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 너무나도 다른…

어제 하루종일 미팅을 해서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참 재미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내가 지금 회사에와서 이렇게 extensive한 전략 미팅을 한건 처음이었는데…
예전에 내가 있었던 회사와 참 많이 비교가 되었다.

예전에 Apple은 상당히 hierarchy가 중요한 조직이었다.
대개 이런 미팅을 하면, 대부분의 시간은 그중 제일 높은 사람이 중요한 방향을 이야기하고, 그 밑에 있는 사람은 그 중요한 방향을 이루기 위한 실행방안을 보고하는 형식이었다.
결국 제일 높은 사람이 그걸 다 듣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그 meeting의 outcome이었다.

가령,
iPad의 screen의 어떤 특성을 결정하기위한 미팅이 있었는데…
내가 해야했던 일은, 여러가지 기술을 사용해서 몇가지 다른 재료와 공정을 사용한 다음 세대 iPad screen의 sample들과 그것을 설명하는 presentation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 들고 meeting 장소에 가서 높은 사람들에게 그걸 보여주고, technical presentation을 하고나면, 그 높은 사람이 “이걸로 하자” 면서 하나를 찍어주었다. 그러면 결국 그게 그 다음해에 나올 제품에 들어가게 되었다.

결국 높은 사람에게 그렇게 보고를 하는것 까지가 내 일이었다.
내 일의 outcome 은 그러니까 보고였다.

어제 미팅은, 주로 내가 지난 1년동안 개발해왔던 어떤 특정한 technology를 우리 팀에서 어떻게 본격적으로 adopt해서 앞으로 진행할 것인가 하는 전략을 짜는 것이었다. 따라서 내가 준비했던 자료가 꽤 중요했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쪽 방향의 technology를 우리가 adopt해서 진행하려면 어떤 일들이 더 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을 자신의 전문분야의 관점에서 제안하는 자리였다.

우리쪽 높은 사람이 물론 와서 계속 앉아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질문도 하고 토론도 했는데…
이 높은 사람이 무슨 이야기 하나를 하면, 사람들이 개떼처럼 달려들어서 그 이야기에대한 반론과 딴지를 거는 일들도 많이 있었다. 이 높은 사람이 어떤 point에서는 자신의 의견이 잘 이해되지 않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답답해하기도 하였다.
그 높은 사람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 이 모임의 중요한 activity가 아니고, 그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끼리 토론을 하면서 방향을 조율하여 정하는 것이 중요한 activity였다. 거기서 높은 사람의 역할은 질문을 하고 딴지를 걸기도 하면서 토론을 중재하고 이끌어 가는 것이었다.

나중엔 이 높은 사람 vs. 전문가 두 사람 사이에 아주 뜨거운 토론이 이루어졌는데,
양쪽이 서로 지지않으려고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높은 사람과 의견이 같았는데… 괜히 그렇게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지켜보았었다.)

여기서 내 outcome은 보고가 아니었다. 실제로 내가 맡은 일이 되게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내 presentation은 그 discussion을 하기위한 자료였다.

둘중 어떤 하나가 더 우월하냐? 딱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Apple은 그 ‘높은 사람’이 똑똑하고 올바른 결정을 한다는 가정하에..
정말 효율이 엄청나게 높은 조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거기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똑똑했다.)
짧은 시간내에 많은 결정을 제대로 해냈고, 그걸가지고 최대의 효율을 가지고 밀어붙였다.
그야말로 execution에 최적화된 조직이었다.

반면에… 내가 경험하는 Google/Alphabet은 효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 때로는 쓸떼없는 discussion도 있고, 교통정리가 잘 되지않아 혼란스러울때도 있다. (그래서 나처럼 성격 급한 사람은 괜히 나서서 여기 저기 사람들 찾아다니며 정리하기도 한다…)
실제로 어떤 한 분야를 맡은 사람이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정말 구멍이 뻥~ 하고 나기도 한다.
대신 미친듯이 creative한 idea들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팀에서 정말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 있으면… 실제로 그 사람의 잘나고 똑똑한게 진짜로 확~ 드러나고, 그 덕을 많이 본다.
creativity에 최적화된 조직이 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어떤 조직에 더 맞는 사람일까?
솔직히 내가 아주 creative한 사람인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내가 execution을 아주 잘 하는 사람이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나 같이 어중간한 사람은, 어디에 가든지 그럭저럭 열심히 하면서 거기에 적응해서 살게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오늘은 그 workshop 둘째 날이다.
오늘도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