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mas Tree

지난주말,
우리가 가정을 꾸린지 13번째 맞이하는 성탄절에,
처음으로 내 키보다 더 큰 크리스마스 트리를 샀다!

아내는, 성탄은 예수님께서 오신 것을 기뻐하는 것인데, 그것과 크리스마스 트리는 큰 상관이 없는거 아니냐는…. 지극히 “오승스러운”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크리스마스 트리에 돈쓰는 것을 자제시키려 했다. ㅎㅎ

그렇지만 나는, 이제 teenager가 되도록, 한번도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집에 가져보지 못한 민우에게,
그래도 뭔가 크리스마스 트리 다운 걸 하나 갖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을 장식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진짜 나무도 아니고, target에서 40불주고 산, 싸구려이지만…

아직 밖이 어두운 아침 5시 반, 기상 알람 소리에 눈을 떠서 거실에 나올때…
반짝이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괜히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해준다.

싼타마스!? 그리스마스?!

지난 주말, 결혼한지 4년만에 처음으로 집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갖게 되었다. 그동안 살고 있는 집이 워낙 좁아 트리를 놓을 자리도 없었고, 그리 비싼 것은 아니지만 트리를 장만할 경제적 여유도 없었을 뿐 아니라 결혼을 한지 1년만에 낳은 – 이제 세돌이 막 된 – 딸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도 예수님 생일을 축하하는 장식을 쉽게 집안에 들여놓기 어려웠던 터였다. 그러나 금년엔 이제는 조금씩 사리분별을 하는 아이의 정서를 위해서도 예수님 생일을 더욱 드러나게 기뻐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조그마한 인공 소나무 하나를 사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장식품들이 문제였다. 이제는 잠자리에 들기 전 눈을 꼭 감고 기도하는 훈련을 시작한 딸아이에게,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오신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를 가르치기 위해 마련한 크리스마스 트리인 만큼 정말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식들을 달고 싶었다. 반드시 “말구유에 놓인 아기 예수님”들로만 장식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정말 크리스마스 정신(spirit)에 맞는 장식을 하고 싶었다. 하나씩 장식을 걸며,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세살박이에게 크리스마스에 대해 설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장식품들을 하기 위해 가까운 백화점이나 할인 매장등에 갔을 때 우리는 정말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나타내는 장식을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저 반짝이는 전구들, 가짜 눈, 반짝거리는 금줄, 눈사람, 산타 클로스, 루돌프, 호두까기 인형 등은 어느 곳을 가든지 쉽게 발견할 수 있었으나 정말 예수님의 탄생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장식은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었다. 가장 그나마 비슷한 것이라곤, 크리스마스 트리의 맨 꼭대기에 다는 별과, 일부 천사의 날개(?)를 단 눈사람 장식들이 전부였다.

결국
우리는 제법 떨어진, 그러나 제일 가까운, 기독교 서점에 가서 아주 빈약한 장식 몇 개를 살 수 밖에 없었다. Joy 라고 크게 써 있는 반짝이가 박혀있는 글자 장식과 천사 장식 몇 개… 그 가운데 내 시선을 붙들었던 장식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한쪽에 있고, 그 반대 쪽에는 예수님의 십자가가 그 트리를 받치고 있는 장식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잊은채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 하고 있지만 사실 크리스마스의 참 의미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있다는 뜻으로 생각되었다.
비교적 단순하고 작은 장식이었지만, 나는 그 장식을 보며 눈물이 핑돌았다. 이제는 아무도 축하하지 않는 예수님의 생일에, 다른 화려한 백화점에서 크리스마스의 참 의미를 지는 장식을 찾지 못하고 이렇게 구석의 후미진 기독교 서점의 한 구석에서라야 이렇게 작은 장식을 찾을 수 있는 현실. 어쩌면 산타클로스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정작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은 구석에서 찾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이 계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곤, 내 자신과 내가 속한 공동체를 돌아보아도 그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기대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같이 성경공부를 하는 사람들끼리 따뜻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우리와 함께 하기 위해 말 밥통에 오신 예수님의 사랑에 흠뻑 젖어보겠다는 결심은 별로 하지 않고 있구나… 하는 생각. 교회에서도 함께 윷놀이를 하긴 하지만, 하나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신 것에 대한 감격으로 함께 끌어안으며 감격해 하고 기뻐하는 일들은 별로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

