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Food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가끔 회사의 같은 팀 사람들과 점심을 나가서 먹을 때가 있다.
중국 음식점도 가고, 인도 음식점도 가고, 이탈리안 음식점도 간다.
지난번에 함께 음식을 먹고 나서는 사람들이 내게 다음엔 한국 음식점을 가자고 했다.
음… 나는 한국 음식점 회사 근처에 뭐 있는지 잘 모르는데…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너희들이 먹고싶은 한국 음식이 뭐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Korean BBQ를 꼽았다. 그리고서 비빔밥, 중국 애들중 일부는 순두부찌게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늘 먹고 자랐던 한국 음식은 딱 그런 건 아니었다. ^^
밥, 국, 반찬, 찌게가 있는 그냥 그런 음식.
그리고 밖에서 먹더라도 찌게, 탕(설렁탕, 곰탕 등등)이 많았고, 면 음식도 있었고.

사실 Korean BBQ를 ‘가장 일반적인 한국음식’이라고 이야기하긴 좀 어렵지 않나?

한국은 내가 태어났을 때만 하더라도 일인당 국민소득이 200불 수준이었다. 나는 국민학교때 돈이 없어서 점심을 싸오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랐다.
그런 한국에서 고기를 불판에 구워먹는게 제일 일반적일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내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1970년대 한국은 어쩌면 단군이래로 가장 빠른 경제적 발전을 이루고 있었던 때였다.
그러니 그것보다 훨씬 더 먹을 것이 귀했던 20세기 초반이나 그 이전의 시절에 일반 백성들이 불판에 고기를 늘 구워 먹었을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나는 Korean BBQ를 전통적인 한국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을 만날때마다,
한국은 불과 60여년전에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나라이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래서 진짜 한국음식을 먹고 싶다면 그런 배경속에서 백성들이 먹었을 국밥이나 탕, 면 같은 것들이 차라리 더 그 사람들이 누릴 수 있었던 음식에 가까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덧붙이는 이야기는 그런데 이제는 한국이 세계에서 몇번째 안에 드는 선진국이 되었고, 한국 사람들도 고기를 불판에 구워먹는게 일상인 나라가 되었다고 해준다.

그래서, Korean BBQ는 contemporary Korean food라고. 그렇지만 대중적인 traditional Korean food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이렇게 긴 설명을 해주고 나면 사람들은 쭉 듣다가…
“그래서, 근처에 맛있는 Korean BBQ 집이 어딘데?” 라고 묻는다. ^^
괜히 긴 설명을 해줬나.

때로는 이런 긴 설명을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괜히 긴 설명을 해주려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