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7)

며칠전 내 아내는 내게,

내가 이런류의 증상들(어제 쓴 것들)을 더 심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은,

K 총무간사를 하면서 부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랬던 것 같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도 나는,

마치 세상을 내 어깨에 진 것인냥 행동할때가 많았던 것 같다.

내가 무너지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

정말 버텨야 한다.

지금 이렇게 일이 쏟아지더라도 이걸 이를 악물고 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뭐 이런 류의 생각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게다가 직장에서도 거의 아무도 내개 이걸 하라고 지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하고,

오히려 내가 agenda를 내서 함께 하는 일을 주도해가는 형태였다.

한마디로,

내 삶에… 수동적인(passive) 측면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피동성, 수동성을 경험할때 내가 vulnerable해져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일이 점점 내 삶에서 없어지게 되었고,

어느새 하나님을 의지하고, 은혜를 바라보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적극적, 능동적, 진취적 인본주의자와 같은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새 직장에서 이제 첫 한달여를 지내면서,

참 많은 것을 새롭게 경험한다.

그중 한가지는,

누가 내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말을 듣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일을… 참 오랜만에 하는 일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나는,

다시 좀 vulnerable해지면 좋겠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더 의지하고, 하나님의 은혜에 기대어 사는 모습을 많이 회복하게 되었으면 한다.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6)

한 일년 정도 라고 보아야 할까.

최근 나는 나 자신과 내 신앙과 내 성품, 그리고 삶을 돌이켜보며 마음이 힘들었었다.

내가 관찰한, 내가 불편한 내 모습을 좀 정리해보자면 대충 다음과 같다.

– 화가 한번 나면 잘 풀지 못한다. 뭔가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거나 납득이 되면 화가 풀어지는데, 내 논리로 설명이 되지 않으면 그 화가 풀리지 않는다.

– 다른이들에게, 그리고 특히 나 자신에게 매우 가혹하다. 기준을 높게 세우고, 그 기준에 모자르면 심하게 비난한다. 매우 자주 judgmental하다.

– 내 의도가 오해받는 것을 참지 못한다. 끝내 그것을 풀지 않으면 속이 쓰리고, 잠이 안오고… 

– 내가 하고 있는 계획을 방해 받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하루 시작해서 잠들때까지 거의 모든 것을 계획하는 쪽에 가깝다. 그러니… 내가 메꾸기 어려울만큼 긴 시간동안 내게 잡담을 늘어놓는 사람, 말이 논리정연하지 못한 사람 등등을 참 잘 참아내지 못한다.

– 온 몸에, 온 마음에… 늘 바짝 힘이 들어가있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늘 나를 사로잡고 있다. 그렇다보니, 내가 힘들어도 힘들다고 내색을 잘 안한다. 그게… 사람들에게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이야 그렇다고 해도… 힘들다는 기도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내가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외에도 이런 것과 연관된 많은 증상들이 내게 있음을 최근 많이 보게 되었다.

(아니, 하나님께서 보게 해 주셨다고 이야기 하는게 더 좋겠다.)

이런 증상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내가 ‘은혜’를 잃어버린 그리스도인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5)

P사에서 일하면서,

내가 꾸었던 꿈이 참 많았었다.

그 내용은 ‘내가 start-up company를 하는 이유’라는 시리즈의 글로 정리했던 적도 있었다.

http://woodykos.tistory.com/251

http://woodykos.tistory.com/252

http://woodykos.tistory.com/254

http://woodykos.tistory.com/255

http://woodykos.tistory.com/256

http://woodykos.tistory.com/260

http://woodykos.tistory.com/257

나는,

21세기 초반, 하나님 나라 백성이, bay area에서 엔지니어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경험하며 실험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이 일을 해나가면서 몇가지 문제점에 부딛혔다.

