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현장에서 느끼는 학벌 (5)

내가 생각하기에,
학벌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급한 해결책은,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나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하는 것 보다는,
벼랑끝에 몰린 사람들이 느끼는 위협이 해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룰을 완전히 공정하게 하는 것은 결국 결코 완전하게 이룰 수 없다.
어디에선가는 늘 불합리하게 느끼는 어떤 그룹이 있기 마련이고,
어느 구석에서는 덜 공정한 상태로 지속되는 영역이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하자고 해서 여러가지 인위적인 장치들을 만들어 놓으면,
그것이 룰을 복잡하게 만들고,
룰이 복잡해지면 그 룰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구조가 되어버리고 만다.
(내가 알기론 한국의 대학입시가 지금 그렇다고…)

지금은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소득 격차가 너무크다.
그리고 실패한 사람은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밀어넣는 사회 구조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살기 위해서 죽어라고 악이 받혀서 살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사회적으로 죽지 않기 위해 경정하게 된다.

한번쯤 실패한 사람들에게 숨통이 조금 트이면,
오히려 게임의 룰 자체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자기의 의견을 악악대며 주장하는 것이 조금 잠잠해 질 테고,
그러면 오히려 조금 더 자연스룹게 게임의 룰을 간단하면서도 공정하게 만들 여유가 생기게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현장에서 느끼는 학벌 (4)

내가 뜬금없이 학벌 이야기를 쓰는 것은,
이번에 한국에서 ‘조국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공정하지 못한 것에 정말 많이 분노하는것을 다시한번 보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데 그것이 공정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일까?

나는 솔직하게 말하면 이것이 그냥 그야말로 ‘정의’에 대한 갈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나이의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어느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수입의 차이가 많이 나게 되었다. 많이 돈을 버는 사람은 아주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정말 적게 벌게 되었다. 똑같이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수입의 차이가 두배이상 나기도 하게 되어 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아니다.
돈을 적게 버는 사람들이다. 돈을 적게 버는 사람들이 버는 돈이, 미래를 희망있게 설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돈을 모아도, 집을 마련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소박한 꿈을 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소박한 꿈 조차도 꿀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버린 것이다.

나는 한국 사회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국은 내가 미국에서 경험하는 것 보다는 그 경쟁이 공정하지 못한 것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더 큰 문제는 게임의 룰이 공정하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게임에서 뒤떨어진 사람들이 살만하냐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조금 더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조금 더 나은 직장에 가는 것이 그저 ‘nice to have’인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쟁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목표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게임의 룰이 공정한가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냥 현장에서 느끼는 학벌 (3)

좀 난잡하게 글이 쓰여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하여간 내 포인트는,
적어도 미국에서 내가 경험하기로는 좋은 학교 나온 것이 아주 영양가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국은 그 사람이 얼마나 실력이 있느냐, 일을 잘하느냐가 결국은 드러나서, 그 사람의 평가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적어도 내가 실리콘 밸리에서 경험하고 있는 바,
학벌때문에 실력도 없는데 괜히 인정을 받는일은 정말 거의 없고, (적어도 나는 한번도 보지 못했고)…
좋지 못한 학교 나온 실력 있는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 것도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꽤 공평하게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그럴까?
글쎄… 나는 한국의 상황을 잘 모르니,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한국은 내가 이곳에서 경험하는 것 보다는 왜곡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기는 하다.
나는 그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첫번째 글에서 언급한 대로 실력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구조가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실력 없는 사람이 도태되는 구조가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나는 실력 없는 사람이 도태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현장에서 느끼는 학벌 (2)

내가 학벌 때문에 답답하게 느끼는 유형은 다음의 몇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실력은 별로 없는데 자기 어느 학교 나왔다는 것 가지고 계속 떠드는 사람이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별로 많이 보지 못한다.
사실 그런 사람들을 가끔 보긴 하는데, 대부분 한국 사람이다. -.-;
커리어 초기에 그런 사람들이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사람들은 그냥 도태되는 것 같다.

