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빌리 그래함

빌리 그래함이 세상을 떠났다.
어떻게 평가하더라도 전 세계 기독교에, 아니 전 세계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분이셨다.
더더군다나 스스로를 ‘복음주의자’라고 이야기하는(던)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분이시다.

그분이 얼마나 개인적으로 경건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는지 하는 이야기를 어려서부터 나도 많이 들었고,
그분에게서 영향을 받은 많은 분들의 이야기도 역시 많이 들었다.

빌리 그래함을 생각하면서, 무엇보다 내게 가장 가슴 찡~ 하게 남는 그분의 사역은, 1973년 여의도 광장에서 열렸던 전도집회이다. 총 120만명의 사람들이 그 말씀을 듣기 위해 모였고, 그 집회를 통해 결신자가 3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때의 비디오 클립을 보면서 나도 뭉클 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나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빌리 그래함과 그분의 legacy에 점차 실망하는 일들이 많이 생겼다.

그분이 변했던 것일까, 세상이 변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내가 변한 것일까.

(정치적) 보수주의, 백인 중심적 사고방식, 사회 문제에 대한 편향된 인식등이 조금씩 드러날때…
한때 내 신앙의 영웅이었던 빌리 그래함에 대한 실망은 조금씩 더 커졌었다.

그런데,
그게 빌리 그래함 뿐일까.
솔직히 말하면, 내가 젊은 시절에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신앙의 선배들 중에서 더 이상 내가 존경할수 없게된 분들이 정말 많다. 아니 조금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 시간이 지나도 그 존경심을 유지하게되는 분들이 거의 없다.
어떤 분들로부터는 조금씩 조금씩 실망을 하면서 점진적으로 내가 존경을 거두었고,
어떤 분들로부터는 아주 급작스럽거나 충격적인 사건등을 통해서 치를 떨며 존경을 거두기도 했다.

왜 그런걸까.
그분들이 변했던 것일까, 세상이 변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내가 변한 것일까.
나는 그분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아직도 내가 열심히 찾고 있지만…

한때 존경했던 그 빌리 그래함, 그때의 빌리 그래함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