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나의 모든 것이라면…

월요일 아침,

한참 연락이 없던 후배 한 사람이 밥을 사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가끔 한번씩 밥사달라고 연락을 하긴 했지만,

워낙 오래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연락을 해와서,

뭔가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함께 먹으며 들었던 그 후배의 이야기는,

참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박사과정 학생이 겪을 수 있는 여러 경험 중, 특히 아주 힘든 과정을 겪고 있었다.

박사 고년차가 되었는데도, 이제라도 이걸 그만두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할 정도로 힘들어 하고 있었다.

나 역시,

박사과정에 고생한 것이라면 웬만한 사람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ㅎㅎ

그 친구의 이야기는 참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한동안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없을 것 같아, 

이야기를 좀 들으며 그 친구가 겪고 있을 어려움을 내 마음에 담아보고자 노력을 해 보았다.

아… 참 힘들겠구나.

그러다가, 내가 박사과정중에 참 여러가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어 했던 생각이 머리 속에 휘리릭~ 지나갔다.

교회 골방에 들어가서 금식을 해가며 하나님께서 해답을 주실때까지는 이 밖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나님께 졸라보았던 일,

어느 졸업식 날… 교정에서 졸업 가운을 입고 멋지게 사진을 찍는 이들을 보며, 내 모습이 초라하고 무력해보여 혼자 썰렁한 어느 건물 현관에서 흐느껴 울었던 일,

그와 함께 여러가지 나를 둘러싼 다른 환경도 어렵게 되어 이중 삼중으로 눌렸던 일,

마음이 너무 답답하면, 시편 23편을 목이 쉬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공터에서 외웠던 일,

66동 지하 기계실 옆 작은 공간에서, 정말 많이 가슴을 치며 기도하다가 가슴에 멍이 들었던 일…

정말 나도 나름대로 참 힘들었는데…

그런데 그 친구를 보면서 아, 이 친구가 내가 겪었던 것 같은 그런 과정을 제대로 좀 겪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 과정 속에서…

정말 내 존재를 누르는 것 같은 어두운 상황 속에서…

내 손을 붙들고 가시는 하나님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님과 동행한 그 경험은,

그로부터 10-15년이 지난 지금 내게 정말 등대와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자기 아들이 박사과정을 하겠다고 하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리겠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훗날, 그 아들에게, 

지금 겪고 있는 경험이 정말 힘들었지만… 그때 나는 하나님과 함께 그 과정을 겪었고 그 하나님과의 동행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갚진 것이기  때문에…

너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지금 이 과정을 걸어가라고.

지금 이 과정 속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는데 너무 급급하지 말고,

이 과정 속에서 하나님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한번 경험해보라고.

하나님이 나의 모든 것이라면,

내 문제의 해결에 촛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혹은 문제로부터의 도피에 촛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하나님과 함께 하는 것에 모든 관심이 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귀한 친구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과의 동행의 감격을 누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