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TA/USA-2011 Chicago Conference 후기 (5)

좀 황당하고, 외롭기도 한 느낌이 있었다.

내가 늘 KOSTA에서 따르면서 배우던, 그야말로 우러러보던 간사 선배님들이 시카고에 거의 계시지 않았다. 
내가 KOSTA를 섬긴 이래로 이런 상황은 처음 겪었던 일이었다.

어쩌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그분들에게 달려가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꽉 막힌 것 같이 힘들도 답답할 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분들이 계시지 않았다.

내가 만나본 사람중, 가장 열정적인 기도를 하시던 김O숙 간사님 생각이 참 많이 났다. 눈물 흘리시며 기도하시던 그 모습. 후배들을 (특히 여자 간사들을) 친동생처럼 품어주시고… 그렇게까지 겸손하실 필요(?)가 없는데… 과장되지 않은, 몸에 밴 겸손함이 늘 포근한. 여러가지 관계 등에서 stress 받을 만한 일들을, 그저 온 몸으로 흡수(!!)하시며 섬기셨던. 참석자가 거의 insult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사람을 품고 받아주셨던. 등록한 사람들 명단을 거의 다 외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놀랍게 기억하시던. 그분이 간사 모임 기도를 인도하면, 무릎 꿇고 기도하다가, 무릎에 멍이들때까지 기도하곤 했었는데…. 

내가 처음 어리버리하던 초년병때, 나를 ‘권짱’이라고 불러주시면서 이리저리 잘 안내해 주셨던 은O영 간사님 생각도 참 많이 났다. 마지막 시카고 오시던 해에, 기도하던 시간에, 너무 힘든 사람들 있으면 그 자리에 무릎 꿇고 기도하라는 인도자의 말에 따라, 조용히 KOSTA VOICE desk 옆에서 무릎 꿇으시던 모습이. 함께 eKOSTA 한다고 참 많이 함께 좌충우돌 했었는데. eKOSTA 글들을 묶어서 책도 냈었고. 

물론, 그 존재만으로도 영적인 분위기를 늘 압도하시는 황O성 간사님도,
내가 그렇게까지 서툴게 헤매더라도 차근 차근 나를 키워주셨던 강O인 간사님도,
그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KOSTA에 헌신하게 된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분들과 만나는 것이 좋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박사과정 공부하면서, 영적으로 많이 망가졌을때, 이런 분들을 한번씩 만나면서 내 모습을 추스리곤 했었는데.
그래서 간사모임 갈때마다, 이분들 만날 생각에 전날 밤에는 잠도 이루지 못했었는데…

지금도 KOSTA program이나, 운영 방식, 함께 나누고 있는 스피릿 등에…
이분들의 숨결과 손길이 그냥 ‘무명으로’ 배어 있는 것을 보면서,
참 이 선배님들이 그리웠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이런 선배님들과 함께 섬길 기회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말로 다 할 수 없는 blessing이었다.

그런데…
나는 우리 후배들에게 줄 것이 없는데…
이렇게 나는 많이 받고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는데…

일주일 내내, 빨간조끼들을 보면서 많이 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KOSTA/USA-2011 Chicago Conference 후기 (4)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중 대부분의 분들은, 내가 평소에도 깊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이었다.
비록 모든 면에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이 풍성한 그런 분들이었다.

이분들과 말씀을 나누면서 생각하게 된 것.

‘성공’한 사역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그 사역의 (그리고 그 자신의) 바운더리를 넘어서기 어렵다.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역이 성공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을 생각을 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자신이 그려놓은 바운더리 안에 갇혀버리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의 성공한 사역의 시각에서 다른 사역을 바라보는 잘못을 범하기 쉽고,
특히 이미 잘 되고 있는 사역이 있기 때문에, 위기나 도전이 다가올때, 이미 잘 하고 있는 것으로만 그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 사역의 scope을 넘어서는 도전을 직면하게 될때에는, 그것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여 더 큰 위기를 자초하게 될수도 있는 것 같다.

