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수학을 배우던 시절, 나는 수학을 아주 잘하지 못했다. 뭐 어느정도 하긴 했었고, 좋아하기도 했는데, 정말 수학을 잘하는 애들에 비하면…
반면 그 수학을 활용해야하는 물리는 참 좋아하고 잘했다.
참 신기한게, 그냥 미분방적식을 풀라고 하면 그게 잘 안되는데, 물리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미분방정식을 풀어야하면 그게 잘 풀렸다.
나는 왜 그런지 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똑같은 수학인데 왜 그냥 풀면 안되고 물리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풀면 잘 풀리지?
내가 나름대로 찾아낸 설명은 이것이었다.
내가 수학을 풀던 방식은 주로, 공식을 외고, 그 공식 중에서 맞는 것을 수학 문제에 적용해서 푸는 것이었다.
문제를 보고, 내가 아는 공식들을 이것 저것 끼워넣어 보는 것이라고나 할까.
반면,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풀었던 수학은…
문제를 보고, 그 문제를 푸는데 어떤 논리가 필요한지를 생각해보고, 그것으로부터 필요한 원리나 공식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적용해서 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설명이 잘 되었나 모르겠네…
좀 쉽게 설명하면,
내가 수학문제를 풀때는, 여러가지 지식을 재료를 널어놓고, 음식을 만드는데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를 찾아가며 음식을 만들었다면,
내가 물리문제를 풀때는, 어떤 음식을 만들겠다고 할때 필요한 재료가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내고 그걸 모아서 음식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나는 수학은 잘 못하고 물리는 잘했다.
나는 신앙생활에서도 비슷한 것을 본다.
어떤 사람을 보면…
분명히 그 사람이 올바른 신학을 가지고 있고, 얘기해보면 바른 얘기를 분명히 하는데…
막상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그 사람이 섬기는 방식을 보면 버벅거리면서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지게 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늘 모든 바른 신학적 지식을 다 갖추고 있는 것 같지 않아도,
그 사람과 얘기를 해보면 아… 참 맞다… 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그 사람이 섬기는 방식이 정말 건강하다는 생각이 확~ 들게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공식을 다 아는 것 같은데 버벅거리고,
어떤 사람은 심지어는 공식을 다 몰라도 쓱쓱 풀어가면서 공식을 찾아내기도 하고 유도하기도 하며 쉽게 문제를 푸는 것 같다.
신앙은 지식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지혜의 영역이고,
신학은 그 사람의 신앙을 도와주긴 하지만, 신학이 그 사람의 신앙을 define 하지는 못한다.
fancy하지 않더라도 신실한 삶,
유창하지 않더라도 진실된 눈물이 담긴 설교와 가르침,
늘 잘나가지 않더라도 참된 섬김.
그런 것들을 더 갈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