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좀 난다면…

만일 시간이 좀 난다면…

아내와 딸과 함께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11시 반경에 겸언쩍게 브런치를 사먹으러 나가보고 싶다.

혼자 기도원에 가서 반나절 정도만이라도 깊이 좀 기도에 빠져보고 싶다.

web surfing, 컴퓨터 게임, sudoku, 한국 드라마 보기, 만화책 보기 등등… 그야말로 전혀 생산적이지도 창조적이지 않은 일로만 하루를 보내보고 싶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가족과 함께 낮은 야산을 함께 오르고 싶다.

한 15마일 조깅 후에, 샤워를 하고, 시원한 보리차를 마시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

한국식 목욕탕에가서 때를 밀고 낮잠을 한번 자고 싶다.

목표의식 이라는 것을 한 반나절 완전히 꺼놓고, ‘즉흥적’으로만 보내보고 싶다. 

마음이 쫓겨서 감사하지 못하던 마음을 추스리고 감사하는 일들을 보따리를 풀듯 하나씩 풀어 늘어놓고 감사에 잠겨보고 싶다.

시간이 부족한가, 열정이 부족한가, 체력이 부족한가

요즈음,
내가 하고 있는 일 하나 하나에 정말 마음을 쏟아 하고 있지 못한다.

사람들을 말씀으로 섬기는 일이나, 회사에서 실험을 하는 일이나, 사람들을 대하는 일이나, 아주 단순한 노가다 까지도…
하나 하나에 마음을 쏟아 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전같으면 쉽게 그 이유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 으로 돌렸던 것 같다.
하는일이 많고, 시간이 없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
나에게는 여전히 빈둥거리며 그냥 지내는 많은 시간이 있고…
훨씬 더 시간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렇다면,
체력이 부족한걸까.
내가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꾸만 쉬어주어야 돌아가는 걸까.
글쎄, 그것도 딱 맞는 분석은 아닌 것 같다.
지치지 않은 상황에도 쉽게 게을러지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열정이 부족한걸까.
매우 정답에 가까운 분석인 것 같긴 하지만…
열정의 부족으로 모든 것을 덮어씌우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원인일까.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내가 많은 일들에 마음을 담아 할때와 그렇지 못할 때 큰 차이 가운데 하나는…
내 기도생활의 건강함이다.

내 기도생활이 삶의 모든 부분을 엮어 주는 힘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내 삶의 모든 부분이 잘 정리되고 엮여졌을때 기도가 잘 되는 것인지…
닭과 달걀의 argument인 것 같기도 하고…
글쎄…

엄살은 이제 그만…

최근,
블로그에서 바쁘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했다보다.
아니면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를 너무 많이 했나?

만나는 사람마다 나보고 바쁜데 괜찮냐고 묻는다.

사실… 최근 한 두어주…  상당히 안바쁘다.
회사일도… sample이 없어서 실험이 꽤 한가한 편이고,
코스타일도… 생각보다 괜찮고…

오히려 나름대로 시간이 꽤 괜찮은데…

진짜 엄살을 너무 많이 떨고 살았나보다… ^^

Multi-tasking

나는 늘 멀티 태스킹을 하면서 사는 것 같다.
어느 한 순간을 놓고 봤을때, 내가 어떤 한가지 일만을 하고 있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한편에서 실험을 돌리면서 생각을 하고 있다.
실험장비가 돌아가는 약 9분 정도 동안 이 글을 써야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에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마친 이후, 그 다음에 어떤 일을 할 것인가가 항상 머리 속에 있기 때문에… (대략 10분-15분 가량의 단위로 시간을 쪼갠다)
어떤 일을 하면서 그 다음 일에 대한 계획도 끊임없이 머리속에서 돌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point를 매우 지루하게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나는 몹시 힘들어 하는 것 같다.
2분만에 이야기할 것을 30분씩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다보면…  혹은 이미 한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는 것을 듣고 있다 보면…
나는 이미 그 이야기의 줄거리를 다 머리속에 담은 이후에 한참 다른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그 다른 생각을 하는 자유조차 대화중에 주어지지 않는다거나 (그 사람이 계속 내 반응을 요구한다든가…) 하면 참 많이 힘들어 하는 듯 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직장 동료 한 사람이 와서 3분이나 이야기를 하고 갔다.
내가 다 아는 얘기를 새로운 이야기처럼 하고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이걸 9분만에 마치고 실헝장비로 가야 그 다음 실험을 하고…
그래야 오늘 12시에 예정된 함께 성경공부를 하는 형제와의 점심 식사 이전에 계획된 실험들을 다 마칠 수 있는데…)

어떤 사람과 목적없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잘 하지 못한다.
시간을 10분 간격으로 쪼개서 해야 할 일들을 하루종일 하면서 지내도,
자기전 내 outlook에는 그날 다 끝내지 못한 일들이 8개씩 뜨곤 한다.

하지만,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때로… 그저 시간을 낭비하면서 하나님과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경험한다.
그저 무엇인가를 아뢰는 것을 하지 않는 상태로… 30분이고 1시간이고 그냥 하나님과 함께 이야기하고… 말씀도 읽다가… 눈을 감고 하나님 생각을 하고… 심지어는 그러다 깜빡 졸기도 하고…

그런 시간이 내 삶에 고갈되면,
나는 이내 쫓기는 마음이 되고 불안해하는 듯 하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그렇듯,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 사람과 공감하고… 함께 시간을 죽이는 일도 중요한데…

내가 내 생명을 다해 사랑하는 하나님과 함께 시간을 낭비하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내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내가 섬겨야 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낭비할 계획을 미리 좀 짜놓는 것이 필요한 듯 하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도,
시간낭비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