또, 열심히 사역에 만족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역과 그 열매가 자랑거리가 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어떤 지역에서 일하시는 선교사님의 말씀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무슨 일을 하신다고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결국 그 내용은 자기자랑이었다. 가만히 들어보면, 너무나도 명백한데…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참 마음이 불편했는데… 막상 그렇게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자신은, 자신의 신념에 의해 속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사람들이 신기해서 그 하는 사역에 대해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더욱 확신에 넘치는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그런 모습이 몹시 안타까워 보였다.

그리고, 누구든 자기가 섬기고 있는 사역과 자신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다른 사역이나 관심사를 평가한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꽤 insight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분들 조차도, 그 자기 사역중심성 이랄까… 그런 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참 많이 보았다.
가령 예를 들자면, 해외선교를 하는 사람은, 결국 해외선교가 모든 사역의 꽃봉우리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고, 캠퍼스 성경공부를 하는 사람은, 다른 모든 사역은 결국 캠퍼스 성경공부를 support하는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 같아 보였다. 연합사역을 하는 사람은, 연합을 위한 연합에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아 보였고, 지성운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운동의 대상자 이외에 다른 대상을 보는 것을 몹시 어려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많이 겸손하게 자신과 자신의 사역을 돌아보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분들은 이런 경향이 훨씬 덜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자기 사역중심성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해 보였다.

이것은 KOSTA에게 참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KOSTA를 섬기는 내게도 역시 또한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한편 이런 분들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분들을 정죄하거나 낮게 평가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KOSTA도, KOSTA를 섬기는 사람들도, 이런 잘못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일들을 해야 할 것 같다.

KOSTA/USA-2011 Chicago Conference 후기 (3)

작년에는, 처음으로 빨간조끼를 벗고 뛰었던 해여서, 
적당히 내 자신을 빨간조끼중 하나로 인식하며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 금년에는,
내가 잘 알지 못하던 사람들도 꽤 있었을 뿐 아니라,
‘실무적’으로 내가 했어야 하는 일들이 거의 없어 정말 이제는 빨간 조끼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한참 일하고 있는 빨간 조끼들 사이에서, 매우 어색하고 뻘쭘한 때도 많이 있었고… ^^ 

그런데 한편,
이번에 많은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집회도 많이 들어가지 못할만큼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점차로… 그림자가 되어 섬기는 이들을 돕도록 내 자리를 positioning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어떤 의미에서, 내년에는, 좀 더 자연스럽게 shadow로 들어가게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스피릿을 잘 이어가며 섬기고 있는 우리 후배들이 말로 다 할 수 없이 자랑스러웠고…
빨간조끼들을 보며 참 많이 울었다.
우리 간사들 이야기를 하면서 총 5-6번쯤 울었다. 그중 두번은 기도를 하다가 울었고, 3-4번은 다른 분들과 간사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울컥 울음이 터졌었다.
이제 정말 ‘내 사역’ 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사역’이 되어버린 땀흘리는 섬김을… 매우 기쁘게 내려놓을 수 있구나… 하는 마음에 기뻤다.

KOSTA/USA-2011 Chicago Conference 후기 (2)

이번 시카고 집회에 참석하면서, 여러가지로 마음이 무거웠다.

매년 KOSTA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는 일은 늘 있었으나,
금년에는 특히 KOSTA의 여러 일들을 생각하면서, 한밤에 일어나서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었고, 밥맛을 잃었던 시간들이 집회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있었다. 

중보기도팀에 있으니, 가서 기도를 좀 열심히 하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시카고 집회 장소에 가보니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

그저 빈둥빈둥 하는 한이 있어도, 어떤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길고 지루한 대화를 나눈 일도 있었다.
짧지만 알찬 대화도 있었고,
어떤 분으로부터는 개인적으로 꾸중(?)을 듣기도 하였다.

하여간,
기도에 집중하기가 참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마 월요일 저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중보 기도실에서 기도 모임을 정리하고, 간사 모임에 들려보려고 식당 지하에 내려가고 있었다.
가는 길에, 왠지 모르게, 개인 기도실에 잠깐 들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뭐 기도를 하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거나 그런건 아니었고, 그저 개인 기도실에 가보고 싶어졌다.
좀 망설이다가, 어차피 가는 길이고 해서, 잠깐 개인 기도실에 들려 보았다.
그곳에는 어떤 여자 참석자 한분이 무릎을 꿇고 앉아 앞뒤로 상체를 끄떡끄떡 해가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가만히 그분이 기도하는 것을 보고 있는데… 왜 그렇게 내 마음이 따뜻해 지던지.