어느덧 모든 사람들에게 ‘싼타마스’가 되어버린 이번 ‘크리스마스’엔, 정말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오신 그 의미를 깊이 묵상하면서 기뻐해보고 싶다. 세상의 모든 가치관을 뒤집으시면서 (upside-down) 태어나신 왕께 내가 드릴 수 있는 감사를 마음껏 드리는 크리스마스를 갖고 싶다.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내 사랑하는 딸이 후에 성인이 된 후 기억하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의 모습이, 다른 사람이 아닌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며 감사하는 것이면 좋겠다.

성냥팔이 소넌 – play

1994. 12.
성냥팔이 소년
권오승 극본

나오는 사람 :
해설 (남자, 30-40代, 정장차림)
성냥팔이 소년 (남자, 10代, 남루한 차림)
사람1 (행인, 대덕제삼교회 성도)
사람2 (행인, 대덕제삼교회 성도)
사람3 (행인, 대덕제삼교회 성도)
사람4 (노인, 정제재활원 원장)
사람5 (연인, 남자)
사람6 (연인, 여자)
사람7 (야속한 행인)
사람8 (걸인)

무대, 암전 상태. 무대 중앙이 차츰 밝아지면 해설자 무대 한쪽으로부터 등장, 관객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한다.

설 : 저희 청년부의 뛰어난 연극, 성냥팔이 소년을 관람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여주신 여러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바야흐로 세계는 세계화, 국제화라는 커다란 흐름을 타고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그러한 세계화의 추세가 우리 나라, 그중에서도 이
대전, 그중에서도 바로 이 대덕제일교회 안이라 할지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희 청년부에서는
international한 감각의 연극을 마련했습니다. 제목은 성냥팔이 소년. International한 연극이니만큼 앞으로
진행되는 대사들은 international language인 영어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배우들 : (한쪽 구석에 모여 있다가 매우 놀라며 항의한다.) 뭐? 말도 안돼. 우리 아까까지만 해도 그런 얘기 없었잖아?
해 설 : 아, 아, 뭐 꼭 주어 동사 다 맞아야 영어가 됩니까? 그저 수준껏, 재주껏 하세요.
배우들 : (소란스럽게) 아, 그래도 그렇지 그게 어디 되나?
해 설 : (잠시 배우들의 소란을 잠잠하게 한 뒤) Now, ladies and gentlemen, this is… this is… um… Ok. Start!(퇴장)
소 년 : (한쪽에서 등장하며) Wow, it is cold! (지나가는 사람1을 보며) Hey!
사람1 : (돌아보며) Me?
소 년 : Yes, you.. you. This, This,
