 대화하면 많은 것을 배우게되는 분들이 계시다.
그런데 그중 어떤 분들은 그 많은 지식과 열정이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agenda’에 쏟어부어지는 경우가 있다.

아마 예전에 한국의 일부 ‘운동권’이 그러지 않았나 싶다.
그분들이 꿈꾸었던 이상은 참 아름다웠고, 그것은 결국 인간을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상을 이루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분들은 사람에 주목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아젠다에 사로잡혀 결국 사람을 상하고 해치는 것을 너무 쉽게 하는 일들이 있었다.
반면 대비가 되는 경우는 노회찬 의원 이다. 이분은 돌아가실때까지 결국 사람들을 향한 사랑을 잃지 않았던 것 같다.

기독교에도 그렇게 agenda-driven 인 분들이 계시다.
한국교회의 개혁, 전세계 복음화, 교회의 부흥… 무엇이 되었건 간에.
이분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된 근원은 대개 매우 건강하다.
그런데 그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분들에게서 사람을 향한 사랑이 메말라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현장에서, 삶에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해온 agenda를 계속해서 push하는 것이다.

나는 KOSTA가 aganda driven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100% people driven이 되면 지나치게 상황화에 신경을 쓰면서 지켜야할 핵심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비판을 일부 감수하면서라도 많이 사람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청년-학생들을 향한 사랑이 KOSTA 를 시작하게 했고, 여태껏 지탱해 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기

크게 별난 재주 없지만,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기도 하다.
그러면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그것으로 최선을 다해서 하나님의 마음에 맞추어 살아가는 거다.

금년에는 follow-up 프로그램을 하는데, follow-up에서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작년에 비해서 줄었다. 작년에 비해서 참석자는 더 늘었는데.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자원했다.

그냥 시간 더 쓰기.

이번에는 follow-up 그룹을 세 그룹 하고 있다.
세 그룹에 총 40명 조금 더 된다. 그러니 이번 참석한 분들의 거의 10% 정도와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다. Oh my….

지난주 벌써 첫번째 주가 끝났다.
나와 하는 zoom meeting 등으로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편 감사하기도 하지만,
한편 참 안쓰럽기도 하다.
아니… 세상에 얼마나 평소에 공급을 못받았으면…

돌이켜보면 나의 20-30대에, 나는 참 여러 선배들로부터 풍성한 공급을 받았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내 의사와 관계 없이 그냥 내게 주신, 특권이었다.

그러니…
그 특권 받았으니,
나를 조금 갈아 넣더라도 시간 더 써서,
그 빚 갚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follow-up, 이제 4주 남았다.

어떤 사람들에 대한 부담감

살다보면 그냥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애정, 그리고 그것에 따른 부담감을 갖게되는 일이 있다.

내게 그 사람들중 하나는,
우리 KOSTA 간사들이다.

KOSTA를 섬겨온 시간동안,
정말 더 이상 이거 못하겠다고 생각했던 순간들도 몇번 있었다.

내가 그냥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는게 아니고,
더 이상 KOSTA라는 운동이 계속 되는 것이 무리겠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었다.

그때도 생각했던건,
어떻게든 이 간사들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support 하겠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KOSTA가 문을 닫는 한이 있어도,
간사들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혼자서 쓸데없이 비장한 결심을 한적도 있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냥 간사들을 위해서 뭐라도 계속 좀 하고 싶다는 것이 내 마음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자기 일들 다 바쁘고 힘든데,
자기 시간, 노력, 돈 들여가며 이렇게 하고 있는 이 사람들을 보면…
눈물이 쑥 빠지게 고맙고… 정말 감동이다.

매년 하는 기도지만,
하나님…. 이 소중한 형제자매들… 하나님께서 꼭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찾아가셔서 많이 칭찬해 주십시오. 세상의 다른 것으로 이 수고를 갚지 마시고, 하나님께서만 주실 수 있는 그 무엇으로 이 수고를 다 보상해 주십시오.
올해도 캠퍼스 구석구석 다니며, 많이 울면서 기도했다.

내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나는 내가 KOSTA에서 ‘강사’로 인식되는 것에 매우 깊은 부담이 있다.
강사가 간사보다 더 뭐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던가 그런건 전혀 아니다.
나는 간사팀에 대한 깊은 사랑과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간사들이 강사들보다 더 좋다 그런 것도 아니다.
존경하는 강사님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만,
내가 ‘강사’가 되는 순간, 더 이상 ‘간사’로 돌아갈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꼭 ‘간사’라는 title이 없더라도, 잔치를 베푸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잔치를 벌이고 그곳에서 그 잔치를 정말 갚지게 하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음악을 연주하거나, 여러가지로 잔치를 잔치답게 만드는 사람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뒤에서 잔치를 베푸는 사람으로 계속해서 남고 싶다.

그런데 내가 잔치에서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는 순간, 혹은 잔치에서 주목을 받는 사람이 되는 순간,
나는 잔치를 베푸는 사람이 아니라 잔치에 초대받아 잔치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 insight는 황간사님으로 부터 배운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많은 헌신을 한 분들에 비하면 내가 해온 일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과 재물을 KOSTA를 위해서 써 왔다.
그거 알아주는 사람 사실 거의 없지만, 내가 그렇게 해왔다는 건 내게 큰 기쁨이자 자랑이다.
그것 때문에 속 많이 썩이고, 가슴 졸이고, 몸 상하고, 눈물 많이 흘린 것들은, 내 나름대로 나만이 간직하고 있는, 나만의 ‘훈장들’이다.