우선, 내가 이 일을 제대로 해내기에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함께 하고 있는 lab director C가 이 점을 많이 제공해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C도 이걸 다 감당해내기에 충분한 리더쉽과 실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참 좋은 꿈이 있는데…

이걸 통해서 정말 제대로 일해보고 싶은데…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가지고 엔지니어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한번 풀어 보고 싶은데…

그렇게 해낼 실력이 부족한 것이다.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자각은 참 내게 아픈 것이었다.

A 사에서의 경험은,

아마 이런 측면에서, 내가 실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A 사에서 retire 할 정도까지 일하게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여기서의 일을 통해 내가 실력을 더 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4)

내가 생각하기에,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해는, 이론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론적으로 이해한 하나님 나라는 추상적이거나 비현실적 이상주의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그 사람을 하나님 나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영적 도약을 이루었던 시기들을 돌이켜보면,

그때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론적 이해가 깊어졌던 시기였다기 보다는,

하나님 나라의 실제를 경험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때로는 그 영적 도약이 깊은 좌절이나 절망 속에 이루어지기도 했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일이나 상황을 접하면서 이루어지기도 했고,

내가 하나님의 명령에 힘들지만 순종했던 경험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보통 내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눌때,

그것은 자주 내가 경험한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에 근거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위에 언급한 어떤 특정한 영적도약에 근거하고 있고.

그런데,

최근 1년여동안,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에대한 message를 할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일종의 답답함 같은 것을 느꼈었다.

그것은, 

내가 갖추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안주하며 하나님 나라를 더 깊이 경험하는 것을 멈추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숙하고 있는 것이 멈춘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회사 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내가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문제를 내어놓고 엎드리기 보다는,

내 ‘재주’로 돌파구를 만들어내온 내 꼼수가 내 삶 속에서 이끼처럼 끼어있다는 발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P 사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내가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라고 그림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것은 여전히 내가 갖추어놓은 environment에 안주하는 fall-back plan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었다.

그런 와중에,

P사의 어려운 상황, A사의 offer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3)

나를 아는 사람들이면 뭐 다 알지만,

꽤 유난스럽게,

성경공부 하는거 좋아하고, 사람들과 성경 이야기하는거 좋아하고, 멀리가서라도 하나님 나라 이야기하는거 좋아하고…

뭐 난 좀 그런 편이다.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 이야기를 할때면, 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모이더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내 돈과 시간 들여서 가는 것이 아깝지 않다.

나름대로 혼자 성경공부를 하기도 하고, 여러 강의등을 듣거나 신학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기도 한다.

그중에는 내가 생각해도 어려운 책들도 있다. ^^

그렇게… 

대충 20년 좀 넘게 살아온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성경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내가 무슨 빼어난 성경 해석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신학적 지식이 풍성해서 혹은 신학적 통찰이 뛰어나서 뭔가 어려운 현상이나 상황을 신학적으로 잘 풀어내는 사람도 아니고,

혹은 대단한 설교가여서 사람들에게 열정적인 설교를 해대는 사람도 아니고…

그럼, 정말 내가 해야하는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결국, 삶에서 복음을 가지고 살아내는 일이 내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물론 성경공부, 말씀 나눔, 필요하면 강의나 설교 등등을 하기도 해야겠지만… (아마 평생 하면서 살겠지만… ^^)

나는 결국은, 신학자, 목회자, 설교가는 아닌 것을.

하나님 나라 백성이, 엔지니어로서 지금 이곳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내 온 존재로 살아내는 것이 내게 주어진 우선적 identity가 아닐까.

이건 알고 있는 원칙들을 삶에 적용하며 사는 삶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적용해보지 않고는 알아 볼 수 없는 원칙들을 발견하는 작업도 포함한다.

대충,

지난 1년정도,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하면서 살았다.

내 이런 생각은, 내가 이번에 A 사를 가기로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관련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더 나누겠다.)

청소년…

나는,

중고등학교때, 신앙 생활을 상당히 날라리로 했었다.

