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료기기를 만들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일하면 사람들이 도움을 얻는다…는 스토리가 내게 엄청난 동기를 제공해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좀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이렇게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에 너무 많은 곁가지가 붙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훌륭한 의료기기나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참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일에는 아주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포함된다.
전자회로를 디자인하는 일, 필요한 재료를 시험해서 선정하는일, 여러 회사들과 연락해서 제일 값싸고 좋은 품질로 이것을 만들어줄 방법을 찾는 일, 이에 맞는 sofware를 만드는 일, database를 관리하는일, FDA의 규정에 맞게 여러가지 documentation을 잘 꾸미는 일, CAD로 도면을 만드는 일,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회의를 하는 일 등등.
게다가 그렇게 해서 만드는 의료기기가 경쟁제품과 비교해서는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도 검토하고, 다른 회사의 제품을 분석하는 일도 한다.
시장 조사, 의사들로부터 design feedback을 받는 일도 중요하고.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해서 얻어지는 최종적인 열매가 새로운 의료기기인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을 해서 어떤 회사에서는 스마트폰을 만들고, 어떤 회사에서는 자동차를 만들고, 어떤 회사에서는 무기를 만들수도 있다.
물론 분야에따라 필요한 기술이나 다른 detail들이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보면 모든 engineering task라는게 결국은 그렇다.
그런데,
이런 아주 많은 여러 과정중에는 엄청나게 많은 ‘깨어짐’들이 존재한다.
이건 불법이나 부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이곳 silicon valley에서 일하면서는 일하는 중에 불법이나 부정을 경험한적은 한번도 없다.
그렇지만 조금 더 힘이 있는 회사가 더 약한 회사에게 공정하지 않은 압력을 가한다던가, 사람 사이에 시기 질투로 인해 서로 비방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던가, 자기 팀에서 한 결과를 뻥튀기해서 결과적으로 전체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던가, 자신에게 유리한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제시한다던가…
적어도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보면,
결론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의료기기를 잘 만드는 것이 물론 참 가치있고 좋은 일이긴 하지만,
매일매일 다루는 이런 모든 일들속에서 해야하는 싸움이 당장 훨씬 더 크게 느껴질때가 많이 있다.
이렇게 깨어진 system속에서 하나님의 공의가 가능할 것인가,
이렇게 깨어진 것들을 통해서 선한 열매가 얻어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그런 의문과 회의가 들수밖에 없다.
이런 모든 생각의 끝에 결국 다다르게되는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여전히 통치하신다는 것을 믿고,
내가 그 통치의 일부이자 통치의 대리인이자 통치가 펼쳐지는 통로라는 것을 믿고,
지금의 상황에서 깨어있되, 성실함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지극히 단순한 결론이다.
결국은…
하나님께서 이 모든 깨어짐 속에서도 여전히 하나님이시라는 믿음… 그것이 key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