두번째,
실력은 진짜 좋은데 학벌이 별로 좋지 않아서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이다.
이 역시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역시 그런 사람들을 별로 많이 보지 못한다.

세번째,
실력은 진짜 좋은데 출신 학교가 좋지 않아서 주눅이 들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게 제일 안타까운 경우인것 같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학벌사회의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닌가 싶다.
사실 주변에서 역시 그런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접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많이 접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런 사람들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그런 사람들이 그냥 실력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그런 사람들은 내가 느끼는 것 보다 더 많이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반면, 주변에서 보면,
출신학교는 그냥 2nd tier, 3rd tier 학교들인데도, 함께 일을 해보면 완전 시원시원하게 또릿또릿하게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전 직장에서 내가 참 좋아했던 엔지니어중 한 사람은, Associate degree만을 가지고 있다가 (2년제 대학), 나중에 동네 학교에서 4년제 학위를 딴 사람이다.
나는 이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늘 즐거워했다.
주변에 완전 일류 학교 박사들도 있었지만, 이 사람만큼 시원시원하지 못했다.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으냐하면….
아주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가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 혹은 한국 사람들 속에서 경험했던 것 보다는 훨씬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 내겐 꽤 있으니까.

아, 물론 내가 경험한 범위에서는,
좋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의 거의 대다수는 정말 일을 잘 했다.

이런 내 제한된 관찰은, 미국의 silicon valley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국이라면 이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현장에서 느끼는 학벌 (1)

나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어떤지 잘 모르니,
그냥 내가 경험한 미국의 상황에서 좋은 학교 나온것과 실력의 상관관계를 써보려고 한다.

아주 결론적으로 말하면,
좋은 학교 나온 사람이 일을 잘 할 확률이 확실히 더 있다.

그리 좋지 못한 학교 나온 사람 중에서도 놀랍도록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물론 있고,
좋은 학교 나온 사람중에서도 일을 완전 답답하게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졸업한 학교의 랭킹과 일을 잘하는 수준에는 분명히 꽤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을 한 사람 뽑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 때,
그 한 사람을 뽑으면 해고하기가 어렵다면…
사람은 뽑는 사람 입장에서는 risk를 줄이기 위해서 졸업한 학교 랭킹을 보고 사람을 뽑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소위 학벌주의가 문제라고 특히 한국에서 더 그렇다고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데…
그때 늘 따라붙는 이야기가 학벌이 아니라 실력으로 뽑아야 한다는 식의 말이다.
나는 그러면 대개는 그냥 더 랭킹 높은 학교 졸업한 사람 뽑는 것으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뽑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
랭킹 낮은 학교 나왔지만 일을 잘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런 사람에게 모험을 걸어볼 수 있으려면…
내 생각엔 해고가 더 쉬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해고가 쉬워지는 것을 원하는지? 글쎄…

갑질 (5)

그럼 나는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내 일을 하느냐…
글쎄, 결론부터 말하면 그냥 잘 못하는 것 같다. -.-;
이런 환경 속에서 나를 과대평가하지 않고 겸손하지만 분명하게 내가 할 일을 성실하고도 정직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잘 해내는게 그리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내가 나름대로 해본 몇가지의 생각이 있다.

우선,
갑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vendor/supplier를 찾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갑질이 많아지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함께 일하는 vendor의 실력이 부족하거나 성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게 여건이 주어진다면, 내가 하는 일에 관한한 실력이 뛰어나면서 성실한 partner를 찾는데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그렇게하면 그 vendor를 믿고 그쪽에 더 많은 자율권을 줄 수도 있고, 더 서로 존중하면서 일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이런 과정에서 내게 유익이 되는 것을 추구하지 않고,
일이 되게하는 것을 추구한다.
사실 세상에는, 하고 있는 일보다 자신의 self-promotion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일이 되는데 필요한 것은 서로 논리적으로 동의해서 일하기가 가능한 반면,
self-promotion을 위해서 data를 더 얻어내거나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요청을 마치 중요한것인양 포장을 하는 일도 해야하고.