사람1 : This what?
소 년 : 아니 그러니까… (혼잣말로)성냥이 영어로 뭐지? I sell this. You buy this. Ok?
사람1 : Not OK.
소 년 : Please,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안되겠는 듯) Go. Goodbye. Merry Christmas!
사람1 : (빙긋 웃으며) Merry Christmas! (퇴장)
소 년 : (가슴을 치며 해설자 쪽을 바라보면서) 아니, 누가 영어로 하자고 그래서…
해 설 : Don’t speak Korean!
소 년 : Who… English speaking?
사람2,3 : (등장) Ra La La…
소 년 : Hey, please…
사람2,3 : (소년쪽을 바라본다.)
소 년 : I sell this. You buy this. Ok?
사람2,3 : (고개를 갸우뚱하며, ‘돌았나봐’하는 시늉을 하며) 다른쪽으로 퇴장.
소 년 : (사람2,3이 나가는 쪽을 향해) You보세요, You보세요.
이때 해설.손뼉을 두번 치며 다시 등장. 해설이 손뼉을 두번 치면 모든 사람들 그 자리에 마네킹처럼 멈춰선다.
해 설 : 이거 아무리 세계화도 좋지만 이러다가 성냥팔이 소년하나 굶어 죽이겠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려서 그냥 우리말로 해야겠네요.
해설, 손뼉을 다시 두번 친다. 해설이 손뼉을 치자 배우들은 빠른 동작으로 이미 한 동작들을 역동작으로 보여주고 해설은 tape 거꾸로 빨리 돌리는 소리를 낸다. 다시 해설이 무대 중앙에 등장하고,
해 설 : (해설이 계속되는 듯이)…제목은 성냥팔이 소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취지 하에 우리말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퇴장)
소 년 : (한쪽에서 등장하며) 어휴, 추워. 이거 Christmas eve인데 날씨가 정말 춥네. (사람들을 향해) 성냥 사세요. 성냥 좀 사세요.
사람4 : (소년을 향해 다가가며) 잠깐만 학생.
소 년 : 성냥 사세요.
사람4 : 아니, 난 성냥을 사러 온게 아니고, 뭐 좀 물어볼게 있어서.
소 년 : 뭔데요?
사람4 : 내가 아까부터 저쪽에서 계속 봤는데 이거 성냥팔이 소년 연극 맞지?
소 년 : 예, 그런데요.
사람4 : 그러면 이거 학생이 아무리 팔려고 해도 사람들이 Christmas 기분에 들떠서 관심도 안갖는거 그거 맞지?
소 년 : 예,예. 그렇긴 한데…
사람4 : 그러면 그 내용은 여기계신 사람들이 다 알아요. 그러니까 쓸데 없이 긴 부분은 빨리 돌려서 보내버리고 시간도 부족한데 필요한 부분만 보여주라구.
소 년 : 아니, 그래두 어떻게 그렇게…
사람4 : 어허, 그렇게 하라면 그렇게 하는거지 뭐 그렇게 말이 많아! (소년머리에 군밤을 한방 먹인다.) 또 한방 안먹으려면 내가 하라는대로 해!
소 년 : (머뭇거린다)
사람4 : 이거 안되겠구만, 어이, 해설자!
해 설 : 예.
사람4 : 어여 박수 세번 쳐.
해 설 : (머뭇거린다.)
사람4 : 어여 쳐!
해 설 : 예,예…

