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옳은 말

‘옳은 말’이긴 한데, 그 옳은 말이 context에도 맞지 않는 그냥 텅 빈것과 같은 것인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딱 틀린 이야기는 아닌데, 그냥 그 옳은 이야기가 뭔가 계속 겉도는 그런 사람도 있다.

겉도는 옳은 말…

내가 고등학교때,
나와 내 룸메이트는 ‘양자역학’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면서 완전히 흥분했었다.
그 당시로는 Shroedinger equation같은 것을 풀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았고, 양자역학에서 많이 쓰는 operator같은 것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았으므로, 그저 우리가 아는건 양자역학에 따르면 이렇다더라… 하는 정성적인 설명 뿐이었다.

그럼에도 고등학생으로서 그 양자역학은 정말 흥미로웠다.
완전 신세계였다.

그리고는 우리는 쉬는시간에도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를 부지런히 떠들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우리가 그때 했던 양자역학에 대한 대화들은 대부분 ‘옳은 것’들이었다.
어떤 입자의 존재가 확률에 근거한다는 것이라든지, tunneling, quantum jump, quantum entanglement… 뭐 이런 이야기들에 대한 ‘옳은 지식’을 나름대로 서로 나누면서 즐거워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양자역학을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미분 방적식을 배우고, 그것으로 복잡한 system에서 wave function을 구해보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양자역학의 개념을 응용도 해보고, 실제 현상을 설명해보기도 하는 과정을 통해서… 결국 조금씩 양자역학을 알게 되는 것이다.

겉도는 옳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옳은 지식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지식이 없지는 않은데, 그 지식이 그 사람에게 뿌리내리지도 않았고, 그 사람이 그것을 엄밀한 의미로 알고 있지도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