세번째는,
그렇지만 때로는 과감하게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비대칭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그 정보를 안다면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내 생각에 동의할 가능성이 많지만…
사정상 그 정보를 다 나누지 못할 경우가 많다.
그러면 어쨌든,…. “나를 믿고 좀 같이 가자”고 요청을 해야할수도 있다.
그쪽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살짝 더 밀어붙여야하는 경우도 있다.
일시적으로 욕을 먹는 일을 감수하는 일이 때로는 불가피하다.

마지막으로,
함께 일하는 회사/사람들에게 credit을 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러려면 그건 이 사람들이 한거야.. 내가 한게 아니야… 라고 이야기를 해야할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나를 낮추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높이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게 손해인것 같아 보이는데,
그렇게 계속 일을 하면 결국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더 의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갑질 (4)

이런 환경 속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정말 ‘갑질’을 하게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제는 Silicon Valley에서 꽤 오래 일한 엔지니어가 되었다.
그러면서 정말 갑질을 무지막지하게 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시아의 회사에,
20대의 젊은 엔지니어가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가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그 회사의 높은 사람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따지는 것도 보았다.
자기가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회사 내에서 보여주려고 자기가 담당한 회사 사람들을 마구 쥐어짜서 꼭 필요한 것 이상으로 data을 얻어낸 후에 그걸로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안타깝게도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힘있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그 회사 직원이라는 이유 때문에 어떤 ‘권력’이 주어지는데…
그 권력을 그 권력의 범위만큼만 행사하는 사람을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다.
거의 99%의 사람들은 그 권력을 가지면 자신이 그 권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보다 더 낫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그 권력을 권력의 범위 이상으로 남용한다.

갑질은
Silicon Valley의 언어인듯 하다.

갑질 (3)

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이나 ODM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은 주문자 위탁 생산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이것은
– A라는 회사가 디자인을 하고,
– B라는 회사에게 그 디자인에 맞추어서 생산을 하도록 주문을 해서,
– B 회사가 그것을 생산하면
– A 회사가 그것을 사서 시장에 파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서, 볼펜하나를 만들려고 한다고 하자.
그러면 내가 볼펜을 디자인을 한다. 플라스틱 봉은 어떤 재질로 할 것인지, 지름과 길이는 얼마인지, 색깔은 어떤지, 안에 들어가는 스프링은 어느정도 세기의 스프링을 쓸 것인지, 잉크는 어느정도의 점도를 가지게 할 것인지, 볼펜 끝의 볼은 어떤 규격으로 할 것인지 등등.
그리고 그렇게 볼펜을 만드는 회사를 찾아서 그것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단순해보인다…
그런데 실상을 그렇지 않다.

볼펜회사에서는 금년 11월에 이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른 볼펜에 대해 어떤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필요조건도 가지고 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이 개발이 잘 이루어지고, 원하는 규격을 다 맞추기 위해서는 그것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볼펜을 만드는 하청업체 혹은 vender와 부지런히 연락을 하면서 이 과정을 끌고 가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 요즘 silicon valley의 회사들은 이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뽑아서 이것을 관장하도록 한다.
그러다보니 점점 vendor가 이것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과정의 자세한 내용까지도 원래의 볼펜회사가 관여를 하게 된다.
그냥 이런이런 볼펜을 만들어 주세요… 하고 그것 나중에 받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아주 구체적인 것까지도 미주알고주알 control을 하고 manage를 하는 것이다.
이게 요즘 silicon valley 회사들이 많이 하는 방식이다. 자신은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공장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을 마치 거의 자기 회사인양 다루는 거다.

이쪽에 아주 구체적인 것 까지도 control하기로 악명이 높은 회사는 쿠퍼티노의 사과회사이다. ^^
볼펜의 예로 들자면, 볼펜을 조립하는 회사를 control 한다. 그리고 볼펜 플라스틱 봉을 만드는 회사도 control 한다. 게다가 볼펜 플라스틱 봉을 만들때 사용하는 mold 회사도 control 한다. 볼펜 플라스틱 봉에 사용되는 재료 회사도 control 한다. 구체적으로 몇도에서 이 공정을 하는지 그 공정을 +/- 몇도 이내에서 control하도록 요구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플라스틱 봉이 섭씨 50도와 -40도에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테스트하도록 요구한다… 정말 끝도 없다.

