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황이 절망스럽게 느껴지는 두가지 이유

George Floyd가 경찰의 부당한 폭력에 희생당한 것으로 인해 미국 이곳 저곳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내가 사는 곳 근처도 도시에 따라서 저녁 8시정도부터는 대개 통행금지령이 내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하지 않는다면 이건 정상적인 이성과 감성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에 분노하고, 아파하고, 고민하는 것은 그냥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그런데…
한국의 ‘선진 시위’와 비교되기 때문일까.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참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일단, 적어도 내가 아는바, 이곳에서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가게를 부수고 물건을 빼앗아가는 폭도는 아니다.
오히려 시위에 참여하는 틈을 타서 그런 일을 하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평화롭지 못하다는 것은 그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것으로 비추어져버린다.
1992년에 그랬던 것 같이 흑인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 –> 정당한 분노 –> 무질서와 약탈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 공식이 되어버리면 그건 흑인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런데 정의를 요구하는 시위에따라 생긴 공권력의 공백이 이런 폭력배들의 약탈로 이루어지는 고리가 끊어지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적어도 미국의 상황에서는.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해 정말 분노하는 ‘정의로운 보수 백인’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가령, 남부의 백인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중에 양심있는 사람들이, 이것이 잘못되었다. 미국 정부의 현 대응은 잘못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여전히 그냥 흑인들과 ‘좌파 백인’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이렇게 보이는 내 판단이 틀리기 바라고, 정말 정의로운 보수 백인들의 등장이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별로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나는 늘 사회의 변화가 자주 그렇듯이, 결국 세대가 지나가야 느껴지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세대가, 보수 백인의 가정에서 자라는 다음 세대가, 이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 이것이 궁금하긴하다.

민우는 자신의 세대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적어도 자기가 만나는 자기 세대의 사람들과 대화해보면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절대 다수라고 이야기하긴 한다.

민우의 친구 집단이라는게… 아마 bias가 있을 테니…

어쨌든,
많이 화도 나고, 많이 안타깝기도 하고, 많이 답답하기도 한데…
변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려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더 마음이 무겁다.
내 예상이 틀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