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탄시즌에 묵상하기 좋은 주제 가운데 하나가 “잃어버린 것에대한 간절함” 혹은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는 소망”이 아닐까 싶다.
성탄은, 기본적으로 구원자가 이 땅에 온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이해하고 있는 바, 성경에 나와있는 그 사건에 대한 기술들은 꽤나 음침하다.
예수님께서는 십대 여자아이가 자기 의사와 관련없이 임신하게되어 태어나게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 십대 여자아이는 예전에 꿈꾸었을지도 모를 ‘평범하지만 행복한’ 삶을 더 이상 꿈꾸어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즌에 헤롯이라는 미치광이의 명령에 따라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몰살당한다. 예수님의 탄생이라는 사건 때문에 한 마을 전역에서 통곡소리가 나게 되었다.
말구유라는 구질구질한 환경에서 태어나신 ‘평화의 왕’을 제대로 영접한 것은 목동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사회 최하층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왕을 영접한 사람들이 결국은 그렇게 찌질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나는 성탄이 이렇게 그려진 것은,
예수님께서 그렇게 엄청나게 어그러진 세상에 오셨다는 것을 오히려 더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너무 망가져 있어서…
그냥 화려한, 혹은 멜랑콜리한, 혹은 고결한 방식의 soft-landing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거다.
어쩌면 가장 세상권력으로부터 주목받지 못하는, 그래서 가장 soft-landing에 가까운 방식으로 오셨음에도,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시는 시즌에,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분이 고치러오신 그 세상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하는 것이 더 드러나는 방식으로 성경은 성육신 사건을 기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