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비행기 자리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음… 최소 250파운드(114 Kg) 는 되어보이는 거구였다.
나는 복도쪽 자리에 앉았고, 그 아저씨는 중간자리에 앉았는데…
자신의 체격이 크다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앉자마자 팔장을 끼고는 웅크려 가능한 자신이 차지하는 부피를 줄이려 노력을 했다.
그러나 워낙 그 아저씨가 거구여서, 당연히 팔걸이도 그 아저씨 것이었고,
내 자리의 상당한 부분을 그 아저씨의 옆구리가 넘쳐 흘러 들어왔다.

나는…
당연히 불쾌했다.
아니, 어쩌다 이런 자리에 걸려서…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짧은 비행시간이었기에 그냥 나는 불편하게 어정쩡하게 몸을 기울여 앉은 채로 왔고, 그 아저씨는 그 아저씨대로 몸을 잔뜩 웅크린채 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건 정말 그 아저씨 잘못은 아닌거다.
그냥 그 사람은 체격이 그렇게 큰걸 어쩌란 말인가.

옆에 있는 어떤 사람의 존재가 불쾌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참으로 불쾌한 기분이다.
그 사람의 존재가 불쾌한 것 보다도…. 한 사람의 존재를 그렇게 불쾌하게 느낀다는 사실이 불쾌한 것이다.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내 경험이야 그분의 경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감히 동등하게 비교할 것은 못되지만.

한 사람을, 그 사람의 존재를 감사할줄 아는 것은…
여유가 있을때는 쉽다.
그러나 어떤 사람을 정말 존중할줄 아느냐 하는 것은 여유가 없을때 제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내 마음의 여유없음은, 여유 없는 비행기 자리만큼이나 빡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