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는 낭만이 있(었)다

이 이야기가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다녔던 학교의 내가 다녔던 학과에서는 이런 전설같은 이야기가 내려왔다.

David Turnbull은 Harvard의 교수였고 John W Cahn은 MIT 재료과 교수였다.
어느날 Harvard에 교수로 있던 David Turnbull이 MIT에 와서 세미나를 했다고 한다.
세미나가 어려워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세미나가 다 끝나고 질문시간에, 듣고 있던 John W Cahn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그러자 Turnbull이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Cahn도 역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질문의 내용을 이해한 사람들은 그 두 사람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

우아, 이런거 완전 멋있지 않은가.
나는 원래 이런 ‘학문’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물론 내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대학원을 할때에 이미 이런 ‘학문’은 사실상 거의 소멸된 상태였다. 적어도 내 전공분야에서는 그랬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정말 전설같은 교수들이 있었고, 거의 Material Science라는 학문 자체를 만들어낸 학자들이었다.

Crystallogrphy의 사실상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Martin Buerger가 그곳의 교수였고, 바로 그 제자가 내가 학교다닐때 역시 교수로 있었다. (Prof. Wuensch)
Ceramic분야의 거의 원탑 대가인 Kingery도 그곳의 교수였고, 그 제자 (Prof. Chiang)가 역시 내가 학교 다닐때 교수로 있었다.
위에 언급한 Carh의 제자중 한 사람이 교수로 있었고, 내 박사논문 심사위원중 한명 (prof. Allen)이었다.
Solidifcation process의 대가인 prof. Flemings는 내가 학교 다닐때 심지어 교수로 있었다. Prof Allen만 하더라도 Allen-Cahn equation이라는 엄청 유명한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 낸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지도교수를 정할때만 하더라도 정말 ‘학문’으로서의 Material science는 거의 소멸되었고, 누가 더 sexy하고 cool한 것을 만들어 내느냐 하는 것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 쪽에 돈이 다 몰려서 그랬겠지만)

지금 대학원에서 하는 일들을 보면 이제 정말 모두 ‘돈 되는 것’을 하는 것을 넘어서 ‘돈이 더 되는 것’에 모두가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물리적, 화학적, 수학적인 거대한 발견이나 breakthrough가 20세이 초반이후 사실상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박사를 받고 나오는 사람들이 하는 일을 보면, cool하긴 한데 낭만이 없다.
멋지긴 한데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

얼마나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AI가 수학의 난제들을 풀어내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나마 학문하는 낭만과 재미 자체를 AI가 빼앗아 가 버리고 이제 인간은 더 효율적이고 cool한 기술만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되어가는 걸까.

여러가지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