설이 박수를 세번 치자 사람들이 빨리 빨리 지나간다. 소년은 성냥을 팔려고 하다가 사람들로 부터 계속 외면만 당한 채 쓰러진다.
잠시 무대 어두워진다. 이어서 한쌍의 연인이 관객을 보고 앉아 영화를 보고 있다. 소년은 한쪽 구석에서 연인을 보고 있다.
소 년 : 어, 여긴 영화관이잖아?
사람5 : 역시 영화는 야해야 제맛이야.
사람6 : 어휴, 응큼하긴. 어머나! (눈을 가린다. 그러나 손가락 사이로 다 본다.)
사람5 : 영자야. (어깨에 손을 올린다.)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사람6 : 나도.
사람5 : 어, 벌써 끝났네. 야, 우리 가서 한바탕 흔들면서 젊음을 한번 발산해 보자.
사람6 : 좋아, 가자.
사람5,6 일어나서 무대 옆쪽으로 가서 춤을 춘다. 이어 사람5.6이 정지, 소년이 나온다.
소 년 : 저 사람들에게는 크리스마스가 데이트하면서 야한 영화 보는 날인가보지?
무대 다시 어두워진다. 소년은 다른 쪽으로 이동한다. 무대 다시 밝아지면 사람8이 사람7의 바지를 붙잡고 사정하고 있다.
소 년 : 여긴 연구단지 사거리네.
사람7 : 아, 글씨, 없어요오오.
사람8 : 제발 부탁입니다. 불쌍한 이 사람을 좀 도와 주세요. 콜록,콜록,콜록.
사람7 : 아, 글씨, 안돼요오오.
사람8 : (갑자기 연극에서 나와서) 야, 이거 해도해도 좀 너무 하는거 아니야? 아무리 연극이지만 이건 좀 심하다.
사람7 : (갑자기 당황하면서) 어, 이건 대본에 없는건데…
사람8 : 대본에는 당연히 없지. 이건 내가 그냥 하는건데. 관객으로부터 주목 좀 한번 받아보려고. 사실, 내 대사가 별로 없잖아?
사람7 : (황당한 표정으로) 야, 그러면 어떻게해!
해 설 : 야, 뭣들 하는거야. 어서 원위치해!
사람8, 투덜거리며 제자리로 돌아온다. 다시 연극이 진행된다.
사람7 : 어어, 어거 참. 오늘 구리수마수 파티에 입고 갈 옷인데 다 구겨졌어어. 재수에 옴붙었네.
사람8 : 여보세요, 제발…
소년, 등장하자 배우들은 정지동작.
소 년 : 저 할아버지의 크리스마스는 왜 저렇게 비참해야만 할까? 아! 저기 불우이웃을 돕는 사람들이 오네.(퇴장)
사람1,2,3 등장. 이들은 손에 라면 상자를 들고 있다.
사람1 : 야, 저기가 정제 재활원인가봐.
사람1 : 야, 그런데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우리가 여길 꼭 가야돼냐?
사람3 : 누가 아니래. 나도 사실 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 그냥 가는거야. 이거 끝나고 애프터가 기가 막히다고 누가 그러던데.
사람2 : 그래?
사람8 : 이 불쌍한 사람을 좀 도와주세요.
사람1 : (사람4를 발견하곤) 야, 저기 저 사람 좀 봐. 우리 이거 좀 주고 갈까?
사람3 : 야, 너 돌았냐? 이거 가지고 가서 사진 찍어야지. 우리 대덕제삼교회에서 왔다갔다는 증표가 되지.
사람1 : 하긴 그래.
사람2 : 야, 야, 저런 사람 앞에 오래 있으면 괜히 크리스마스 기분 잡치기 딱 알맞다. 어서 가자.
사람1,3 : 그래, 가자.
사람4 : (이번에는 재활원 원장으로 등장) 어서 오세요, 대덕제삼교회 성도 여러분. 저희 재활원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1,2 : 자자- 우리, 우선 사진부터 찍고요.(사람4를 잡아 끌어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포즈를 취한다.)
사람3 : (재빨리 사진을 찍고나서) 자, 우린 이제 가 봐야지.
사람4 : 아니, 벌써 가시려고요?
사람3 : 예,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요. 그럼…
사람1,2,3, 재빨리 퇴장. 사람4는 허탈한 듯 이들을 바라본다. 이어 사람들 모두 동작 정지되고, 소년 등장한다.
소 년 : 야, 참 너무한다. 너무해. 저럴걸 뭐하러 재활원엘 가나?
무대, 어두워 진다. 무대 다시 밝아지면 소년은 누워있다가 일어난다.
소 년 : 내가 성냥을 팔다가 잠시 잠이 들었네. 참 이상한 꿈이었어. 에에, 크리스마스인데, 오늘은 그만 팔고 집에 들어가서 특선방화나 봐야지.
무대, 어두어지고 해설자 등장.

설 : 여러분, 어떻게 보셨습니까? 크리스마스란 과연 무엇을 하는 날일까? 데이트하고 즐기는 날? 아니면 고아원 가서 사진찍는
날? 제가 얼핏 듣기엔 누군가의 생일이라고 들었는데, 왜 사람들은 그 주인공은 쪽 빼놓고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는 걸까요? 듣자하니
여기 대덕제일교회에서도 크리스마스여서 무언가를 한다고 하는데, 여러분은 크리스마스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