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민우가 이제 11학년에 올라가게 된다.
슬슬 대학가는 준비를 해야하는 시기인데,
그래서 나름대로 여기저기 대학들에 대하여 좀 ‘공부’를 하고 있다.

참 흥미로운 것은,
학교마다 나름대로 자기들만의 교육방침이 있고, 인간상이 있고, 그것에 맞추어서 커리큘럼등을 만들어놓았다는 것이다.

어떤 학교는, 4년내내 학생들이 거의 자유롭게 아무거나 들을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어떤 학교는, 그 학교 출신이라면 공유해야하는 내용을 core로 두고 requirement 두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 살면서, 나름대로 여러 학교들 출신들을 다양하게 만나면서 지내고 있는데,
어떤 학교 출신들이 이렇다 라고 모두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학교가 제공하는 내용을 참 잘 소화하여 그 학교가 원하는 대로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공부한 학교들 (한국과 미국)을 가만히 더듬어 생각해보면,
나와 잘 맞는 학교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학교가 길러내고자 하는 인재상에 내가 부합되지도 않는 것 같다.

만일, 내게, 조금 더 다른 교육의 option들이 있었다면,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어쩌면 이렇게 엔지니어를 하고있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전공을 한것도 아니었고,
나중에 이 전공이 나와 딱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걸 거지고 박사까지 받고 여태껏 그걸로 밥벌어먹고 살고 있다.

민우는,
전반적으로는 liberal art쪽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수학이나 과학을 뭐 잘하는 수준으로 하기는 하지만,
책읽고, 쓰고, 사색하는 쪽을 더 즐긴다.
그리고 공학쪽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 보다는 순수과학쪽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민우가 그런 관심을 갖는 것이 반갑고 감사하긴 하지만,
우리 부부가 그런 쪽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도움을 주기가 어렵기도 하다.

민우를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
내가 해 주어야 하는 것,
내가 해주지 말아야 하는 것의 경계가 늘 모호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