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미국의 어느 지역의 대형교회 청년부에 다니는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그 교회에서 교회 소그룹 인도자 (순장)을 하라고 그 목사님이 자신에게 이야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순장으로 calling을 받았다고 표현하는 것을 들었다.
음…. 뭐 순전히 문자적 의미로 교회 소그룹 인도자가 되라고 요청을 받은 것이니, calling이라고 하는 것이 문법적으로 잘못된 것은 분명히 아니겠지만… 일반적으로 교회 세팅에서 쓰는 calling 혹은 소명은, 하나님께서 무엇인가를 하라고 부르시는 것을 의미하지 않던가.
아니, 그런데… 어떻게 그 교회 목사가 소그룹 인도자 하라고 시키는게 하나님께서 시키시는게 되는 건가????? 이런 참람한… How blasphemous!
2019년 10월 22일엔 무슨 일이 있었다고 google photo가 이야기해주는데, 이게 떴다. 독일출장갔을때 마셨던 무알콜 맥주인듯. 나는 술을 잘 못 마셔서 맥주도 못마시는데, 독일에서 알게된 무알콜 맥주는 그래도 꽤 맛이 있었다.
2019년 10월 20일 주일 예배 끝나고 바로 비행기를 타고 Munich으로 갔다. 시간이 빡빡해서, 예배 끝나고 바로 그 자리에서 공항으로 직행.
21일 10am Munich 도착, 도착하자마자 Munich 근교에 있는 Q회사 공장으로 직행, 저녁까지 달리고, 저녁식사까지 하고서는 저녁 10시에 호텔 도착, home office 일 하다가 자정 즈음에 뻗음.
22일 아침 7시에 호텔에서 나와서 Munich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정말 작은 도시에 있는 W 회사에 가서 하루를 보냄. 다행히도 이날은 저녁식사 약속이 없어서 다소 일찍 호텔로 돌아옴. 7시. 같이 간 팀 사람들과 근처에서 식사. 저녁 8시반이 되어서 호텔로 돌아와, 다시 그날 있었던 것 정리 이메일 쓰고, 일함. 독일의 밤 시간은 미국이 한참 일할 시간이므로… 호텔에 들어와서는 conference call로 회의도 참석하고, California home office 일들을 무지하게 해야함. 자정쯤 쿨쿨
23일 아침 7시에 호텔에서 나와서 다시 Q회사 방문. 하루 종일 회의, 회의, 회의. 저녁에 호텔에 돌아오지 저녁 8시. 또 일하다 잠듬.
24일은 Nuremburg에 있는 S 회사에 방문. 같이 간 팀과 함께 운전해서 Nuremburg까지 감. 계속 또 회의, 회의, 제조 공정 감시…ㅠㅠ 오후 5시쯤 끝나긴 했으나 다시 Munich에 있는 호텔로 와야 했으므로 다시 2시간반 운전해서 돌아옴. 돌아오자마자 호텔 들어가기 전에 함께 저녁 먹고 호텔 오니 거의 9시. 또 일하다 잠듬.
25일은 오전에 Q 회사에서 시간 보내고, 오후 5시 비행기타로 Frankfurt로 날라감. 25일 저녁은 그날 정리 이메일만 보내고는 쉼.
26일은 토요일. 살짝 늦잠 자고, 오전에 빨래해서 호텔 여기 저기 널고, 혼자서 나가서 Frankfurt 돌아다님. 한국 음식 땡겨서 점심에는 호텔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한국 음식점 찾아가서 비싼 한국 음식 사먹음. ㅠㅠ 오후엔 약간 일좀 하다가, 저녁도 skip한채 꿈나라.
27일은 일요일. 혼자서 아침에 성경 좀 읽고, 기도하고는… 바로 돌아가서 다음 주일에 해야할 설교 준비. (11월 3일에 설교해야 했음) 점심시간에 Frankfurt에 있는 친구 만남.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여서 반갑게. 저녁까지 먹고 헤어짐.
28일은 다시 월요일. 아침에 운전해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Q 회사의 다른 공장 방문. 주로 광학제품 만드는 공정을 보고 여러가지 discussion. 운전해서 호텔 돌아오니 7시. 피곤해서 혼자 저녁 먹겠다고 하고는 호텔 방에서 간단하게 먹음. 일하다가 잠듬.
29일은 오전에 Frankfurt 남쪽에 있는 Mannheim에 있는 어떤 회사 방문. 회사에서 대접해주는 점심 잘 얻어먹고 공항으로. 오후 5시 비행기 타고 미국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정리하는 이메일 몇개 쓰고는 쓰러짐. 29일 저녁 8시반에 SFO 도착
30일 바로 출근 ㅠㅠ
2년전 일인데, 내 여행 기록을 뒤져서 대충 이런 정도의 일정을 재구성 해 보았다. 음…. 다시 이렇게 일하게 될까? 그리고, 다시 이렇게 일할 수 있을까? ㅠㅠ 그새 내 체력도 더 떨어진듯 하고, 그렇게까지 달릴 자신이 없기도 하고… 그래도 그렇게 살았던 것이 훨씬 지금보다 더 productive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보통 ‘그리 아니하실지라도’를 이야기할때 기독교에서 사용되는 방식은 이런 방식이다. 나는 A라는 대학교에 가고 싶었어, 그러나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B라는 대학교에 가는게 하나님께서 정말 좋은 길로 인도해주시는 거야. 그러니 ‘합력해서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믿어야지.
음…. 정말 다니엘 3장의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신앙에 대한 모욕이다.
다니엘 3장에 나오는 그리 아니하실지라도는, 여기서 내가 가지는 모든 희망의 조건들이 모두 말살된다 하더라도 하나님과의 의리를 지키겠다는 이야기다. 하나님께서 이거 아니면 저것으로 더 좋은 길로 인도하시겠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니엘서가 쓰여졌던 시기는,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 왕의 극심한 박해가 있던 시기였다. 이 다니엘서를 읽었을 이들은 어쩌면 풀무불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었을 거다. 그런 이들이 ‘그리 아니 하실지라도’를 이야기한다는건 정말 엄청난거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내세신앙같은 것도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니까 전체 mlb 감독의 13%가 2003년 이후 Red Sox에서 선수로 뛰었던 사람들이라는 거다! (엄청나지 않은가!!!)
게다가 Indians의 감독으로 있는 Terry Francona가 2004-2011 Red Sox의 감독으로 있었던 것을 포함하면 5명의 감독이 Red Sox와 연관이 있다.
이 4명의 Red Sox 선수출신 감독의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이 4사람은 선수시절에 아주 뛰어난 선수들은 아니었다. 적어도 Red Sox에서는 ‘주전’이라고 보기엔 살짝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2004-2011 Terry Francona가 감독일때 선수로 뛰었던 사람들이다.
이런건 누가 좀 연구를 더 해보면 좋겠다.
…..
교회도 그렇다. 어떤 하나의 지역교회가 딱 10년동안만 정말 제대로 서 있으면 그 교회를 거쳐간 사람들이 한 시대를 섬기는 일을 나는 보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변질될수는 있어도, 적어도 어떤 기간동안 정말 훌륭하게 그 교회 출신들이 곳곳에서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이 만들어진다.
내가 처음 이 지역에 교회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을때 염두에 둔것은 이런 그림이었다. 이 교회가 딱 10년동안만 제대로 서 있으면, 그로 인해 한 시대가 복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