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아빠

민우는 전공이 ‘liberal arts’이다.
‘인문학’이라고 번역해야하나.
지금은 그중에서도 주로 문학과 연극쪽의 과목들을 많이 듣고 있는 것 같다.

쉐익스피어를 배운다는데… 음… 나 같은 사람은 그거 읽어도 해석도 안된다.
무슨 몇세기의 시(poem)도 배웠다고 하고,
여성학(?) 비슷한것도 배웠고, 내년에는 political science 쪽도 과목을 들어보려고 하는 것 같다.

무식한 엔지니어인 아빠 입장에서는,
허억 하는 내용들을 배우고 있다.

아빠는 진짜 무식하다.-.-;

민우는 그래도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잘 한다. 자기가 무슨 과목을 들었고, 뭐가 힘들도, 어떤 교수님이 좋고… 어쩌고…
학기중에 주말에 video chat을 하면, 민우가 먼저 끊자고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가, 민우야 이제 들어가…라고 하면… 민우는 벌써? 하면서 늘 아쉬워한다. ㅎㅎ

그러나,
이제 20대 초반인 민우는,
아직도 wisdom(지혜)에 해당하는 것은 우리들에게 물어본다.
어떤 것은 조금 더 고차원적인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어떤 것은 비행기 타려면 공항에 얼마나 일찍 가는게 좋으냐는 삶의 소소한 지식들도 있다.

비록 민우가 배우는 것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아빠이지만,
아직 삶의 지혜의 부분에서는 여전히 물어보는게 기특하다.

민우가 점점 커 가면서,
민우의 삶의 지혜가 어느순간에는 내 삶의 지혜보다 더 풍성해지는 날도 오겠지.
그러면 아빠가 무식할 뿐 아니라 지혜도 민우보다 못하게 되는 거겠지.

빨리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
민우에게서 보이는 삶의 지혜가 참 기특하고 깊구나… 하고 느끼는 때가 오면 좋겠다.
그때가 빨리 오도록, 민우에게 빨리 많은 지혜들을 잘 전달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이를 아는 것이 슬기의 근본이다. (잠언 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