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TA 후기, 2018 (10)

나는 사실 거의 매년, 이번에 과연 KOSTA 집회에 참석하는게 우리 간사들에게 도움이 될까 말까를 많이 고민한다.
금년에도 마찬가지로 그런 고민을 많이 했고, 사실 참석을 결정한것은 4월이 다 되어서였다.
그 전까지는 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번엔 진짜 안 간다고 마구 얘기를 하고 다녔었다.
나는 늘 내 존재가 간사들에게 어떤 부담이나 도움이 될까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한편으로는 수고하고 고생하는 간사들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내가 가서 무슨 말실수라도 해서 간사들에게 부담을 주지나 않을까 싶어 주저하게 되기도 한다.

예전에 내가 실무를 할때도 그랬고, 실무를 떠나서 주변에서 떠돌면서 여러가지를 도우면서도 그랬고, 금년에도 그랬다.
나는 늘 ‘어르신들’을 대하는게 stressful했고, 힘들었다.
내가 보기엔 저분은 KOSTA에 좀 안오시는게 본인과 여러 사람을 위해 좋을 것 같은데, 와서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또, 도대체 내가 여기 왔는데 할일도 없고… 이게 뭐냐며 할일을 좀 만들어 놓으라고 호통을 치는 분들도 계셨다.
아니, 간사들은 우리 KOSTA 참석자들을 위해서 모든 신경과 관심이 다 가 있고, 그 사람들을 어떻게하면 더 잘 섬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거기와서 오래된 패러다임의 이야기를 한참 해놓는 분들이 참 힘들었었다.
내가 보기에 별로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나를 세워놓고 30분씩 하시는 어르신들을 대하면서… 이렇게 해서라도 저 분들의 몽니가 좀 풀리고, 대신 저 분들이 우리 간사들에게는 뭐라고 안하실 수 있다면 내가 당연히 이렇게 하지… 하면서 벌받는 일들을 하기도 했었다.

누구든, 어떤 일을 할때, “이 일에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혹은 주변에서 “저 사람이 이 일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의 존재는 양날의 검이 된다.

가령,
우리 간사들이 내가 어떤 의견이나 생각을 이야기했을때, “그 생각은 잘못되었다” 라던가 “나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는 일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그런 상황이 되면, 나는, 심지어는 내 생각이 아주 옳다고 생각된다고 하더라도, 내 생각을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년 전에 나는 그 규칙을 깨고 간사들에게 강하게 뭔가를 이야기해야하는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말았다.

우리 간사들로부터 언제든지,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라던가, “당신의 생각은 더 이상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현실때문에…
아이러니컬하게도 아마 나는 내년에도 내가 KOSTA 집회에 또 참석할까 말까를 많이 고민하게 될 것 같다.

금년에 우리 큰 형님 황 간사님은, 오셔서 일주일 내내 애만 보셨다. 진짜로 literally 애만 보셨다.
강사 휴게실에서 한번 얼굴 뵙기도 힘들었고, 식사시간에 뵙기도 어려웠다.
영아부/유아부에서 우는 애가 황간사님 품에만 가면 그렇게 잘 잠들었다고. 참… 여러가지로 대단한 분이시다.

어쩌면 내가 큰 부담 갖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황 간사님께서 찾아주신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