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 (6) – 죄

죄에 대한 인식이 그리스도인이 되는 전제조건일까.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처음 복음을 받아들였던 ‘이성적인 단계’에서나, 그 후에 복음에 빠져들었던 ‘감정적인 단계’ 모두에서,
죄에대한 깊은 회개, 고백 등은 없었다.

내가 죄에 대해서 더 깊이 알게된 것은,
그 후에 성경공부를 통해서였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내가 가지고 있어던 갈등은,
“이렇게도 죄에대한 인식이 희박한데, 과연 내가 그리스도인이 맞긴 한건가” 하는 것이었다.

나는 예수의 십자가에 깊이 감격했지만,
그것은 내 죄를 용서하셨더는 감격이 아니라,
그렇게까지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랑 때문이었다.

죄에대한 인식 없이, 십자가의 희생이 어떻게 사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으나,
적어도 내겐 처음 단계에서는 그 십자가가 ‘죄의 용서의 도구’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사랑’으로 받아들여졌다.

죄에대한 분명한 인식, 그것에 대한 회개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전제조건일까?

내 초기 회심경험으로부터 거의 10년이 지난 시점이 되어서야…
일종의 신비체험과 성경공부를 통해서 죄에대한 더 깊은 인식을 하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내 초기 회심경험은 내가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아니었던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죄에 대한 문제는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에 대한 확실한 인식 자체가 복음을 받아들이는 전제가 아니라는 내 생각, 또 그런 내 경험은…
지금 내가 복음을 이해하는 방식, 복음을 전하는 방식, 아직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이나 복음에 막 입문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시각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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