잔치에서 잔치를 정말 아름답고 화려하게, 잔치답게 만들어내시는 장인들이 계시다.
나는 그 장인들이 되기 보다는, 정말 잔치를 베푸는 사람으로 머무르고 싶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훈장을 가지고 혼자서 뿌듯해 하면서.

더 이상 젊지 않다…

이번에 다녀오면서 COVID-19에 걸리고 말았다. ㅠㅠ
마지막 떠나오기 전날 밤에 test 했을 때는 negative 였는데,
아무래도 그날밤과 그 다음날 아침 상태를 봐서… 이거 걸렸다 싶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후다닥 돌아와 버렸다.
원래는 토요일까지 있으려 했으나, 금요일 아침 비행기로 바꿔서 집에 왔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test 해보니… COVID positive.

그날 밤 하루 좀 앓고 나니 한결 나아지긴 했지만,
이게 무리를 하는게 쉽지 않긴 하다.

이번엔 특히 기도와 LGS… 그리고 또 뭐 그렇게 이것 저것 괜히 하는 일 없이 일이 많았는지…
결국 하루에 4시간씩 자며 며칠을 가다보니, 나중엔 몸이 정말 힘들었다.
아… 예전 같지 않구나.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내가 정말 KOSTA에 참석하는 generation을 이해하는 것이 현저하게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생각하기에 이 사람들이 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에 꽤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 내가 이제는 이 generation을 이해하기엔 나이가 들어버린건가.

어쨌든 나는 더 이상 젊지 않고,
더 젊어지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뭔가 의미있게 KOSTA를 위해서 봉사하려면,
그것을 뛰어넘는 지혜가 있어야 하는 것일 텐데…
10년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지혜롭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정말 꽤 진지하게,
내가 KOSTA에서 뭘 도울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ㄱㄷㅇ 간사님께서 시작하신 KOSTA cafe는 탁월한 사역인 것 같다.
그냥 이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ㄱㄷㅇ 간사님께서 커피를 맛있게 만드시는 기술이 있으시니,
그분의 쫄따구 하면서 단순한 것들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기도는… 정말 모르겠다.

이번에 간사팀이 아무래도 더 힘들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간사팀에서 요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고 봄에 마음을 먹었었다.

그런데,
지난 봄에 저녁 기도인도를 내게 부탁했다.
뭐 그래서 하겠노라고. 뭐든 시키라고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몇달.
나는 꽤 엉망으로 살았다.
개인적으로 내 영혼을 잘 가꾸며 살지도 못했고,
여러가지 일로 바빠서 그야말로 엄청 아득바득 몇달을 보냈다.

그리곤 막판에 다른 곳에 빵꾸난것도 좀 메워야 했고…
해서 이번 KOSTA는 내가 생각/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바빠졌다.

설교 summary 잘해서 그냥 기도하면 되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기도를 위해 전체집회 설교 script들을 읽는데…
내용이 이해도 되고, 좋은 내용이라는 것도 알겠는데,
도대체 마음이 담기질 않는거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몹시 분주한 마음으로 시카고에 가서 첫날 기도를 해야하는 시간이 가까이 되었는데,
그 자리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향한 사랑하는 마음이 내게 전혀 생기질 않았다.

아니… 이래서… 내가 무슨수로 기도를 한다고…

그래서 나는 중보기도 팀에 가서,
내 영적인 상태를 이야기하고,
어떻게든 이 사람들을 좀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게 해 달라고 기도 요청을 했다.
그리고 중보기도 팀은 내게 손을 얹고 그렇게 기도를 해 주셨다.

그리고 전체집회 장소에 가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는데…
갑자기 내가 주체할 수 없는 만큼…
그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내게 막 느껴지는 거다.
어어…어어…어어어….

그 자리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그저 바라 보면서 사랑의 마음으로 흠뻑 울고는,
그때부터 기도해야할 내용들이 마음에 담기기 시작했다.
설교 내용들도 마음에 담기기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기도 인도를 잘 했느냐 못 했느냐는 둘째치고라도,
내게 그렇게 중보기도실에서 기도를 해준 분들은 정말 내 영혼을 다시 소생시키는데 일조를 하신 분들이시다.

이제 그분들로부터 그 기도를 받은지 1주가 더 지났다.
아직도 그 기도의 약발이 살아남아 있는 듯 하다.
좀 더 오래 갔으면 좋겠다. ㅎㅎ

참 기뻤던 일들

폭풍같이 지난주가 지나갔다.

몇가지 내 개인적으로 기뻤던 것들.

  1. 1년 건너뛰고 2년만에 성연이가 다시 참석. 남들에게 보이진 않았지만 난 구석에서 찡 하고 울었다.
  2.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참석. 중간중간 아내에게 들려서 실없는 농담하는게 재미있었다. 덕분에 훨씬 덜 피곤하게 느껴졌다.
  3. 오진이도 오랜만에 다시 오고, ㄱㄷㅇ 간사님 덕에, 가족 사진을 졸지에 건졌다! ㄱㄷㅇ 간사님 감사합니다.
  4. 내가 했던 것을 아주 망치진 않았다. 원래는 거의 아무것도 안하고 기도실에서 기도를 열심히 하고 싶었으나… 막판에 이것저것 다 하게 되어서. 다행히 아주 큰 빵꾸는 내지 않았다.
  5. 오랜만에 JT를 봤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모습. 지난 몇해 못한 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make up 하도록! ㅎㅎ
  6. JJ와 멋진 듀오 샷을 건졌다. 내가 참 아끼고 사랑하는 JJ. 사진 찍어준 경에게 감사!
    JJ 옆에 서면 내가 오징어가 되긴 하지만, 뭐 그건 괜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