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오랜만에 학회때문에 보스턴에 간 마누라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왔다.

그리움… 그런게 많이 담겨 있다.

우리가 데이트하던 시절, 내가 살던 집이라고 마누라가 찍어 보낸 사진. 대충 모양이 비슷하긴 하지만 사실은 엉뚱한 집을 찍어 보냈다. ^^ 

보스턴에서는… 100년 넘은 낡은 집에서 살곤 했다.

거실 바닥이 기울어져 있고, 비가오면 지붕이 새기도 했고, 창문은 빡빡해서 한번 열고 닫으려면 연장을 써야하고, 걸어다닐때마다 삐걱 소리가 나는 그런 집이 우리의 신혼집이었는데… ㅎㅎ

이 사진은, 내 옛날 실험실로 향하는 계단/문을 찍은 것.

지금은 내 지도교수가 은퇴해서 아마 다른 교수의 실험실이 되었을 것이다.

화공과 건물에 내 office가 있었고, 내 아내는 화공과 학부를 나와서… 66동은 우리 둘의 추억이 모두 함께 있는 곳이다. 바로 옆쪽 비상 계단 지하는, 내가 혼자서 기도하고 싶을때 몰래 잠적하던 장소였는데… 아… 거기서 참 많이 가슴을 치며 울며 기도했었다.

우리는 food truck에서 밥을 사먹는걸 참 좋아했다. 3불이면 이면 든든한 점심을 먹을 수 있었으므로. 학교식당도 너무 비싸서 이런것을 참 즐겨 먹었다. 

베트남 아줌마가 파는 국적 불명의 닭고기 요리에, 매운 마늘 소스를 잔뜩 쳐서 먹었는데…  Spicy Thai Chicken, General Gao’s Chicken, Thai Peanut Chicken, Teriyaki Chicken…

우리가 늘 사먹던 그 food truck은 찾을 수 없었고, 대신 비슷한 것을 찾았다고 반가워 하면서 이 사진을 보내왔다.

Hayden Science Library에 가면, 졸업생들의 졸업논문들을 다 찾을 수 있다. 마누라가 거기서 내 thesis를 찾아본 모양이다. 그러면서 써서 보낸 말. “가짜 박사 아니네?”

나와 내 아내의 주된 데이트 장소는 주로 ‘컴퓨터실’ 이었다. -.-;

Athena cluster 라고 불리우는 MIT의 컴퓨터실은 campus 곳곳에 퍼져 있는데… 나란히 terminal을 차지하고 앉아서 computer를 쓰는걸 나름대로 낭만이라고 생각했었다.

우리는 진짜 nerd couple이었는데… 사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ㅎㅎ (이 사진은 그냥 internet에서 찾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