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 이야기 (4)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은, 싱가폴 항공이었다. (제일 싼 것이어서 선택했다.!)
처음 타보는 것이었는데, 매우 서비스가 좋았다.

한국인 승무원도 있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한국인 승무원이 다른 한국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한국말로 이야기하다가 내게는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한국사람 같이 생기지 않았다고 말을 하므로… 뭐 상처가 된다던가 전혀 그렇진 않았다. 이곳에서도 한국 수퍼마켓에 가더라도 보통 점원이 한국말로 내게 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내 외모 이외에, 다른 행동이나 모습에서 나를 ‘한국 사람’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어떤 것이 있을까?

유난히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하였다.
한국 공항에 도착해서도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내게 다짜고짜 영어로 말을 붙이고,
공항버스를 타려고 줄을 섰을 때에나, cell phone을 rent 하기 위해 줄을 섰을때 모두 내게 한국말로 말을 거는 사람들이 없었다. -.-;

한국에 가서,
거의 15년만에 technical talk을 한국말로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내가 영어를 한국어보다 훨씬 더 잘하거나 그런 것은 전혀 아니지만, technical talk은 모두 영어로만 준비해서 해왔으므로 한국어로 하는 것이 매우 어색하고 힘들었다.

어느 연구소에서 처음 한국어로 talk을 하면서…
이야… 이렇게 말을 더듬거리고 단어를 모두 영어로 써도 사람들이 그래도 이해해줄까 하는 마음에 참 조심스러웠다.

그 다음부터는 어디를 가든지 미리 한국말로 talk을 잘 하지 못함을 양해를 구하고 좀더 당당하게 버벅거렸다. 어디에선 아예 영어로 하기도 하였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이젠 한국이 내게 그렇게 ‘어머니의 품’같은 곳이 아님을 좀 더 인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미국이 내게 그렇게 편한 곳인가?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여전히 영어는 힘들고, 다른 문화에대한 두려움도 있다.

미국도 한국도 편하지 않은…
정말 어중간한 나그네가 된 것이다.

Diaspora…
내 스스로의 identity이자 내가 섬기고 있는 이들의 identity
짧은 한국 방문중 좀 더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