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난 강아지 같이…

이제는 개를 키운지도 꽤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개는 하루 두세번 산책을 하는데도, 할때마다 신이난다.
마치 난생 처음 디즈니랜드에 가는 어린아이와 같이 좋아하곤 한다.

최근,
좀 먼 거리 비행기를 탔다.

나는 많이 다닐때는 일년에 100,000 마일을 탈 만큼 많이 비행기를 탔던 사람이다.
그러니 먼 거리 비행기를 타는 것은 거의 지겨울만큼 많이 했었다.
그러니 비행기를 타면 어떻게 하는지 내 나름대로의 루틴이 있고,
뭘 어떻게 해야하나 허둥지둥하거나 잘 모르는 일들은 거의 없다.

나는 이번에도 단번에 내 자리를 찾아서,
늘 하던 루틴대로 척척 짐을 올리고, 충전 케이블을 꺼내고, 이어폰을 준비하고… 등등 모든 일들을 다 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내 옆자리에 두명의 중년 여성이 나란히 앉았는데, 이 두분은 비행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자기 자리도 찾지 못해서 내가 내 옆자리라는 것을 알려줬고, 기타 여러가지를 앉은 후에도 설명을 해주어야 했다.

승무원이 음료수를 줄때도, 어떤 것이 있는지를 몰라 전혀 엉뚱한 것을 요청하기도 했고,
일반적으로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것들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아주 신이 나 있었다. 아마 친구인것 같아 보였는데, 샌프란시스코를 거쳐서 LA로 놀러가는 중이라고 한다. (전혀 이 두 사람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의도가 없었지만 이 두분이 워낙 큰 소리로 신이나서 대화하는 바람에, 이 두 사람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을 억지로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비행기에서 한가지 한가지에 다 신기해했다.
그리고 내내 신이나서 이야기를 했다.

반면 나는,
그냥 조용히 앉아서, 이 별 의미 없는 시간을 때워보려고 그냥 내 전화에 담겨있는 podcast를 들으며 반쯤 졸면서 그렇게 가고 있었다.

그 두 사람에게 그 비행은 신나는 것이었고, 마치 강아지가 산책을 갈때와 같이 즐거운 것이었다.
내게 그 비행은 그저 의미 없는 것이었고, 시간을 지루하게 보내야하는 것이었다.

….

나는…
내게 주어진 삶과 시간을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게 주어진 이 땅에서의 짧은 시간속에서, 그것을 충분히 appreciate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