주님과의 인격적인 관계가 있지도 않았고, 우리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은 그저 내게 문화로 자리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아주 생각의 폭도 좁았고, 그저 공부가 다인 것으로 여기며 그 시절을 보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을 보면, 

아… 쟤들이 정말 주님과의 인격적인 관계 안에서 자라나는 것이 참 중요할텐데….

뭐 그런 류의 생각을 하긴 하지만, 막상 그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건지, 누가 그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건지 등등에 대해 거의 개념도 없다.

이제 우리 딸아이가 소위 ‘중고등학생 청소년’이 되고나니,

이 아이를 생각하며 하는 기도가 좀 더 구체적이 되고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말 경쟁적 세상의 가치관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정말 참 마음이 아리다.

복음이 눌린 이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라면,

이 아이들이 복음 때문에 자유롭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일텐데!

복음이 주는 소망 때문이 이 아이들이 삶의 소망과 이유와 목적을 발견하여,

그 시절부터 주님 사랑하는 사람들로 커나가는 것이… 결국 30년 후의 우리의 모습에 희망을 주는 것일텐데!

이제, 오늘부터 Maryland에서 youth KOSTA가 열린다.

참석하는 귀한 아이들에게,

그들을 섬기는 모든 분들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가 부어지길 기도한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느라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복음이 주는 자유과 감격을 맘껏 누리고 깨닫는 시간이 되면 참 좋겠다!

복음이 이들에게 잃어버린 노래를, 잃어버린 춤을 다시 가져다주는 시간이 되면 정말 좋겠다!!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2)

이 결정을 했던 것은,

뭐 대단한 신앙적 결심 그런 것에 앞서… 

그저 매우 현실적인 결정이었다.

말하자면 많은 선택이 앞에 놓여 있는데 인도하심을 구하며 결정한 그런 case라고 이야기하기.. 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분은 뒤에서 좀 더 다루어보려고 한다.)

예전 회사는, start-up company 였다.

많은 start-up company가 그렇듯이, 사실 나는 비교적 낮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대신 약간의 회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만일 이 회사가 잘 되면, 이 근처에서 집 한채 살 수 있을 정도의 뭐 그런 수준의 지분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걸로 대박내고 retire할 수준은 아니었다. ^^ 그럴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보니, 무슨 통장 잔고 이런게 두둑하게 있는 수준이 될 수 없었고, 

수입의 일정 부분을 헌금, 기부 등에 사용하고, 무슨일이 있어도 반드시 saving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은 액수를 떼고 나면, 매달 겨우 break-even 하는 수준이었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매일 똑같은 햄 샌드위치를 싸가지고 다녔고, 회사에서 식당에서 점심을 사먹는 것 등은 정말… 일년에 한두번 정도 할까말까 였다. 

내 수입 수준으로 3-bedroom apartment에서 사는 것은 사치인걸까.

camry가 아니라 civic을 더 타고 다녔어야 하는 걸까. 뭐 그런 식의 고민 수도 없이 많이 했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런 경제적 상황 속에서,

회사의 장래가 불투명해지자 나와 우리 가족에게 던져지는 부담감은 상당히 컸다.

하나님께서 채워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긴 했지만,

사실 그런 과정에서 일종의 불면증 같은 것도 경험했을 만큼 나도 마음이 힘들때도 있었다.

(지난달까지만해도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달에 그게 사라진걸 보면… 불안감, 책임감 때문에 불면증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그런 추측을 해보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A 사에서 연락을 먼저 해 왔고, 매우 reluctantly 인터뷰를 했다.

A 사에서 받은 offer는 꽤 attractive 했다.

일한 하는 일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연봉을 더 많이 준다고 했다. -.-;

정말 돈으로 사람을 사오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현실적으로,

나는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을 주는 곳으로 옮긴 것이다.

다른 이유들을 쓰기 전에, 가장 현실적인 이유를 쓰는 것이 정직하고도 clear할 것 같아서 이렇게 먼저 써본다.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1)

예전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었다.

하는 일에 애착도 가지고 가지고 있었고, 나름대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랄까 그런 것도 많이 경험했다.