하다못해 볼펜 하나를 예로 들어도 이렇게 복잡하고 많은데,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생각해보라.
vendor들을 관리하고 control하는 일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시장의 구조가 이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아하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영혼까지 탈탈 털리도록 micro manage를 하고 관리를 할때가 많다.

사과회사같은 top tier 회사는, 주요 부품을 만드는 회사에 아예 십여명 많게는 수십명이 상주를 하면서 계속해서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한다.
그 vendor(하청업체)들은 그렇게 와 있는 원청업체의 직원들을 정말 잘 대접한다…

갑질 (2)

갑의 위치에 있을때 갑의 위치를 그냥 방기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갑은 을을 대할때, 우리가 모두 동등하다는 것을 꼭 염두에두고 해야 하지만,
갑은 때로 갑으로써 해야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다음의 몇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그렇다.
대개 갑은 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급 정보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갑은 어떤 project를 더 high level에서 조망하게 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resource allocation이나 schedule등을 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그 모든 것은 을에게 다 알려주기 어려울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갑은 그 정보들에 비추어서 을에게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잘 해 줄 필요가 있다.

두번째, 일반적으로 갑과 을이 함께 존재하는 상황에서 을이 갑에게 기대하는 어떤 것들이 있고, 을이 갑에게 기대하는 어떤 것들이 있다. 그것은 대개 시장에서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일종의 ‘일하는 방식’이다.
물론 그 속에서 나쁜 갑질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해야하겠지만, 갑이 을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고 그것을 검사하고, 그 모든 것에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구조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시장에서 통용되는 ‘일하는 방식’을 깨는 것이고, 대안적 구조를 만드는 것은 그저 한두사람의 노력으로 후다닥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번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게으름’이라는 함정에 잘 빠지기 때문에 그렇다.
이건 정말 tricky한 이야기인데…
내가 을의 입장에서 보아도 내 갑이 나를 부지런히 ‘관리’할때 내 productivity가 더 높아지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그것이 너무 극단적이 되어 micromanage를 하는 지경까지 가면 오히려 productivity가 떨어지게 되지만, 절절한 순간에 일이 되었는지를 점검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하는 일들은 일이 그냥 흐지부지 않되지 않도록 막는데 분명히 역할을 한다.

실제로, 내가 ‘갑;의 위치에 서 ‘갑’이 해야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와 함께 일하는 ‘을’과 나는 모두 함께 실패하고 낙오하게 된다.
내가 을의 입장에 있을때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나와 함께 일하는 나의 ‘갑’이 (내 manager가 되겠지) manager로서의 역할을 잘 해주어야 내가 정말 일을 제대로 잘 할 수 있다.

나는 아주 원론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현실적으로는 갑과 을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존재를 마치 없는것 처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갑질 (1)

내가 하는 일의 특성 때문에,
‘갑질’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못되게 하는 일을 참 잘 못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내게 못되게 하는 것을 참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냥 갑질 안하면 되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그게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앞으로 몇번의 글에서 내가 갑질에 대해 생각하는 몇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이번주에는 또 한번 엄청 갑질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어서…
한편 불편한 마음이 있고, 한편 잘해야하는 부담도 크다.

흔히 갑질이라고 하면,
갑의 지위를 남용해서 쓸데없이 을을 괴롭히는 짓을 의미하는데,
나는 갑의 위치에 있을때 어떻게 나쁜 짓을 덜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여기서 한번 해보고자 한다.

그러나 우선 clear하게 이야기할 것은,
갑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을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해볼수는 있지만 을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전제가 매우 중요할 것같다.
그렇기 때문에 갑으로써 잘 해보려고 노력해도 갑은 그 존재 자체가 폭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해야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