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10월 초에 강아지 하나를 shelter에서 입양했었다.
2살이라고 했고, 닥스훈트와 치와와의 잡종인것 같다고 했다.
아주 활발했지만 겁이 아주 많았다.
처음엔 좀 겁이 많아 소심하게 행동했으나 곧 우리와 친해졌고 내가 집에서 일하는 동안 그야말로 내게 딱 달라붙어 지냈다.
분리불안 (separation anxiety)이 좀 걱정스러웠지만,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두어시간 이상 집 밖으로 나갔다와도 괜찮게 잘 지내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침이면 침대위로 올라와서 지켜보고 있다가 내가 눈을 뜬 것을 확인하면 바로 달려들어 꼬리를 흔들며 아침인사를 했다. 작은 공을 던지면 그걸 물어오는 것도 집에서 곧잘 했다. 맛있는 간식을 얻어먹을땐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은 집중력을 발휘하곤 했다.
우리중 누구라도 소파에 앉아있으면 반드시 우리와 살을 맞대고 옆에 눕거나 앉았다.
잘때도 우리 침대위에서 자고 싶어했다. 마음이 약해서 우리는 그냥 그렇게 우리 옆에서 재웠다.

그런데 11월 초, 낮에 산책을 하던중에 내가 미끌어져 넘어지면서 개줄을 놓쳤는데 이 아이가 쏜살같이 뛰어 도망가버렸다. 아직도 그렇게 도망가다가 마지막으로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멀리 뛰어가버린 모습이 머리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렇게 그 아이를 잃어버리고 그날 밤 우리는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동네를 열심히 돌았다. 혹시 쓰레기통주변이나 좀 따뜻한 집의 입구 옆등에 있지는 않을까….

그 다음날 아침, 우리 동네의 animal control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 아이가 죽은채로 어제밤에 발견되었다는 연락이었다. microchip을 스캔해서 그 아이가 우리 개라는 걸 찾아낸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와서 그 아이를 보겠느냐, 혹시 화장을 해서 그 아이의 재를 가지고 가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아이가 어떤 상태로 발견되었는지, 묻지 않았다. 혹시라도 처참한 상태로 죽었다면 그걸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재도 가지고 가지 않겠다고 하고, 그 아이를 화장하는데 40불을 지불하고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나는 그냥 내 credit card 번호를 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우리는 둘이 말 없이, 그 아이의 것들 – 침대, 장난감, 먹이, 등등-을 조용히 정리했다. 서로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정리했다.

한달동안 우리와 그렇게 지내던 이 아이는 그렇게 우리를 떠났다.

이제 그 아이를 잃어버린지 한달쯤 되었다.
그 아이는 우리와 한달 있었고, 떠난지 한달이 되었으니 이젠 그냥 그렇게 마음이 괜찮아질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그게 마음이 영 그렇지 않다.

그때 내가 넘어지지 않고 조금 더 줄을 잘 잡았더라면….
그때 그길로 산책을 하지 않고 다른 길로 산책을 했더라면….
그런 자책도 계속 있다.

그 아이가 내가 일하는 옆에 붙어앉아 있었던 자리를 보면 마음이 그냥 계속 찡~하다.
그 아이사진 찍어놓은건 영 열어보지 못하고 있다.

한달동안 정이 들었던 그 아이가 떠난것으로부터 회복하는데에는 한달이 더 걸리는 것 같다.
그 아이를 잃어버리던날 넘어져서 삐끗했던 발목은 아직 아프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