그 속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할 기회가 많이 있었고, 때로 실패하고 때로 성공하면서 성장해가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하던 일을 ‘팽개치고’ 갑자기 다른 회사로 가게 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예전에 이 블로그에서 좀 쓰긴 했지만, 앞으로 몇번의 글을 통해서 최근 내 직장 변경에 따른 여러가지 이유와 생각들을 좀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background로,

이전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있었던 일들을 좀 정리해보면 좋겠다.

9월초, A 사의 recruiter가 연락을 해왔다. 관심이 있느냐고.

그 당시 내가 일하던 P 사 상황은, 10월 말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였고, 그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서, 처음에는 좀 망설이다가… 내 resume를 보냈다. 그리고는 거의 바로 전화 인터뷰를 했고, onsite 인터뷰를 바로 하게 되었다. 나는 이 시점에서 우리 lab director에게만, A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틀 후,

P 사로 보아서는 중요한 meeting 하나가 9월 세째주에 있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회사를 살리려는 다른 노력을 계속 한다고 하더라도, 10월말 이전까지 성공적으로 돈이 들어오게 할 수 있을지 하는 것은 불확실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lab director는 그 meeting 직후에 나만 따로 불러서는…

그 A사 인터뷰 네가 놓아 버리지 말고 진행하면 좋겠다. 지금 우리 상황이 이러니… 

내일 우리 그룹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announce하고 각자 job을 찾도록 encourage 해야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It’s done. 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와 lab director가 정말 한참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고 회사 정원 돌 위에 둘이 앉아서 땅만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영화처럼 생생하다.

결국 우리 그룹 사람들에게, 

회사를 살리는 노력을 계속 하기는 하겠지만, guarantee 할수는 없는 상황이다.

가능한대로 각자 job을 찾는 노력을 시작해라…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함께 했던 사람들중, 다른 job을 그 기간안에 찾은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job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게 나만 뭐 잘나서 그런게 아니고, 나도 역시 A 사에서 먼저 연락온 것 말고는 따로 apply 한 곳들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결국 9월 마지막주에 A사로부터 verbal offer를 받았고 나는 대충 그 range라면 offer를 accept할 의향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곧 formal offer를 받았고, 나는 그 offer를 accept 했다.

그런데, 10월 둘째주 경에, 색다른 break-through가 기존의 P 사에 생겼다. 꽤 장기적으로 business를 진행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이다. 결국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P 사에 남게 되었다. 허걱…

만일 P 사가 망한다면, 내가 마지막까지 남게되는 사람일 것이라고 나도 생각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먼저 P 사를 떠나게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A 사에 다시 이야기를 해서, offer accept 한 것을 취소하겠다고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들에서 좀 더 이야기를 해보겠다.)

A 사에서는, 매우 aggressive하게 일을 진행시켰고, 하루라도 빨리 일을 시작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왔다.

반면 기존에 있던 P 사에서는, 10월말까지 끝내야하는 중요한 일이 있는데, 그걸 내가 좀 마무리하고 가주었으면 하고 부탁을 해주었고.

결국 나는 10월 31일까지 일하고, 이틀 쉬고 그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하는 일정으로 transition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일 적응하기

지금 내가 새롭게 시작한 일은,

기존에 내가 하던일과 꽤 많이 다른 분야의 일이다.

사실 내가 무슨 일을 하게될까 하는 것이 궁금해서, 이 회사 offer를 accept 하자마자 바로 하는 일이 무언지 얘기를 해달라. 그러면 미리 좀 준비하고 공부하고 가겠다고 몇차례 이야기를 했었는데…

워낙 이 회사에서는 비밀/보안 뭐 그런게 중요해서인지, 내가 무슨 일을 하게될지 철저하게 함구하고 알려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와서보니…

허걱… 

생각했던것과는 다른 종류의 일이…

게다가 사람들이 다들 워낙 바빠서, 내가 한사람을 단 10분 정도만 붙잡고 뭘 물어볼만한 여유가 없다.

