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는 토요일이다

나는 요즘 우리 교회에서 유치원부터 2학년까지 아이들 주일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아이들이 진짜 귀엽다.
무지하게 말을 안듣는데, 그래도 참 많이 귀엽다. ^^

그러다보니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다. 늘 교회의 소식을 예배 끝나고 듣게되고, 설교도 녹음한 것으로 따로 듣고 있다.
뭐 그리 나쁘지 않다. ^^

그런데, 어제는 부활절이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가장 큰 명절이다.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고 많이 기뻐하는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이 안타깝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금~토요일에, 나에게 하는 설교를 혼자서 만들었다.
그 설교의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예수님께서는 금요일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영광스러운 부활을 일요일 새벽에 하셨다.
금요일은 절망의 날이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예수님과 함께 꾸던 꿈도 사라졌고, 삶을 걸었던 열정도 꺼졌다.
치열한 노력도 그저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후에 진이 빠지는 슬픔의 토요일이 왔다.
토요일에 제자들은 무엇을 했을까?
그저 정말 진이 빠져 있었을 거다. 슬픔과 탈진과 두려움과 실망등이 섞여 있었겠지.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은 그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바꾸었다.
아직 절망의 통곡으로 인한 탈진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그것을 완전히 뒤집을 뉴스가 나온것이다.
제자들은 그 새로운 엄청난 소식을 어떻게 handle 해야할지도 잘 몰랐을 거다.

제자들이 부활의 예수님을 만나고, 그 의미를 제대로 깨닫게 된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걸렸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아직 토요일을 살고 있다.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꿈들이 꺾이는 절망을 경험하고,
우리의 노력이 한계에 다다라서 이제는 침체만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저 자기연민과 의욕없음에 사로잡혀 축 늘어져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활의 일요일이 온다.
부활의 일요일은 그 침체의 절망과 의욕없음이 멋쩍어지는 날이다.
예전에 꾸었던 꿈이 그저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도, 하나님께서 그분의 방식으로 그 꿈을 차원이 다르게 이루신다는 것을 보는 날이다.

아직 우리는 토요일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부활의 일요일이 어떤 모습인지를 아는 토요일을 살고 있다.

그런의미에서 우리가 이 땅에서 맞는 부활절은 늘 부조리하다.
이 어정쩡한 상태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래의 기쁨을 드높이는 것과 같다.

그렇지만,
그것이 믿음이다.
이 어정쩡한 토요일에, 영광의 부활의 일요일을 보는 것이 믿음이다.

우리는 아직 토요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요일을 아는 사람들이다.

글쎄…
나는 혼자서 내가 짠 이 설교의 내용을 곱씹으며 혼자서 눈물이 가득해졌다.
한편으론 하나님 앞에서 좀 서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감사하기도 하고.

아직은 토요일이다. 그러나 일요일이 온다. 아니 일요일이 왔다.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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