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Wins

금년 늦봄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Rob Bell이 쓴 Love Wins 라는 책에 순식간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꽤 많은 교인수를 가진 교회를 개척한 젊은 목사이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유명 강사였으나,
나는 이 사람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한번에 받게될줄은 몰랐다.

내가 보스턴에서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이 최근 설교를 하나 하면서, Rob Bell의 이 책에 관해서 언급을 했다. 재미읽게 읽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관점이 왔다갔다 해서 Rob Bell이 정확하게 뭘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Rob Bell의 관점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는 것도 덧붙이고.

최근, 아빠가 되어서 정신을 못차리면서, 유난을 떠는 놈이 하나 있다. (내가 공개적으로 ‘놈’으로 부르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그놈이 지금 지 아들만할때부터 내가 그렇게 귀여워 해줬었는데… ㅎㅎ)
그러던 와중에 얘기 이 책을 읽었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썼다.
마침 audible account에 free credit 하나가 남아 있던 차여서, Rob Bell의 Love Wins를 다운로드 받아서 이틀만에 해치워버렸다. Rob Bell이 직접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엄격하게 말하면 듣고) 느낀 내 감상 몇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참 책을 잘 썼다! 정말 재미있었다. 설득력있게 쓰기도 했고. 그러면서도 논리적으로 성경을 잘 해석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자신의 경험, 성경 해석의 관점, 성경 구절, 신학적 전통 등등을 효과적으로 잘 활용했다고 생각했다.

2.
만일 이 책을 읽고 Rob Bell이 지옥이 없다고 얘기한다고 느꼈다면, 그 사람은 좀 더 공부를 해야하는 사람인 것 같다. ^^
정말 Rob Bell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들어보면, Rob Bell의 주장은, 여러 관점을 폭넓게 소개하면서 다른 관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임을 항변할 뿐이다.
실제로, 한참 이 책이 문제가 되고 있을때, Rob Bell이 섬기는 교회의 podcast를 통해서 그의 설교를 들어보았다. 한 설교의 처음은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다.
“제 이름은 Rob Bell 입니다. 저는 크리스천입니다. 저는 천국을 믿습니다 저는 지옥을 믿습니다. 저는 하나님도 믿고, 삼위일체도 믿고, 성경의 신적기원도 믿습니다. 예수의 십자가도 믿고, 심판도 믿고, 죄가 있음도 믿습니다. 사탄의 존재도 믿고 영생도 믿습니다. 그리고, 어떤 책을 비판하려면 최소한 그 책을 먼저 읽어보기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wording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식이었다. Rob Bell의 설교를 들어본 사람은 알지만, 그는 말이 무척 빠르다. 따다다다~)

3.
정말 Rob Bell이 왜 이런 책을 썼고, 이런 주장들을 펴는지 하는 것을 정말 더 깊이 이해하려면, 이 책에 나온 ‘예화들’을 잘 들여다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Mars Hill 이라는 교회에서 Rob Bell이 했던 설교들을 좀 들어보고, 특히 그 설교 중간중간에 드는 예, 설교 전후 혹은 설교 중간에 교인중에 한 사람이 하는 간증 등을 들어보면 참 도움이 된다.
정말 죄 때문에 심하게 망가져버린 사람들을 만나고 접하면서, 죄가 얼마나 사람을 무지막지하게 망가뜨리는지 하는 것을 가슴아프게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예수의 사랑으로 그런 사람들이 ‘구원’을 받아 새로운 삶을 살게되는 것을 반복해서 목도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저렇게까지 망가지는 저런 것이 바로 ‘지옥’이구나 하는 관찰을 했고, 그것으로부터 나와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새 생명을 얻는 것이 정말 ‘영생’이구나 하는 것을 보게된 것 같다.

4,
어떤 의미에서, 지옥을 죽어서 가는 영원한 심판의 장소로만 이해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땅에서 죄의 consequence가 얼마나 집요하면서도 무섭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가 하는 것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차라리, 죽어서 가는 영원한 장소로서의 지옥이 아니라, 지금 이땅에서 죄의 consequence로 그야말로 소망을 잃어버린채 살고 있는 그 모습 자체가 지옥임을 보는 눈을 뜨는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마치, 죽은 후에 가는 ‘천국’과 이땅에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를 통합해내어야 균형잡힌 온전한 신앙을 갖을 수 있는 것 처럼, 죽은 후에 경험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지옥’과 ‘이 땅에서 죄의 결과로 고통받는 아픔’을 통합해내는 것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한가지 아쉬운 것은, 맨 마지막 chapter와 그 앞의 chapter들과의 연관성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보여진다는 것이다. 거의 universalism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많이 풀어놓고 나서는, 예수를 받아들이고 따르는 삶의 urgency를 이야기하는 것이 별로 convincing 하지 않았다.

흠….
오진이에게도 나가사끼 짬뽕을 사서 보내줘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