1-2분 안에 물어보고 간단한 답을 얻을 수 있는게 아니면,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과도 meeting schedule을 정식으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뭘 물어볼 시간이 사실상 거의 없다.

그리고, 여기는 웬만하면 모든 말들이 다 code화 되어있다. 워낙 회사가 비밀/보안을 중요하게 여겨서 여러 자료들이 누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긴 하지만… 아마 실제로 회사 문서가 유출이 되더라도 웬만하면 그거 해독하는것이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을 지경이다.

가령, 어느 두 사람의 대화를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Can you give me an update on B3U723?”

“Sure. The major issue is BTRS. It may be fixed by applying RUH, but FQP says RUH is not available until the ETC of FF886. This is a strong indication of CXM. So we are trying to have Tom working on this and the ETC is EOD Thursday.”

(참고로, 위에 쓰인 각종 code들은 다 ramdom으로 만든 것들이다. ㅋㅋ)

음…. 음…. 이게… 분명히… 음… 분명히 영어인데….

아마 이 사람들이 러시아어로 얘기했다 하더라도 내가 이해하는 정도는 비슷했을 것 같다. 쩝. -.-;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을 좀 배워보려고 미팅도 따라다녀보고 사람들 대화도 주목해서 들어보고 해도…

완전히 암호 해독을 하는 수준에 가깝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가 notepad에 일종의 암호 해독표를 만들어가며 jargon들을 배워가고 있다.

완전히 탐정이 된 느낌이다.

그나마 약간씩 몇사람의 도움을 얻어 새로운 일에 대한 것을 좀 알게 되긴 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생소한 것이 많다.

두주가 이제 거의 다 지났다.

그래도… 아직은 갈길이 참 멀다.

새로 배워야하는 software들도 많고, 장비들도 새로 익혀야하고… 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 여러 복잡한 관계들에 대한 이해…

무엇보다 힘든건 우리 회사 내에서 interact하는 50명 정도 되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match 시켜 외는 것 말고도… 여러 ‘vendor’들의 중요한 사람들의 이름과 각 회사의 조직도를 숙지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이 vendor들은 ‘다른나라’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게 참… 만만치 않다. -.-; 일주일만 지나면 받은 명함이 수북하게 책상에 쌓인다.

잠깐 미팅에 들어가서 10명 일본사람 만났는데… 끝나고 나서 그 사람들 이름과 하는 일들, 직위 등을 대충 기억해야 하는 그런 경우도 있었다.

처음 들어올때, 

2-3주 내에 어느정도 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적응해서 ramp-up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음…. 이런 추세라면 거의 연말까지는 이렇게 가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제자리 잡기

나는, 

삶을 쳇바퀴 돌듯 맞추어 놓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아주 작은 detail까지도 습관으로 만들어 놓는 편이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늘 같은 아침을 먹고,

늘 같은 옷을 입고,

늘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늘 같은 스타일로 운동하고,

늘 같은 스타일로 아침 경건의 시간을 갖고,

늘 같은 스타일로 일하다가,

늘 같은 시간에 퇴근해서,

늘 같은 저녁 시간을 보내는…

뭐 그런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새 직장에 오니,

그게 다 깨졌다. -.-;

언제 일어나서 언제 나가야 하는지, 어떻게 점심을 먹고, 언제 운동을 하고, 아침 경건의 시간은 언제 어디에서 하면 좋은지…

등등이 정해지지 않아 매일 조금씩 다른 format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게 영… 불편(?)하다.

많은 것을 짧은 하루에 구겨넣다보니,

아무래도 이차적인 것들은 ‘루틴’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효율적이 되는 key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이제 아직 루틴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지 않으니 영….

이것들을 빨리 최적화(optimize)해서, 최대의 효율을 내는 system으로 만들어놓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기 하지만…

반면 이런 것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으므로… 이런 시기에 더 생각하고 경험하고 묵상해야 할 것이 있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자리를 잡기 전에, 무슨 생각과 경험을 해야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