아… 저것이구나. 저렇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하늘과 땅을 잇고 있는 것이로구나.

나 같은 사람이 아무리 방방 뛰어도, 결국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기도하는 사람들을 통해 일하고 계시는 것이구나.

매우 엉터리로 보내긴 했지만,
일주일동안 그렇게 기도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참 감사했다. 

KOSTA/USA-2011 Chicago Conference 후기 (1)

올해도 참 많은 깨달음과 감동과 숙제를 가져다준 집회였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소망을 발견하였다.

그 많은 것들중 일부를, 다음 몇번의 글을 통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우선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참 벅차게 만들었던 것.

한인 디아스포라 청년의 10가지 기도

하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십자가의 구속만이 인류 구원의 유일한 소망임을 고백하며 주님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구원받을 만한 다른 이름이 없음을 고백합니다. 이 구속의 은혜를 값없이 나에게 주셔서 나를 자녀로 삼아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와 경배를 드립니다.

둘, 매일 정기적으로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을 성실히 가질 뿐만 아니라 이 묵상한 말씀을 적용하고 순종하는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셋, 정기적으로 시간을 떼어 내 이웃과 조국과 한민족을 위해 기도할 뿐만 아니라 나에게 부담으로 주시는 적어도 한 나라 혹은 민족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적어도 1년을 그 나라를 위해 기도하기를 원합니다.

넷, 내가 속한 지역 교회 속에서 지체의 원리에 따라 섬기게 하여 주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조건없는 아가페 사랑이 나의 섬김 가운데에도 담겨서 교회 공동체를 아름답게 세울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다섯, 전공분야를 공부하거나 연구함에서, 그리고 직업의 영역에서, 시간과 물질을 청지기처럼 사용하고, 성실함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전공의 영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이 선포될 방법들을 구하고 끊임없이 탐구하기를 원합니다.

여섯, 말씀의 절대적 가치를 따라, 치우침 없는 신앙생활을 항상 견지하고, 또한 절대적인 말씀의 기준을 따라 세상 속에서 살아갈 때에 손해를 보더라도 그 말씀에 순종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되게 하시기를 원합니다.

일곱, 성서한국, 통일한국, 선교한국의 장래를 준비하기 위해 맡은 공부와 연구를 성실하게 감당하기를 원합니다. 남북의 모든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의 각 영역에서 거룩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금 성실히 공부하고 연구하여 준비하기를 원합니다.

여덟, 미국 사회 속에서 한국인 혹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국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역할이 되는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미국의 도덕과 문화에 거룩함이 회복될 수 있도록 힘써 기도하고,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아홉, 이웃과 직장에서 한 학기에 적어도 한 사람에게 복음전도하는 삶을 살 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에 관심을 두고,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겠습니다.

열, 이 땅에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자라나고, 작은 예수로서,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내 성품과 삶과 섬김을 통해 선포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시작이다~

이제 내일이면, 
지난 15년간 그래왔던 것 같이…
또 다시 시카고로 향하는 비행기를 탄다.

매년…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경험을 하게 하셨었는데,
올해는 또 어떤 일들을 하나님께서 하실지.

새로 예수님을 만나는 사람들을 보며,
아, 이런 일이라면, 정말 내 몸이 부서져라 섬길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또 감격하며 흐느끼게 되겠지.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저 대화가 세상을 살리는 소망이 될 것이라는 벅찬 마음에 미소짓게 될 것이고.

땀흘리며 섬기는 우리 후배 간사님들을 보면서…
그 땀방울 속에 하나님 나라의 소망이 담겨있음을 보며 
또 구석에서 많이 울게 될 것 같다.

죽어라고 섬기고, 왕창 고생하고 나서…
그저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가 너무 커서..
‘나는 무익한 종입니다’ 라고 고백할 수 밖에… 없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