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의 괜한 오지랖?

지금까지 내가 다녔던 직장과 비교해 봤을때,
순전히 직장의 reputation만 보면, 지금 내 직장이 가장 별로인 것 같다. ^^

HP Labs은, 그래도 몇개 안남은 꽤 잘 알려진 민간 연구소였고,
Apple은… 뭐 Apple 이고.
그런데 지금 직장은, 뭐 중국회사라는 이미지도 있고 해서…
컴퓨터를 많이 팔기는 하지만 뭐 innovation으로 유명한 회사도 아니고…

하지만,
Apple에서 하던 일과 비교했을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훨씬 더 재미도 있고, 배우는 것도 많다.
실제로 내가 contribute하는 정도도 더 많고. 내가 판단하고 결정하고 추진하는 일의 범위도 훨씬 더 넓다.

하지만,
linkedin에서 recruiter가 접촉해오는 빈도로 보면,
사실 apple에 있을때 보다 훨씬 더 적다. 거의 절반 수준?

그런데,
이번주에, 이 동네에 있는 어떤 크고 유명한 어떤 회사의 리크루터가 내게 연락을 해 왔다.
자기쪽에서 급하게 사람을 찾는데 내가 잘 맞는 것 같다고. 관심이 있느냐고.

살짝~ 잠깐~
마음이 흔들렸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우리 매니저가 뻘짓을 한걸 내가 뒤치닥거리를 하면서…
에이씨… 저 사람이 뻘짓한건데 내가 개고생이네… 하면서 불만이 가득했던 상태였다.

확~ 저쪽에 연결하고 한번 진행을 해봐?

그러다가 다시 생각했다.
저쪽이야 내가 가지 않아도 누군가가 가서 잘 할테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short notice 주고 확 떠나버리면 우리 그룹은 정말 많이 어려울거다.
지금 사실 꽤 critical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정말 타격이 클테고… 사람들의 morale도 심각하게 떨어질테고…

그러면서 예전에 HP를 떠나기 직전이 생각이 났다.
우리 그룹이 해체될 것이라고 다들 예상하고 있었고…
그렇지만 나는 내가 먼저 이 그룹을 자발적으로 떠나지는 않겠노라고 마지막까지 이 프로그램을 살리는 노력을 다 하겠노라고 결심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가 그 그룹에서 가장 먼너 떠난 사람중 하나가 되었고, 그로부터 얼마되지 않아 그 그룹은 해체되고 말았다.

내가 거기 더 있었다고 해서 아마도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내가 먼저 떠났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동요했던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이 그룹에 대해서는,
예전의 HP 그룹만큼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팀 사람들, 특히 매니저와 그렇게 돈독한 friendship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뭐 의리를 지키고 사람들을 어떻게든 세우고, 이 프로그램을 꼭 성공시키고…. 뭐 그런 비장한(?)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에 빠지게 하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
괜한 오지랖일까.

결국,
그 리크루터에게… 나 대신에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을 추천해주었다. (예전 hp 동료)
오늘 그 예전 동료가 그러는데, 사실 그 position에 한주 전에 어플라이를 했단다.
그 친구가 잘 되면 좋겠다.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과,
어느정도의 연대의식을 갖는 것이 좋은 걸까?

마치 그룹에서 벌어지는 일들중 펑크가 난 것을 내가 메워야 한다는 urgency를 느끼면서 이렇게 일하는건 괜한 오지랖인 걸까?

언젠가… 혹 내가 이 그룹을 떠나게 된다면,
그건 어떤 모양이 되어야 할까? 어떤 이유에서일까?

대답없는 질문들을 많이 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