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후기 (1)

내가 예전에 함께 일하던 회사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라고 보기엔 살짝 모자르는 수준의 회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한국 회사와 일하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었다.

이번에는 한국의 모 대기업과 연락을 해서 그 회사와 3일에 걸친 미팅을 했었다. 내 한국에서의 일정이 4일 이었는데, 그중 하루는 다른 회사를 방문했었다.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를 모두 다니면서 그 회사의 여러 공장들과 연구소들을 다녔고, 그곳에 있는 엔지니어들과 미팅을 했다.

그.런.데.
대기업의 ‘영업팀’은 움직이는게 중소기업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가령 예를 들자면…
원래 나는 그 여러 site들을 내가 rent car를 해서 운전해서 가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랬더니만 그 회사에서 아예 한국 내의 내 모든 transportation을 다 책임지겠다면서 차를 호텔로 보내주었다.
이게… 무슨 연예인들 타는 차 같은.. 큰 밴 같은… 뭐 그런 거였는데,
내가 그렇게 다니는데에는 그 회사의 연구소장을 비롯해서 임원 1-2명과 몇명의 엔지니어 그리고 영업을 담당하는 사람들 몇명이 함께 다녔다.
음… 일단 그것만 해도 왕불편.

내가 가는 공장마다 그 현관의 모니터에 크게…
Welcome Dr. Kwon 뭐 이런게 크게 뜨고…
계속 VIP 식당에서 점심 먹고,
내가 어떤 공장에 도착하기 전에는 그 더운 여름에 밖에서 나를 기다렸다가 ‘영접’하는 일도 있었다.

전라도에 가서는… 전라도의 어느 큰 도시였는대…
거기서 비싸다는 한정식집에서 비싼 한정식을 먹었고,
(나는 보리굴비가 그렇게 비싼건지 몰랐다. 쩝.)

KTX로 이동할때가 있었는데…
자기들은 모두 일반석 타고 나만 혼자 일등석을 끊어주었다.

어쩌다가 내가 자판기에서 커피라도 사먹으려고 다가가면,
마치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이 수행하는 사람이 내게 고급 커피를 사다 가져다 주었고,

내가 혼자서 내 가방을 들기라도 하려고 하면…
그중 제일 말단에게 권박사님이 가방 들게 한다고 뭐라고 혼내고…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나서는 내가 택시를 타고 갈 수 있도록 비가 떨어지는데에도 가지 않고 택시를 잡아서 나를 태우고는 환송을 해 주었다.

어디든 가면 나는 혼자이고,
상대편에서는 높은 사람들로부터 쭈르륵 여러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왕 불편.

일본에서도 그랬다.
내가 일본에 간다는 이유로,
그 회사의 미국 현지 직원이 일본까지 가서 일본에서 나를 escort하면서 다녔고,
(나는 일본에서 따로 도움 필요 없다고 몇번이나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일정이 끝나는 것과 함께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 더운 날씨에 긴팔 흰색 와이셔츠에 자켓 입은 모습은 정말 너무 안쓰러워보였다.

뭐 대접받고 그런게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정말 정말 왕 왕 불편했다.

솔직히 그렇게 좋은 음식 먹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discussion 더 하고,
필요하면 차라리 다들 더운 날씨에 힘들텐데 조금씩 쉬기라도 하면 좋으련만…