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정말… 괜찮다고?

몇달 전,
교회에서 갑자기 설교하시기로 한 분이 빵꾸를 내시는 바람에,
내가 급하게 준비해서 설교를 해야 했었다.
어떤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심지어는 어떤 내용을 다루어 달라고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설교의 가이드라인과 내용이 거의 정해진 상태였다.

그때,
이런 내용을 다루었다.
하나님께서 결국 세상을 바꾸시는 주체이므로,
지금 마음에 들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그렇게 찌질하게 사는 것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상대해야하는 vendor/하청업체, 작은 회사들에게는,
가능하면 ‘공정하게’ 대하기 위해서 노력을 참 많이 한다.
진정으로 그 회사에게 도움이 되도록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최근에는,
내가 상대하는 vendor 가운데 하나가,
말하자면 원하는 데이터를 내놓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 쪽에 꽤 큰 손실이 났다. (대충… $100K 정도.)
그렇게 한데에는, 우리 매니저가 잘못된 결정을 한 이유가 대충 80%쯤 된다. 다시 말하면 그 사람에게 80% 정도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사람이,
$100K failure가 생겼기 때문에,
대충 $30K 정도가 드는, 다음의 작은 실험을 공짜로 해내라고 이 vendor를 쪼이고 있다.
말하자면 자신이 한 잘못을, vendor에게 뒤집어씌우고자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이 하청업체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내가 그렇게 쥐어짜는 일에 연관이 되고 있다.

정말… 정말… 못할 짓이다.
정말 fair 하지 않다.

예전 같으면,
이런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당장 그 매니저랑 한판 붙거나,
그 상황을 당장 바꾸어 보겠다고 고민하고 노력하고 했겠지만…

지금은,
일단 지켜보면서 흐름을 보고 있다.
(내 양심을 거스르는 일이므로)
나름대로 내게는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이렇게 여기서 버티고 있어야, 그나마 내가 그 회사를 조금 더 도와줄 수 있는 room이 생기기 때문에,
그냥 버티면서 견디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 상사를 견디어 가며,
먹고살 돈을 벌면서 찌질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괜찮은 겁니다.
당장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저 소시민으로 지금 당장 살고 있더라도, 의미 없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홍해를 가르시는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이스라엘 백성은, 그 사람들의 위대함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세상을 변혁하려는 노력을 잘 기울여서가 아니라,
홍해가 갈라짐으로써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뭐 대충 설교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정말…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