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분야?

사실 나는 대학원에서 ‘플라즈마’라는걸 공부했었다. 그리고 그쪽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전문가’소리를 들을만하게 잘 배웠다.
오죽해야 박사를 마치고 간 첫 직장에서 내가 했던 일 가운데 하나는, 그 직장 사람들을 대상으로 플라즈마에 대해서 8번인가 10번에 걸쳐서 시리즈 강의를 하는 일이었다.
그 직장에선 플라즈마를 쓰는 사람은 많은데, 막상 그 detail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없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powerpoint로 강의자료 만들어가며 한주에 2시간씩 강의를 했었다.
음… 살짝 자화자찬 같지만, 나름대로 반응이 꽤 괜찮았다. ㅋㅋ
나보다 10살 20살 많은 선배 엔지니어들을 모아놓고 매주 그렇게 강의를 하는게 재미있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음…
나는 내가 이런일을 할것이라곤 학생때는 생각도 못했다.

플라즈마에 대해서 아주 높은 레벨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은 하나도 없다.
대신, 불과 한달전만하더라도 내가 한번도 들어도보지 못한 분야에서… 그쪽 분야를 10년 이상 전문적으로 해온 사람들과 토론을 해가며 product를 개발해야 한다.

게다가 여러개의 project를 하는데 각각 다루어야하는 분야가 천차만별이다. 회사에서 cover하는 project가 워낙 여러개이다보니 다루어야 하는 분야도 아주 많다.

처음엔 좀 overwhelming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어떤 의미에선 아주 생판 모르는걸 맡아서 빠른 속도로 배워가면서 그쪽 일을 해내는게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그 모든 분야에서, 내가 ‘플라즈마’에 대해서 깊이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이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대략.. 그 깊이의 80% 수준까지는 아주 빨리 도달하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쪽의 꽤 전문적이고 깊은 지식을 습득하는데 몇달이면 80~90% 수준까지 되는데…
나는 한 분야 박사한다고 그렇게 오래 시간을 보냈던 건가.
살짝 허탈해지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점점 ‘전문분야’를 잃어버리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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